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언론과 기자는 저마다 객관성과 팩트를 강조한다. 그래도 독자는 안다. ‘그들은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사실을. 자신을 능동적 수용자라고 생각하는 많은 시민들은 선호하는 방송뉴스를 직접 찾아본다. 스마트폰으로 매체를 직접 선택한다. 한마디로 자발적으로 뉴스를 읽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신문 하나 읽던 시절보다 시사문제에 더 깜깜해졌다. 기사를 읽고 나면 누군가를 욕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된 비판은 못하는 그런 스마트한 시대다. 뉴스를 솎아주는 ‘큐레이팅’ 매체들도 많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페친, 트친이 좋은 뉴스를 공유하지만 사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도대체 뉴스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답은 현장에 있다. <미디어스>는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현직 기자들에게 뉴스 읽는 방법을 물어보기로 했다. 3편은 SNS 뉴스읽기다. 인터뷰이는 온라인 저널리즘과 미디어 전략 전문가인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디지털전략부 소속.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언론출판학과 겸임교수)다. 이번 인터뷰 기사는 지난 19일 최진순 기자를 만나 나눈 대화와 서면 답변을 종합한 것이다.

▲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디지털전략부). 인터뷰는 19일 낮 서울 충정로 소재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미디어스) 미디어전략을 짜는 기자는 뉴스를 어떻게 읽나. 아침 출근부터 저녁 퇴근까지 뉴스를 어떤 방법으로 읽는지 궁금하다.

우선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국내 포털 사이트 모바일웹에서 주요뉴스를 훑어본다. 포털은 십 년 넘게 ‘지금 중요한 뉴스’를 골라 이용자에게 제공했다. 그들만의 셀렉 기준과 노하우로 서비스를 해온 만큼 여기서 뉴스를 훑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에서 기사 제목만 쭉 읽으면 오늘 무엇이 ‘뉴스’인지 알 수 있다.

다음은 트위터 앱이다. 앱을 켠 뒤 ‘온라인저널리즘’이나 ‘미디어’, ‘신문’의 영어 키워드로 모아둔 그룹 리스트에 올라온 정보를 보고 저장한다. 페이스북 앱에서도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글 중 연관 글들을 공유하고 저장한다.

오전에 업무를 한 뒤 즐겨찾기나 RSS 구독을 해둔 미디어 관련 사이트들을 살펴본다. 역시 괜찮은 글을 저장해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RSS로 저장해둔 글을 읽는 것은 오후다. 시간이 나면 저장해둔 글들을 정독하고 꼭 필요한 것들을 구글독스에 별도로 올려둔다. 카테고리별로 나누면 나중에 글을 쓸 때 유용하다.

가장 중요한 건 ‘관계’라고 생각한다. 뉴스읽기를 위해 페이스북, 트위터 팔로워와 친구들과 의식적으로 ‘관계맺기’를 한다. 아무나 팔로잉하지 않고, 관심사가 겹치는 이용자와 내 글을 리트위트한 사람들을 주로 팔로잉한다. 특히 트위터의 경우 정보 채널로 다루고 있는 리스트를 활용한다.

