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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 민영화' 포장하는 조선일보 세련된 수사학새누리당 발 적자 공기업 퇴출 규정, 철도민영화 근거 되나
김민하 기자 | 승인 2014.09.15 15:31

새누리당이 만성 적자 공기업에 대한 퇴출 규정을 만든다. 공기업이 지속된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가 되어도 퇴출 근거가 없어 손을 못대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일종의 ‘우회 민영화’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공기업개혁분과는 오는 19일 공기업개혁 공청회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의 공기업 혁신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공기업 퇴출 규정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포함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민간에 떼어줄 시장은 떼어주고, 집중할 분야는 제대로 해서 공기업의 비효율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공기업이 민간 영역에서 철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제출할 공기업 퇴출 규정은 지방공기업의 퇴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방공기업의 퇴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석탄공사와 코레일이 퇴출 대상으로 꼽히게 된다.

   
▲ 조선일보 15일자 1면 톱기사.

<조선일보>는 15일 1면 톱기사로 이와 같은 내용을 다루면서 지방공기업법에 의하면 ‘퇴출’ 방법으로 주식을 국가에 양도하는 국유화, 민간에 넘기는 민영화, 다른 공기업이 인수하는 합병, 회사를 아예 없애는 해산 등을 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사회공공연구소 김철 연구위원은 “현재 새누리당의 안대로라면 석탄공사는 해체될 것으로 보며 코레일은 민영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안과 <조선일보> 보도를 감안하면 2013년 말 ‘철도민영화’ 논란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코레일의 상황은 좋지 않다. 코레일 직원들은 15일 오전 서울역과 대전역에서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대책’의 조속한 노사합의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표현은 ‘조속한 노사합의’지만 사실상 노동조합 측을 압박하는 내용의 집회다. 이에 대응해 전국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이 집회가 열리고 있는 광장 한쪽에서 “철도민영화 즉각 중단하라”, “최연혜 사장 물러나라” 등이 적힌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직원들이 양쪽으로 나뉜 그림이다.

   
▲ 15일 오전 한국철도공사 측이 서울역 광장에서 경영정상화 대책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는 '철도 한마당 결의대회'를 열자, 이에 반발한 노조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맞대응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퇴직금 산정방식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LH공사 등 18개 공공기관을 부채감축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해 경영정상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노사 합의시한으로 오는 20일을 지정한 바 있다. 18개 공공기관 가운데 경영정상화 대책에 대한 노사합의를 이루지 못한 기관은 코레일이 유일하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지난 8월 18일 경영정상화 대책과 관련해 퇴직금 산정방식을 제외한 14개 과제 중 25개 항목에 대해 합의를 이뤘지만, 해당 합의안이 철도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고 철도노조 집행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만일 코레일과 철도노조가 끝까지 경영정상화 대책에 합의하지 못하면 코레일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돼 내년 임금인상 및 성과금 지급 등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안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여기에 사실상 코레일이 ‘민영화’ 될 수 있는 옵션이 하나 더 추가된다. 그간 철도민영화를 추진해왔던 측에서 볼 때는 손해볼 게 없는 ‘꽃놀이패’다. 코레일 노사가 경영정상화 대책에 합의하면 ‘강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노조의 영향력을 축소할 수 있게 되고, 경영정상화 대책에 합의하지 못하면 민영화 수순을 밟도록 하면 되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15일자 지면에 실린 글.

<조선일보>는 15일자 사회16면에 <매번 강경파에 휘둘리는 코레일 노조>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통해 철도노조 때문에 코레일의 경영정상화 대책이 합의되지 않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정부 여당과 <조선일보>까지 한통속이 돼 철도노조 측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것을 사자성어로는 ‘침소봉대’라고 한다.

책임있는 언론이라면 철도노조에 대한 비판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국민 다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철도민영화 정책이 여당에 의해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줘야 한다. 수서발 KTX 법인 분리로 인해 철도민영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다수의 전문가들은 코레일의 부채가 정부의 잘못된 정책집행과정의 적자를 코레일이 떠안게 된 결과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과정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오히려 적자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 관료들이 오로지 공기업 부채의 규모만 평가해 철도민영화의 근거를 만드는 일을 ‘정론’을 자처하는 언론이 거들어서는 안 된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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