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의 개봉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자연스레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를 추종하는 관객이 워낙 많아서 벌써부터 아주 난리도 아니네요. 이 와중에 '뉴욕 타임즈'와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에 대한 특집기사를 썼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1. 크리스토퍼 놀란은 만약 <인터스텔라>가 전 세계에서 6억 불 이상의 수입을 기록하면 6천만 불을 받습니다. 너끈하겠죠? 전작인 <인셉션>은 8억 불 이상을 기록했었고, '배니티 페어'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당시 극장개봉과 부가시장에서의 수입까지 더해서 6,900만 불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미국 영화감독의 평균 연봉은 92,220불이라고 하며, 하위 10%는 평균 32,010불을, 상위 10%는 평균 187,199불을 받는다고 합니다. 엄청난 격차입니다.

2. <인터스텔라>를 제작한 워너 브러더스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작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지만 어떤 것도 묻지 않습니다. 사무실, 조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받으면서도 크리스토퍼 놀란에겐 아무런 의무사항이 없습니다. 이런 조건 때문에라도 크리스토퍼 놀란은 워너 브러더스와 작품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3. 크리스토퍼 놀란은 촬영 중에 항상 정장을 입습니다. <인터스텔라>를 워너와 함께 공동제작한 파라마운트의 대표인 브래드 그레이는 여지껏 자신이 방문한 현장에서 다들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정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의외면서도 과연 그답습니다. 그는 "매일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사무실과 현장에서 입는 옷만 따로 차이를 둔다고 합니다.

4.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와 사랑에 빠진 건 7살 때입니다. 광고 카피라이터였던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서 <스타 워즈>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러 갔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이 직후에 8mm 영화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5.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그 어떤 사항도 미리 새어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첫 시사회 직후에 베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사운드 작업을 다시 하기로 했던 게 언론에 흘러들어갔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곧장 비상회의를 소집해서 워너 브러더스 이사진에게 "그 소식을 알린 사람을 찾아서 처벌하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6. 항상 차가 담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닙니다. (원문에서 'Flask'라고 하네요) 마이클 케인의 말에 따르면 긴 코트를 입고 다니면서 주머니에 반드시 텀블러가 있었다고 합니다. "보드카라도 있나?"라고 물었더니 그냥 차라고 대답했습니다.

7. 마이클 케인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일화 하나 더. <배트맨 비긴즈>가 제작에 들어갈 시기에 크리스토퍼 놀란은 각본을 마이클 케인이 갖고 가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내일 기사가 받아서 집으로 가져오면 읽어 보리다"라고 말했는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크리스토퍼 놀란이 직접 가지고 와서 마이클 케인이 각본을 읽는 동안 그의 아내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기다렸습니다. 다 읽고서 출연하겠다고 했더니 놀란은 다시 그 각본을 갖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8.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섬니아>를 리메이크(오리지널은 노르웨이의 동명 영화)하고 싶었지만 워너 브러더스와 미팅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의 에이전트가 <메멘토>의 팬이었던 스티븐 소더버그에게 전화해서 이 얘길 했더니, 당장 제작부서 책임자에게 가서 "그를 만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미친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로 크리스토퍼 놀란은 무사히 <인섬니아>를 찍을 수 있었고, 스티븐 소더버그는 조지 클루니와 함께 제작책임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9. 늘 각본을 자신의 제작기법에 맞춰서 쓰고 그의 영화는 제작을 지원한 이들에게 미리 발표했던 것에 매우 가깝게 완성됩니다. 그리고 일정보다 앞서 제작을 완료하고 예산은 더 적게 쓰는 편입니다. 워너 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는 <인터스텔라>를 제작하기 위해 2억 불을 준비했으나, 크리스토퍼 놀란은 방대한 CG와 로봇, 먼지폭풍, 거대한 파도를 위한 효과마저 동원해야 함에도 그런 돈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IMDB'에 따르면 1억 6,500만 불이 투입됐습니다)

10. 이건 좀 놀랍군요.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메일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이자 제작자인 엠마 토마스가 그에게 구두 또는 이메일을 프린트한 걸로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엠마가 놀란에게 하는 말이 놀란이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말보다 더 많다"고 했습니다. 제작자도 바쁠 텐데 내조가 확실하군요!

11. <인터스텔라>가 돌비 애트모스로도 개봉하는지 어떤지 모르겠는데, 굳이 그걸 찾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사이드에서 산만하게 들리는 소리를 원하지 않아서 <인터스텔라>는 서라운드 사운드가 많지 않습니다.

이와 별개로 크리스토퍼 놀란을 당분간 히어로 무비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조나단 놀란도 최근 워너의 히어로 무비에 형제가 모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길 했습니다. '타임아웃'과의 인터뷰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시 히어로 무비로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그러나 절대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지"라고 애매한 말을 덧붙였으니 0%는 아니겠네요. 히어로 무비에 대해서는 한계를 가진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그랬다면 다크 나이트 삼부작과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하네요. 정말 중요한 건 제작사들이 히어로 무비만큼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 것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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