미디어스) 한국의 언론사들이 진영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을 자주 해왔다. 정치, 경제,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경향신문·한겨레와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부딪힌다. 독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두 진영의 기사를 고루 읽으라고들 한다.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진행하고 있는 ‘사설속으로’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런 읽기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효과적인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동시에 보는 것은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본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방식보다는 어떤 사안에 대해 내가 관심 있는 사람들이 논평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다. 페이스북의 경우 온라인저널리즘, 미디어 비즈니스 등 여러 페이지가 있고 이 페이지에 공유된 기사와 코멘트를 읽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미디어가 이야기하는 것은 대체로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 하지만 내가 그 동안 지켜봐왔고 신뢰할 만하며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때로 직설적이지만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결국 뉴스와 정보에 대한 이해의 사슬은 내가 맺은 ‘관계’다. 그것은 ‘사회적’인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어떤 미디어에 의존하기보다는 ‘사람’을 통해 들여다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야기하면서 파악하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좀더 적극적이고 현명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과 돈을 들어야 한다. 정보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피곤해졌지만 더욱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리고 더 확실해지는 것은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미디어스) 최근 온라인저널리즘의 쟁점 중에 하나는 ‘디지털 소매치기’다. SNS를 중심으로 기사를 유통하는 인사이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등 매체의 단점을 지적하며 나오는 이야기다. 수많은 이용자들이 선택한 매체의 형태로도 볼 수 있지만 유사-언론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나는 미디어가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공동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확보해야 하는 이성과 지식, 교양의 전달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분별력을 증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측면에서는 그런 매체들이 갖는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나 이야깃거리를 관심 있어 할 뿐만 아니라 전달하면서 특별해지려는 욕구가 있다. 정보과잉에 따른 피로도가 증가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촘촘해질수록 사람들은 아주 게으르고 무감각해질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언론이 그것을 즐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디어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 정확한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네트워크는 그런 매체들을 사랑할 만큼 관대하거나 너그럽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매체들로부터 나는 아직 매료되지 않았다. 독자들이 사랑한다는 증거로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뉴스를 거르고 코멘트를 할) 그런 역할을 해줄 저명인사들이 부족하고 미흡하다는 점도 아직은 큐레이팅 매체가 지면을 소소한 이야깃거리로 채울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른다. 새로운 시야, 멋진 이벤트, 강렬한 사람을 소개하는 완전히 혁신적인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의 그릇도 바뀌어야 하고 그 사람들도 창의적이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스) 의제를 설정하는 능력은 여전히 기성언론, 특히 조중동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SNS를 그들만의 광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뉴스유통의 측면에서 보면 신문과 방송보다 SNS가 더 넓은 광장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SNS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저널리즘 시대에 언론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여전히 전통미디어가 ‘영향력’을 더 많이 점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통미디어는 수용자들과의 접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있고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제공한다. 수년 간 이뤄졌던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보건대 (오히려) 여론 다양성이 약화했다. 복합적인 갈등이 있는 사회에서 어느 한쪽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영논리는 미디어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문제점을 고스란히 껴안은 채 확장해 온 것이 바로 한국의 소셜네트워크다. 주류와 다수의 이해를 대변하기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응원하는 대안적 성격이 강한 특정을 지니게 됐다. 여기에 참여하는 이들은 더 적극적이며 열망적이다. 전통미디어를 비판하는 한편 좋은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새로운 미디어 혁신가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 이후 저널리즘의 진화는 결국 수용자를 껴안는 것이 목적이다. 협력저널리즘이야말로 미디어 혁신의 최고 정점이다. 누가 어떻게 진지하고 현명한 독자들을 아우르는 관계를 만들지가 전통미디어의 마지막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미디어가 형식적이고 기술적인 변신 못지않게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수용자를 바라보고 그들과 파트너가 돼야 한다. 오디언스 전략이야말로 네트워크를 기회와 위기로 보는 전통미디어의 가장 절박한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할 것이다.

▲ 최진순 기자는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 이용자를 비교하며 “미국의 이용자들은 검색을 통해 뉴스를 읽는다. (피드백 과정에서도) 능동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이용자들은 이미 검색이 된 결과를 본다. 그리고 포털에 댓글을 단다. 그런데 이건 먼 산에 대고 소리를 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스) 중요하고 좋은 기사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온라인이든 어디에 있든, 짧든 길든 팔린다. 그런데 포털과 SNS 중심, 건별 소비가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뉴스와 뉴스소비가 연성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플랫폼에 따라 저널리즘의 수준이 결정되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느끼나.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의 뉴스서비스 자체가 다르긴 하지만 일단 실시간급상승 검색어, 인기 검색어 같은 장치들이 두드러진다. 포털은 좋은 뉴스를 찾아가기 어려운 구조다. 사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 번 더 클릭해야 하는 노고가 필요하다.

