<인터스텔라>의 개봉을 앞두고 폭풍전야에 빠진 듯한 북미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영화는 제이크 질렌할의 신작인 <나이트크롤러>입니다. <위저>와 아주 근소한 차이로 경쟁하다가 정상을 차지하며 데뷔했습니다. 실측치에서는 순위가 바뀔 수도 있는데, 어느 영화가 진정한 승자인지를 떠나서 둘 다 수입은 1천만 불을 간신히 넘었습니다. 이는 며칠 전에 있었던 할로윈 데이 때문입니다. 북미박스오피스는 전통적으로 할로윈 데이가 낀 주말에는 흥행이 저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작일수록 개봉을 피하는 대신 이 틈을 노려서 개봉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나이트크롤러>는 반응이 상당히 좋은 데 비하면 수입은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로튼 토마토'에서 이 영화는 무려 9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총 145개의 리뷰 중에서 단 9개만이 로튼을 주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이에도 불구하고 <나이트크롤러>는 할로윈 데이의 마수에 빠진 탓인지 수입은 미미하네요. 수작이긴 하지만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예고편을 보면 아시겠지만 편하게 볼 영화는 아닙니다.

금주 북미박스오피스에서 눈에 들어오는 건 사실 <나이트크롤러>가 아니라 <쏘우>의 참패입니다. 개봉 10주년을 맞아서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쏘우>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면서 순위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2,063개의 스크린에서 상영했으나 수입은 고작 65만 불에 그쳤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실망스러운 성적인 건 물론이고 2,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 중에서 역대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최악의 성적에 그쳤습니다. 이제 속편은 완전히 물 건너 갔으려나요?

또 하나의 참패도 있습니다. 바로 막 국내에서 개봉한 <내가 잠들기 전에>입니다. 이 영화 또한 1,905개라는 적지 않은 수의 스크린에서 개봉했으나 수입은 2백만 불을 약간 넘기면서 14위에 머물렀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실망스러웠기에 이해가 가는 성적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니콜 키드먼과 콜린 퍼스에 마크 스트롱까지, 배우들이 참 아깝습니다.

<Nightcrawler>

<나이트크롤러>는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하고 <본 레거시, 리얼 스틸> 등의 각본을 썼던 댄 길로이의 연출 데뷔작입니다. 첫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주목했던 영환데 반응이 좋으니 더 기대가 되네요.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나머지 '루'는 LA의 고강도 범죄를 보도하는 데 관심을 갖습니다. 그는 우연히 자동차 사고, 총격전, 살인 등의 끔찍한 현장을 찾아서 취재하는 프리랜서 그룹을 만납니다. 이를 계기로 루는 경찰의 무전을 도청하면서 누구보다 발빠르게 범죄현장을 찾아가서 사건을 영상으로 담는 데 혈안이 됩니다. 지역 방송국의 베타랑인 니나는 그런 루를 더욱 부추기고, 점점 돈과 사건에 빠져들면서 관찰자와 가담자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 위험천만하고 부도덕한 짓까지 일삼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언뜻 '위지'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범죄현장 전문 사진기자인 아더 펠릭이 떠오르네요. 위저에 대해서는 조 페시가 주연했던 <조 페시의 특종>이라는 영화로도 나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극적인 것에 반응하는 건 변함이 없군요.

▲ 가끔 보면 ​시네마스코어가 좀 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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