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후의 전쟁이 아닌 싸움의 서막에 불과하다.” 이동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가 사활을 걸고 뛰어든 700MHz 주파수 여론전을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 주파수를 우리가 가져야 하는 이유를 말하며, 이통사는 ‘경제성’을 주장하고 지상파 방송사는 ‘공공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이면서 동시에 시청자인 이들이 보기에 그 기술적 논쟁은 끼어들 틈이 없고, 각각의 명분들엔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정책은 선택의 문제고, 제 아무리 어려운 난제라고 하더라도 결국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한다. 700MHz 주파수 문제 역시 그렇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더이상 건널 수 없는 은하수가 아니게 된 상황이지만, 이 문제에 들어서며 이동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들은 흡사 시공간이 다른 존재들처럼 벌써 몇 년째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주파수에 있어 그 둘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것인지, 700MHz 주파수는 왜 싸움의 서막에 불과한 것인지, <미디어스>가 업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릴레이 기고를 통해 더듬어본다. 논쟁에 끼어들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환영이다.

논쟁의 시작-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 <당최 모를 싸움, 700MHz 논쟁에서 시청자의 자리는 어디인가?>

지상파 입장- 이상진 SBS 정책팀 차장 <700MHz, 황금으로 보는 자 vs 생명으로 여기는 자>

지난해 7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불시착 소식은 승객이 직접 촬영해 올린 SNS를 통해 가장 먼저 세상에 알려졌다. TV나 신문보다 앞서, 지구 반대편인 우리나라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스마트폰을 손에 든 시민들은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기자이고 방송국과도 같다.

몇 가지 수치들만 봐도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알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내놓은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필수 매체로 TV에 이어 스마트폰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층에서는 스마트폰의 중요도가 TV를 앞선다. 개인별 스마트폰 보급률도 68.8%로 가구별 디지털TV 보급률인 68.3%를 앞섰다. 더욱이 지상파 방송만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6.8%에 불과하다. 시청자들은 IPTV나 케이블 TV, 위성 방송 등 다양한 매체와 수단을 통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단지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 문제나, 화질문제 때문이 아니다.

반면 모바일에 대한 수요는 급속히 늘고 있다. 2014년 8월, 우리나라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오고 간 데이터는 1인당 월 2GB에 이른다. 2012년 1월에 470MB였으니, 2년 남짓한 기간 사이에 이용량이 4배가 늘어난 셈이다. 와이파이를 통해 이용하는 데이터량을 제외한 수치이니, 모바일을 통한 전체 데이터 이용량은 훨씬 클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용자들은 점점 더 고품질의 대용량 콘텐츠를 이동통신을 통해 이용하고 있다. 이미 Full HD 해상도를 능가하는 스마트폰들이 속속 출시되고, 4K UHD 동영상 촬영도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개개인들이 UHD급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동통신망을 통해 공유한다면, 얼마나 많은 네트워크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지금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정도의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가 늘고, 사물인터넷(IoT)이 활성화되면, 한 사람이 이용하게 되는 모바일 기기의 수는 지금의 몇 배로 급증할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1인당 평균 11개의 모바일 기기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불과 몇 년만 지나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양의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막대한 양의 데이터 트래픽이 원활히 서비스될 수 있도록 사전에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충분히 확보하여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2009년 말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트래픽이 폭증했던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더구나 약간의 통신장애도 용납하지 않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높은 눈높이를 고려한다면 추가 주파수 확보는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시급한 문제이다.

통신용 주파수, 먼 미래 아닌 지금 당장 필요하다

이러한 판단에서 정부는 2013년 12월 31일에 급증하는 이동통신 트래픽을 반영하여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확정한 바 있다. 2023년까지 3단계에 걸쳐 1190㎒폭의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동통신용으로 407㎒폭이 할당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양의 주파수가 공급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당장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그리 많지 않다.

▲2014년 10월 국회가 미래창조과학부에 700MHz 관련 재논의를 압박하면서 업계는 다시 여론전을 시작했다. (이미지=미디어스 2014년 10월17일 제작 ‘결정적 짤림방지’)

우선, 3㎓ 이상의 고주파 대역은 상용 서비스가 가능해 지기까지 앞으로 5년 이상의 기술개발과 안정화 기간이 필요한 대역이다. 바로 이러한 3㎓ 이상의 고주파대역이 860㎒ 폭으로 광개토플랜에서 공급하기로 한 주파수량의 72%를 차지한다. 더구나 3㎓ 이하 주파수 대역 중에서도 110㎒폭은 TDD 방식의 주파수로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 서비스는 대부분 FDD방식으로 제공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FDD 방식이 우세하다. TDD 방식은 기술개발 수준이나 산업 생태계가 성숙되지 못해 당장 서비스를 개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단말기도 공급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FDD 방식으로 추가 공급되는 주파수는 700㎒ 대역을 제외하면, 2.6㎓ 대역에서 20㎒폭, 2.1㎓대역의 60㎒ 폭으로 총 80㎒ 폭에 불과하다. 그나마, 2.1㎓ 대역은 2018년에 공급될 예정이다.

문제는 2017년만 되어도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200,683TB로 현재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만일, 내년에 신규 주파수에 대한 경매가 이루어 진다고 하더라도 할당 받은 주파수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은 2017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주파수가 할당된 뒤, 망을 구축하고 서비스가 가능한 단말기가 출시되기 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동통신 주파수는 더 있으면 좋은 정도, 또는 아직은 여유 있는 정도가 아니다. 바로 2~3년내에 이용자들의 불편이 초래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계에서는 보편성을 들어 UHD 방송을 위해 마땅히 방송용 주파수가 할당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에게는 황금이지만, 방송에게는 생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이용하는 이동통신에 보편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6.8% 직접수신 중 UHDTV 가구가 5천만 이동통신보다 보편적이다?

요즈음 안전이 중요한 화두의 하나이다. 폭우로 산속에 고립된 사람에게 거대한 UHDTV 화면이 절실할지 문자메시지 한 통이 절실할지 생각해 보자. 불시착한 비행기의 승객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핸드폰일지 몰라도 UHDTV는 아닐 것이다. 무엇이 황금이고 무엇이 생명인가? 무엇이 특수하고 무엇이 보편적인가?

이미 대부분의 국민들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방송과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전파는 그것을 실어 나르는 여러 수단들 중 하나이다. 방송의 보편성과 공익성은 전파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 보편적이고 공익적인 콘텐츠는 다양한 매체에 실려 얼마든지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보편성을 나르는 수단에 불과한 전파에 너무 얽매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비록 우리나라와 체계가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의 NBC나 CBS와 같은 방송사들이 주파수가 있어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주파수는 희소한 국가 자원이다. 절실히 필요로 하는 용도에, 국가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 가능한 분야에 할당되어야 한다. 이동통신 데이터의 증가추세와 이용자들의 변화된 미디어 이용 패턴을 고려할 때 700㎒ 대역의 무게 추는 이동통신 쪽으로 기우는 것이 타당하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모두에게 그 편익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이다. 6.8%의 직접수신 시청자, 그 중에 거대한 UHDTV를 구입할 국민들보다 훨씬 보편적이다. 굳이 이동통신의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거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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