소셜네트워크 환경도 개인별 관계의 규모나 경향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주목도를 끌 수 있는 제목이나 사진 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관계맺기’가 대단히 중요하고, 정보소비의 다양성, 심층성을 위해서는 관계의 그루핑(grouping)도 중요하다. 뉴스소비의 패턴이 필요한 부분이다.

매체별 소비가 아닌 ‘건별 소비’는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데도 어려움을 준다. 어떤 사안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부분들이 연결돼 있을 수 있으나 한 매체에서 한 건만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사설’까지 다룬 경우도 있으나 스트레이트 뉴스만 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한 신문에서는 서로 다른 관점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선 한 매체에서 일괄 소비가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포털이나 언론에서 그런 식의 인터페이스를 찾아보기 힘들어 주제별 묶음 소비가 어렵다는 점이다. 독자가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뉴스에 빨려 들어가고, 실시간 뉴스소비에 매몰되지 않도록 언론사들의 분발이 필요한 대목이다.

미디어스) 곁가지로 고민상담을 하나 하자면, 인터넷언론 기자로서 고충이다. 온라인 기사는 대체로 길다. 신문의 경우, 편집이 기사의 맥락으로 기능하지만 온라인은 그렇지 않다. 링크를 활용해 맥락을 구성할 수도 있지만 건별 소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전후맥락을 모두 써넣어야 한다. 그러면 기사는 길어지고, 독자는 읽다 지친다. 기자의 능력이 결정적일 수 있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온라인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하고, 편집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전제는 공급자 관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판단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즉, 수용자가 이럴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짧게 쓰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도, 장문의 텍스트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독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어떤 형식으로 전달되는 것을 선호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미디어스>를 찾는 이유와 배경은 분명히 다른 매체와 다르다고 본다. <미디어스>는 그런 독자들이 중요하다. 일반화하지 말고 독자들에게 확인하고, 독자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른 매체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지금 뉴스는 다양한 플랫폼에 펼쳐져 있는 만큼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취재와 편집이 중요하다. 하지만 매체별로 사안별로 하나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대 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다.

AP의 경우 ‘1-2-3’ 전략을 쓴다. 일단 제목만이라도 가장 빨리 쓰고, 취재해 확인된 내용을 그 뒤에 올리고, 사진과 동영상과 링크 등 종합기사를 내보내는 방식이다. 한국에도 영국 프리미어리그 팬들이 즐겨 찾는 매체와 기자가 있다. OSEN의 한 기자가 쓰는 기사에는 반드시 그 현장의 사진과 영상이 들어 있다. 오늘 일어난 경기인데 2~3년 전 연습 장면 사진을 쓰는 매체가 많은데, 이 기자는 다르다. 물론 이 기자도 1보로 속보를 쓰지만 분석기사에는 꼭 멀티미디어가 들어가 있다. 독자들이 이 기자의 (2보) 기사를 기다리는 이유다.

내 기준으로는 텍스트가 많은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문단의 길이가 긴 것도 원치 않는다. 한 문장의 길이가 긴 것도 호흡을 방해한다. 스크린 사이즈를 고려할 때는 더욱 그렇다. 오히려 많은 메시지를 응축적으로 담은 사진에 눈길이 가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비디오도 마찬가지다. 1분20초 이상의 분량보다 그보다 짧은 영상에 흥미를 갖게 된다. 내레이션보다 현장영상 그 자체에.

결론적으로 뉴스룸은 독자가 이 사안에 대해 뭘 원하고 있는가, 이런 형식의 뉴스를 완결적으로 소비할 것인가, 감동할 것인가를 주안점에 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 스토리가 어느 플랫폼에 어떤 시간대에 어떤 관계들을 향해 다가서는 것이 효과적인지 고민해야 한다.

미디어스) 대안언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뉴스타파, 슬로우뉴스, 뉴스페퍼민트 등도 떠오르고 있다. 즐겨 찾는 곳 중 기자들과 독자들에게 추천할 곳이 있다면.

