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카카오톡 사찰 논란’의 방아쇠가 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보석 취소 청구에 대한 의견서에서 “적법한 경찰의 과학수사에 근거없는 비난으로 국가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적은 데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언론 등을 통해 유사한 주장이 확대재생산되고 있고 여당 의원 역시 같은 논조의 발언을 반복해 ‘카카오톡 사찰 논란’에 대한 ‘대반격’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21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이) 허위사실에 근거한 사이버 사찰 논란을 벌여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켰다”며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의 내용을 평가했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원 부대표는 “(야당이) 실시간으로 사이버 상의 개인 간의 대화를 직접 사찰할 수 있는 구조가 없는데도 마치 개인 간의 메시지를 수사기관이나 또는 다른 기관에서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면서 “문자메시지나 기타 이메일 계정 등을 감청영장에 의해서 수사자료로 획득하는 일은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도 여전히 있었고 노무현 정부에도 있었던 합법적인 수사절차임에도 불법적인 사안인양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재원 부대표는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수사자료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우리나라에 벌어진 수많은 강도, 살인, 유괴 등 강력사건은 도저히 수사할 수 없게 되는데 과연 이것이 누구를 위한 조치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 국정감사 종반 대책회의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안전행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에서 침소봉대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카카오톡 메시지에 대한 감청이 중요 보안 사범들에 의해서만 이뤄지고 있고 그나마도 다음카카오가 저장기간을 단축하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도 “범죄가 흉포화 되고 지능화되어 강력범죄, 보안사범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려면 스마트폰을 통한 내용을 볼 수밖에 없다”면서 SNS나 포털 관련 업체가 메시지를 일주일치 이상 보관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강력범죄 수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은 전날에도 제기된 바 있다. 20일 <동아일보>에는 <다음카카오는 범죄자를 돕겠다는 건가>라는 제목의 시론이 실렸다. 현직 변호사이며 전직 평택경찰서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이 글의 작성자는 카카오톡 메시지 등 ‘통신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하지만 카카오톡 사찰 논란으로 통신수사 자체가 위축돼 큰일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톡을 그냥 놔두면 범죄자의 천국이 될 것처럼 주장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 동아일보 20일자 지면에 실린 글.

심지어 이와 관련해서는 ‘비아냥’에 가까운 표현까지 등장한다. 21일 <조선일보>에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이 글의 핵심 내용은 개인이 안전의식을 갖추지 않으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인데, 말미에 보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가지고 카카오톡을 감청하는 일조차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반발하면서 국가가 국민 하나하나의 생명을 왜 지켜주지 않냐고 따지는 것은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있다. 명백히 카카오톡 메시지에 대한 수사가 강력범죄를 막을 수 있는 수단임을 전제하는 내용이다.

▲ 조선일보 21일자 지면에 실린 칼럼.

문제는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사찰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가 강력범죄를 수사하기 어렵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사해 유괴 등 강력사건을 해결했다는 뉴스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와 같은 뉴스를 접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분노와 불안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심지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기자회견을 통해 촉발된 것도 아니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주장은 강력범죄를 수사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대한 수사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새에 이뤄지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데다 수사기관이 메시지 자체의 정보를 넘어서서 대화 상대들의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이 문제라는 내용이다.

오히려 이 모든 상황을 자초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검찰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이버 공간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라고 직접적으로 발언하지 않았던들, 검찰이 대통령의 발언에 발맞춰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들 과연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이렇게 커졌겠는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자라면 외국 신문의 기자라도 기소해버리는 검찰의 번뜩이는 칼날을 바로 눈 앞에서 보면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산케이신문과 언론의 자유는 그렇다치더라도, 국민이 대통령 흉을 보는 게 뭐 그렇게 잘못된 일이라고들 그렇게 호들갑이었는가?

새누리당과 정부, 일부 보수언론의 주장이 우리 사회를 통제와 감시에 물들게 하고 사실상의 경찰국가로 만들고야 말 것이라는 비판은 일단 뒤로 미루겠다. 새누리당 주요 인사들의 주장대로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면 그 책임은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나 야당 의원들이 아니라 바로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져야 할 것이다. 수사 당국은 카카오톡 사찰 논란을 촉발시킴으로서 강력범죄 수사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없는 것인지, 박근혜 대통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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