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 방문을 위해 떠났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문수 전 도지사와 이재오 의원 등 당 내 비주류 주요 인사들을 대동하는 모양새가 사뭇 위협적이다. 이러한 위협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야당은 즉각 이에 대한 논평을 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유기홍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김무성 대표의 방중에 대해 “새누리당이 지난주 내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한사코 반대하더니 이제는 국정감사를 아예 하지 않을 모양”이라며 힐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또 “정부조직법 처리가 급하다더니, 정부조직법 협상 대표인 조원진 국회 안행위 간사 등 여당 의원 10여 명이 4일간 국감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왜 하필 이때 중국을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설명은 이 일정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천펑샹 부부장의 공식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거다. 출국의 어떤 의도나 시기의 적절함을 따지기는 무리라는 의미가 되겠다. 하지만 그런 설명을 인정하더라도 여러모로 이 시점의 방중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것은 자명하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이 13일 3박4일간 중국 방문하는 비행기에서 이코노미스트석을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김무성 대표는 당 안 팎에서 계속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당 외에서는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당 대표로서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해결하는데 나서라거나 대북 전단 살포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등의 요구를 받았다.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지지도도 늘 1, 2위를 다투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남다른 존재감이다. 외교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은 심상치 않다. 중국, 북한, 일본 모두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악성 소재들이 즐비하게 널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의 표현을 빌자면 ‘대통령급’ 수행단을 꾸려 방중에 나서는 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다.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역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한국 정치사에 여당이나 야당 대표가 타국의 지도자를 면담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외교적 측면에서 지금 상황은 역시 민감하다.

이를테면 지난 10일 전북 부안 근처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이에 대한 해경의 단속 과정에서 총을 맞고 숨진 중국인 선장과 같은 문제가 그렇다. 중국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권영세 주중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사건은 단순한 중국 어선의 우발적 돌출행동에서 빚어진 것으로만 볼 수 없다. <한국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중국 어선들이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일삼는 바람에 서해에선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진 지 오래다”라고 주장했다. 양국 간의 고질적 문제가 이번에 폭발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동아시아의 주요한 전략적 행위자인 북한, 일본과 우리의 관계가 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문제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과는 군 위안부 문제와 전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기소 문제 등으로, 북한과는 대북전단살포와 이에 대한 총격의 문제로 우리나라는 곤란한 입장에 처해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국은 북한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 국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우리나라가 완전히 미국과 일본이 유도하는 정치적 구도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는 상황에 대한 근거를 북한 문제를 핑계로 중국이 마련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제2회 청소년 올림픽 경기대회(YOG·Youth Olympic Games)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난징(南京)을 찾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선수들에게 "나도 젊은시절 권투를 배운 적이 있다"고 밝히고 직접 권투 자세를 취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대표가 시진핑 주석을 만날 경우 아무래도 현안인 중국인 선장 사망과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조업 문제에 대한 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마 그 대화의 내용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입장을 제기하는 것이기 보다는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상호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된다면 민감한 외교적 난제를 김무성 대표가 방중 일정을 통해 해결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김무성 대표의 방중 기간 동안 중국 공산당과 ‘반부패·법치’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진행한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국내 언론은 ‘반부패’와 관련해 동행하는 김문수 전 지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부패’라는 패러다임과 관련해 그간의 정치행보에서 가장 어울리는 역할을 해온 캐릭터라는 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의 ‘반부패’란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글자 그대로의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부패 문제란 ‘관피아’란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중간급 관리자들이 뒷돈을 받고 편의를 봐주는 뭐 그런 문제에 가깝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부패 문제는 그야말로 최상층의 눈뜨고는 봐줄 수 없는 중대한 범죄들에 대한 문제다. 가깝게는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정법위 서기를 지내며 ‘호랑이’로 불린 저우융캉의 부패 혐의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온갖 스캔들에 휩싸인 끝에 결국 사법처리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들은 그간 중국을 좌지우지해왔던 공산당 고위 관료들 전부를 뒤흔드는 위력을 발휘했다. 즉, 중국에서 ‘반부패 운동’은 ‘정풍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김무성 대표가 중국 공산당과 심도있는 토론을 진행할 또 하나의 주제인 ‘법치’가 최근 홍콩의 ‘우산혁명’과 연결된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김무성 대표는 과거 기회가 되는대로 국내에서 벌어지는 촛불시위 등에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한 바 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박4일간 중국 방문을 위해 13일 인천공항에 도착, 김문수 혁신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이 모든 키워드를 종합하면 김무성 대표의 방중 효과는 모든 것이 잘 될 경우 차기 대권주자들이 자신의 입지를 명확히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해볼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외교문제의 해결, 국내 정치의 혁신, 반정부 세력에 대한 통치 방식 등의 아젠다를 하필이면 당 내 비주류가 중심이 된 방중단이 모두 제기해볼 수 있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김무성 대표가 중국행을 주도적으로 선택한 것은 이러한 효과들을 노린 행보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모든 것이 잘 돌아갈 때의 얘기고, 실제 김무성 대표의 이번 방중이 별 소득이 없이 끝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청와대의 입장에서도 이런 민감한 문제들에 있어서 차기 대권주자군에게 발언권을 주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이유로 김무성 대표와 시진핑 주석의 만남이 성사돼도 사실상 유의미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쉽게 해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취임 이후 연일 고개를 낮추고 행보해왔던 김무성 대표와 당 내 비주류들의 목소리가 보수혁신위 구성 이후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제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해 당무감사를 당협 차원까지 벌여 부실 당협의 위원장들을 솎아내려는 작업을 착실히 진행시켜가고 있다. 이런 작업이 세간의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차기 총선의 공천 작업 전에 친박 주류와 비주류가 전면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만에 하나 이 싸움에서 친박 주류가 밀리고 그 여파가 청와대에까지 미치게 되면 그 다음부터 우리는 ‘레임덕’을 입에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집권 2년차의 정권에게 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속도란 이처럼 점점 빨라지기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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