페이스북으로는 <민중의소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카드뉴스 형식의 스토리를 간명하게 잘 만들어 사안에 대한 핵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마이뉴스>도 전통매체에 비해 실시간 대응을 잘해 도움이 된다. 트위터에서는 주로 <뉴스타파>와 <국민TV:뉴스K> 링크를 타고 보는 경우가 많다. 외신의 경우 <뉴스프로>를 먼저 살펴보기도 한다. 또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 또는 <코리아리얼타임> 그리고 기사량은 많지 않지만 <아사히신문 한국어판>도 찾는 편이다.

미디어스) 경제지들의 경우, 사실 친시장 언론뿐이다. 보통 경제신문의 논조에 비판적인 독자들이라도 막상 찾아갈 곳이 없을 정도다. 추천할 곳이 있다면.

즐겨 찾는 편은 아니지만 ‘사람’에 주목하는 <비즈니스포스트>가 흥미롭다. 친시장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새로운 앵글과 심층성이 돋보인다. 주간지 중에서는 <시사IN>의 경제섹션을 꼭 들러 이종태 기자의 기사를 읽는다. 연구기관 중에서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도 가끔씩 찾는다.

미디어스) SNS 등 온라인, 특히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는 독자들에게 할 조언이 있다면.

언론사가 독자들을 상대로 좋은 뉴스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현명한 독자의 증가다. 지금까지 한국의 독자들은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을 놓는 정도의 뉴스 소비만 해왔다. 하지만 이제 여러분이 직접 자기 밥상을 차려야 한다. 능동적인 소비자가 될 때 저널리즘의 수준도 개선된다.

예를 들자면, 네이버와 다음에 들어가면 ‘댓글수’에 놀랄 때가 많다. 그런데 이건 먼 산이나 허공에 대고 소리 지르는 것과 같다. 댓글로는 피드백이 되지 않는다. 그 언론사 사이트에 찾아가고, 그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 한 언론사는 독자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대답한다. 그런데 이건 협력저널리즘이 아니다. 독자가 생산과정에 개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디언의 오픈저널리즘에 대해 한겨레 황보연 기자는 2012년 기자협회보에 이같이 썼다. “오픈 저널리즘을 대하는 ‘가디언’의 태도는 공격적이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뉴스리스트’(Newslist)의 공개가 대표적이다. ‘가디언’의 편집자들은 매일매일의 지면계획을 홈페이지에 올린다. 예고된 기사를 작성할 기자의 이름이 게시되기 때문에 만일 독자들이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갖고 있다면 곧바로 이를 전달할 수 있다. 독자들은 특정 기사가 어떻게 작성됐는지, 혹은 어떤 과정에서 누락되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다룬 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북콤마, 2014년 9월)는 사회운동 활동가와 기자가 함께 쓴 책이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과 한겨레 정환봉 기자는 함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명암과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을 추적했고, 죽음을 막는 방법을 고민했다.

독자가 기자를 키워내야 한다. 독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보내고, 기자와 언론은 독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이런 과정만이 저널리즘의 질을 높인다. 가디언을 보라.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한지 7~8년 만에 이렇게 성장했다. 또,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기자를 견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순히 언론에 소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자와 함께 콘텐츠를 함께 기획한다면, 저널리즘의 질도 높아지고 믿을 만한 기자도 많아진다.

물론 기자들의 채용부터 뉴스룸과 언론사 조직, 그리고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근본적으로 저널리즘의 질이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에서 정치와 경제, 그리고 민주주의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의 수준이 이 정도이기 때문에 이 정도 저널리즘인 탓도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자면 이렇다. 첫째, 관심 있는 언론사의 애플리케이션(또는 모바일웹)을 하나쯤은 늘 열어보자. 둘째, 댓글이나 이메일로 뉴스룸에 의견을 보내자. 셋째, 어떤 뉴스를 보고 성급하게 단정하고 경솔한 행동을 하지 말자. 넷째, 좋은 뉴스는 당신의 SNS를 통해 공유하고 격려하자. 당신이 좋은 저널리즘을 위해 거의 유일한, 그러나 강력한 영향력자들임을 결코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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