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선이지만 1995년부터 민주당에서 비서로 있었다. 국회선진화법 이전엔 여야 합의가 안 될 때는 여당이 법안을 강행처리해야 했다. 오히려 그럴 때 야당은 몸싸움으로 막아야 했는데 그게 더 편했다. 선명성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선 그랬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물리고 몸싸움도 허용하면 여당이 어려울 것이다. 몸싸움은 더 이상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에, 국회선진화법을 없애자는 건 여당의 법안 처리가 안 되는 데서 나온 답답함에서 나오는 얘기지 실현되기가 어렵다”

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 1층 카페에서 열린 <반환점 돌아선 19대 국회, 앞으로의 과제는?> 정치토크 좌담회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의 발언이다. 이날 좌담회는 사회는 조성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이 맡았고 패널로는 한귀영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진오 CBS 선임기자, 이지현 참여연대 시민감시1팀장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130석의 ‘공룡야당’이지만 오히려 과거보다도 무력해 보이는 야당의 처지가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울 체력 못 된다
처음으로 발언한 진성준 의원은 “국회에 대해 국민이 많이 실망했으며, 심지어는 국회가 없어져야 한다고 까지 말씀하신다. 유독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평가가 훨씬 가혹하다. 훨씬 억울한 부분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의석이 많은 정부 여당의 전횡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의 입장으로는 과거 이보다 의석이 적을 때에도 나름대로 정부를 견제했는데 왜 이토록 무력한가 원성이 많을 거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진성준 의원은 “개인적인 고민이 있다. 국민의 요구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도 단지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로 진화했다.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와 같은 담론이 전면화된 까닭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진성준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나 사이버사에서 한 대선개입은 보이지 않는 쿠데타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체력이 두 개의 전선에서 못 싸운다. 결국 하나는 흐지부지되고 다른 하나는 불철저했다. 그런데 헌정질서의 문제에 관해선 상대적이라고 대응할 수 없고 선차적으로 해야 하지 않은가. 이 부분에서 당내에 혼선이 있었고 노선투쟁이 있었는데, 언론은 이를 친노 대 반노의 대결로 규정했다”라고 토로했다.
▲ 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 1층 카페에서 열린 ‘반환점 돌아선 19대 국회, 앞으로의 과제는?’정치토크 좌담회에 (왼쪽부터) , 한귀영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조성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김진오 CBS선임기자, 이지현 참여연대 시민감시1팀장.
이어서 발언한 한귀영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신문 칼럼을 쓰면 댓글, 댓글 수, 추천 등을 유심히 살핀다. 그런데 교황 방한 후인 8월 20여일 경부터 여론이 확 바뀌었다. 김영오씨가 금속노조이며 유경근씨가 정의당이란 식의 공격이 갑자기 늘어났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고발했다고 여겼는데 저쪽은 예전보다 지능적이고 빠르다. 진화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고 질문했다. 진성준 의원은 이에 대해 “국정원과 사이버사의 심리전은 대선 전에 고발했을 때도 증거확보가 어려웠다”면서 “지금도 심증은 있지만 확증은 잡을수가 없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라고 답변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시민감시1팀장은 19대 국회 회기 시작 전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되었던 이슈로 갑을관계 개혁, 쌍용자동차 등 정리해고 문제, 국정원 대선개입, 정치개혁 네 가지로 정리하면서, “갑을관계 개혁 문제와 관련해 을지로외원회가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을 개정하는 등 활약을 했으나 정작 남양유업 사태를 만들어낸 대리점법은 건들지도 못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지현 팀장은 “정리해고 문제 역시 개별의원들의 노력은 많았으나 새누리당이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약속을 파기하는 등 성과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팀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 역시 “진선미, 진성준 의원 등의 노력이 있었으나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었고 당시 지도부와 안철수 의원이 특검을 반대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치개혁 의제 역시 단지 정당공천 폐지에 매몰되어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치개혁, 정치억압해 재벌 2,3세만 정치 가능하게 해
김진오 CBS 선임기자는 정치개혁 의제에 관해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김진오 기자는 “너무 정치개혁만 논하는데, 사실 정치개혁은 많이 되어 있다. 지금 얘기가 나오는 건 선거 연령을 19살로 낮춘다와 투표 시간 연장 정도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시민의 참정권 문제이지 정치개혁 문제는 아닌데 정치개혁 문제인 것처럼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오 기자는 “현재 국회의원의 특권을 너도나도 줄이자고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세비인 세후 1억은 대기업 임원만큼도 안 되고 중견기업 임원 정도다. 한국 사회가 의원에게 이 정도는 지불할 수 있다.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를 하려면 한달에 천 만원 이천 만원씩 써야 한다고 울상이다. 이제 선관위가 출판기념회도 못하게 하면 재벌 2,3세만 정치해야 할 판국이다. 차라리 세비를 늘려주거나 합법적으로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귀영 연구위원 역시 “전적으로 공감이다. 