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후의 전쟁이 아닌 싸움의 서막에 불과하다.” 이동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가 사활을 걸고 뛰어든 700MHz 주파수 여론전을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 주파수를 우리가 가져야 하는 이유를 말하며, 이통사는 ‘경제성’을 주장하고 지상파 방송사는 ‘공공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이면서 동시에 시청자인 이들이 보기에 그 기술적 논쟁은 끼어들 틈이 없고, 각각의 명분들엔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정책은 선택의 문제고, 제 아무리 어려운 난제라고 하더라도 결국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한다. 700MHz 주파수 문제 역시 그렇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더이상 건널 수 없는 은하수가 아니게 된 상황이지만, 이 문제에 들어서며 이동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들은 흡사 시공간이 다른 존재들처럼 벌써 몇 년째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주파수에 있어 그 둘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것인지, 700MHz 주파수는 왜 싸움의 서막에 불과한 것인지, <미디어스>가 업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릴레이 기고를 통해 더듬어본다. 논쟁에 끼어들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환영이다.

논쟁의 시작-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 <당최 모를 싸움, 700MHz 논쟁에서 시청자의 자리는 어디인가?>

지루한 싸움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해당사자 간에는 물러설 수 없는 처절함이 있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당최 왜 그러는지 모를 싸움일 것이다. 뉴스와 신문과 같은 많은 언론에서 지금까지 다루어 온 ‘700MHz주파수’ 이슈 사항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주로 양측이 서비스로서 가치 논쟁을 벌이다 보니 가치가 ‘값어치’로 둔갑이 되어 경제적인 요소만 부각되고, ‘창조경제’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프레임 안에서 산업적 효과만을 주장하는 형국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시청자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당최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모르는 소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처음부터 이 논쟁의 시작을 ‘국민행복’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이다. 수 년 동안 주파수라고 하는 분야의 정부 정책은 주로 이동통신사만을 위한 것이었다. 수차례 주파수를 발굴하여 경매에 붙여 낙찰시키는 과정을 거쳤고, 급기야 ‘광개토 플랜’을 만들어 앞으로 쓸 만한 주파수에 전부 이동통신용으로 이름표를 달아놓았다. 게다가 버전 1.0에서 2.0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이통사가 가져갈 영역을 더욱 확대하였고 공고히 해왔다. 즉, 집을 짓는데 필요한 토지와 같은 근간이 되는 자원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 땅의 양도 1,280MHz에 달해 현재 지상파 방송사가 요구하고 있는 54MHz에 비해 24배나 넓은 크기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는 작년 11월, ‘국민행복 700 플랜’이라는 차세대 방송으로의 진화 계획을 밝히며, ‘광개토 플랜’에 대항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에는 ‘국민의 주파수를 (국민행복을 위해) 국민에게 배정해 달라’라는 문구가 있다. 그것도 잠시만 빌려달라고 머리를 굽혔다.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

이 계획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한 목소리로 주장한 것은 바로 난시청해소와 UHD 방송 그리고 이를 통한 다채널 방송 계획이었다. 방송사들은 지난 과거를 반성하였다. 그리고 이미 많은 유럽 국가의 국민들이 경험하고 있는 ‘시청이 편리하고, 다양한 채널들을 무료로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신념을 가졌다. 50%가 넘는 지상파 수신율을 보이는 유럽의 선진 국가들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는 지상파 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와 함께, 과거처럼 정부의 지원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가 온전히 투자하겠다는 열망을 담은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계획의 목적은 ‘국민’을 향해 있었고, 그 정당성으로 무료의 가치를 주장하였다. ‘무료’가 제공하는 보편성과 공익성, 공정성에 대한 가치를 지켜달라는 호소였다. 우리는 숨을 쉬면서 무료인 ‘공기’의 소중함을 매번 느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없어지면 살 수 없을 것이다. 지상파도 마찬가지다. 대체할 수는 있지만, 없을 때는 ‘공익’이라는 가치보다 ‘상업’이라는 가치에 매몰되어 펼쳐지는 미래를 상상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하긴 어려울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요구하는 주파수는 많은 양도 아니다. 700MHz를 벗어나 넓은 주파수를 펼쳐두고 보면 통신이 장차 차지하게 될 땅은 어마어마한 양이다. 게다가 현재 이통사들이 사용 중인 주파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지 소수의 이용자만 이용하고 있고, 트래픽 양도 많지 않아 낭비되고 있는 주파수 대역이 다수 있다. 한편 신규사업자를 선정하지 않아 놀고 있는 대역, 미 할당된 채로 남아 있는 대역, 앞으로 발굴될 대역 등 지상파가 요구하는 양보다 24배나 많은 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통사는 ‘황금’, 방송사는 ‘생명’

주파수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이통사들은 지난 800~900MHz, 1.8GHz, 2.1GHz, 2.3GHz, 2.6GHz와 같이 다양한 대역의 주파수가 경매로 나올 때 마다 ‘황금주파수’라고 일컬으며, 서로 자기네가 황금주파수를 확보했다고 홍보를 해왔다. 이번 700MHz도 마찬가지로 ‘황금주파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는 사정이 다르다. 신규 주파수가 배정이 되질 않는다면 현재 방송중인 HD방송으로 앞으로 영원히 남아 있어야 된다.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이 확보가 되질 않아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미래로 한 발짝도 뻗을 수가 없게 된다. 모든 유료매체가 차세대 방송인 UHD 방송을 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만 유일하게 현재 그대로 머물러야 하는 것이고 이는 미래에 도태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예고된 죽음’을 맞이하는 형국이 될 것이다.

700MHz 주파수는 지상파에게는 숨을 쉴 생명과도 같은 공간이다. 확보가 되어야 새로운 방송을 시작할 수 있고, 그래야 미래가 있을 수 있다. 반면 통신사에게 700MHz는 넓은 주파수 지역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고, 앞으로 5G와 같은 차세대 이동통신을 고려하면, 그 가치가 급속히 하락할 공간이다. 가지고 있기만 하고 놀고 있는 땅을 유용하게 쓸 생각보다는, 지금 당장 700MHz가 없으면 이동통신 3사가 공평히 나눌 만큼의 양이 새롭게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700MHz 대역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아니다. UHD 방송으로 전환을 하기 위한 임시대역으로 잠시 빌려달라는 것이다. 54MHz를 잠시 빌려주면, 그 3배의 주파수인 150MHz를 국민을 위해 반납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 것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실 이 논쟁은 시발점부터 잘못된 것이다. 비교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같은 범주에 들어야 서로 평가와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방송과 통신은 줄기와 태생이 다르다. 아무리 기술의 융합을 고려해야 한다 해도 그 업의 본질은 분명히 다르다.

어떤 문제이든 판단이 어려울수록, 본질로 돌아가면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700MHz 주파수의 분배는 분배를 다루는 전파법에 그 원칙이 나와 있다. ‘공공복리의 증진’이라는 원칙이 어느 분야에 더 적합한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700MHz는 법적으로 방송용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미래에 국민이 쉽고 편리하게 지금보다 뛰어난 화질의 방송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행복’을 지키기 위해, 방송용 주파수를 지키고자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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