그간 정치개혁 화두와 법안의 대다수가 정치를 억압했다”고 비판했다. 한귀영 위원은 “세월호 참사 자체야 교통사고로 볼 수도 있었지만 당시 국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버린 역할을 누가 변호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정치가 했어야 했는데 정치 역시 그 역할을 못했다. 그에 대한 뿌리깊은 절망에서 최근 정치에 대한 혐오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진성준 의원은 참여연대의 지적 중 정리해고 부분에 대해선 국회의 역할도 한정적이란 사실도 지적했다. 진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는 결국 개별사업장에선 해결이 불가능하다.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며, 그러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 다수를 대변하는 노조가 형성되어야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노사정 합의 하에 연대임금제나 노동시간 단축 등이 가능해진다. 이런 토대가 전혀 없는데 정당에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것도 과도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남은 반기, 19대 국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19대 국회가 향후 추구해야 할 일에 대해 이지현 참여연대 시민감시1팀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철저,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재발방지대책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완화 법안 검증, 최경환 19개 민생 법안 검증, 고소득자 감세와 서민 증세로 비판받는 세금 제도 개편에 대한 검증, 그리고 정치개혁 문제를 꼽았다. 정치개혁 의제로는 더 이상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나 국회 선진화법 폐지,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정치의 기능을 억압하는 포퓰리즘적 대안으로 나아가지 말고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으로 발상을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 팀장은 “이런 이슈들은 대체로 화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너무 순진한 발언일 수도 있으나 야당이 국민을 대표한다면, 이런 것들은 화제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끈질기게 집중적으로 문제제기 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한귀영 연구위원은 파주시장에 의해 지역시민들의 현수막이 철거당한 자신의 사연을 소개하며 적극 공감을 표했다.
김진오 CBS 선임기자는 “생명과 안전 문제는 헌법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헌법에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 요즘 개헌 논의가 한참인데 이런 문제에 관련해 헌법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현안으로 대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김진오 기자는 “남북관계 개선이 핵심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진성준 의원은 “문제는 박근혜 정부 2년 간의 태도가 남북관계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기획 정도로 보인다는 데에 있다”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지금 핵 문제가 심각하며 오바마 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는 동안 북한 핵 능력은 훨씬 강화되었다”라면서, “지금 북핵은 미국의 동북아시아 외교정책의 빌미가 되고 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관계개선을 해야만 한다”라고 주문했다.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전한 진성준 의원은 종편에 대해 언급하면서 “종편의 편향성을 비판하는 것과 종편 출연을 반대하는 것은 별개”라며 “나는 종편에 나가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사회자인 조성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과 패널인 한귀영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에게 “종편에 나가시나”라고 질문했으나 “원래 방송을 안 나간다”라는 답을 들었다.
유족에게 투쟁 맡기고 야당은 협상만 한 것이 문제
진성준 의원은 박영선 전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박영선 의원은 정치인 개인으로 보면 훌륭한 분이고 제 롤모델이기도 하다”라고 칭찬하면서 “그런데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실책이었다. 박영선 의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임 지도부부터 누적된 문제였다”라고 비판했다.
진성준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은 정치적 협상으로선 훌륭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투쟁은 유족에게 맡기고 야당은 협상만 하니 내부에서도 납득이 안 됐다. 야당에서도 투쟁과 협상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협상안이 만들어졌다면 이와 같은 내부 반발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진 의원은 “박영선 의원이 잘못했다 하더라도 내부 논의의 결이 외부와 언론에 그대로 드러난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반성했다.
진성준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근본문제에 대해서는 “자세와 태도의 영역에서 치열성이 부족해 보인다. 내용보다 그것이 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사회자로서 정리 발언을 한 조성대 소장은 “최근 학생들 수시원서를 보면 2014년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사건이 뭐였는가라고 물었을 때 다들 세월호 참사를 썼을 것 같지만 군대 내 사건사고를 쓴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남학생들의 반 이상이 그걸 지적하고 여학생들도 상당수가 그걸 적는다. 학생들이 위험의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정치권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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