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문제에서 강행 돌파를 선택했다. 서울시교육청은 4일 오후 서울지역 8개 자율형사립고가 종합평가에서 기준점수를 충족하지 못해 지정취소 대상 학교로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평가 대상 학교는 2010년부터 서울에서 자사고를 운영해온 경희고, 동성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이화여고, 중동고, 중앙고, 한가람고, 한양부고, 하나고 등 14곳이었다. 이중 서울시교육청이 지정취소 대상 학교로 확정한 8개교는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시 교육청 기자실에서 자율형 사립고 제도 개선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오후 서울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에서 "저의 모교(중앙고)도 지정취소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인간적으로 서명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조 교육감은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로 이어지는 고교서열화가 고교평준화의 대안이 될수는 없다"면서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동등한 자율성을 갖고 경쟁하는 상향평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조 교육감은 "학부모들이 자사고에서 기대하는 것을 일반고에서 온전히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면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은 모든 교육주체를 피해자로 만드는 대학서열화 및 학벌사회를 타개하기 위한 근원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와 학부모의 반대를 의식한 듯 "재지정 취소가 된다고 해서 학교 수명이 끝나는게 아니다"면서 “이번 8개 학교는 지난 5년간 수평적 공교육 체계에서 벗어나 자사고로서의 특별한 실험을 마치고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조 교육감은 "자사고들이 이전부터 유지해왔던 명문 사학의 역사와 전통을 일반고 틀 안에서 실현해 달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육감은 "권한 주체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자사고 존폐 문제를 정치권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요한 의제로 삼아주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 이근표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의 자사고 14개교 가운데 8개교가 재지정 기준점수에 미치지 못했다며 오는 4일 발표를 한 후 지정취소를 위한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종합평가결과에 대해 반려 조취를 취하겠다고 밝혀 양측이 자사고 지정취소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근표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 14개교에 대한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 8개교가 기준점수(100점 만점에 70점)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근표 국장은 "2010년 도입된 자사고는 입시교육에 치중해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하고 우수학생을 싹쓸이해 교육환경을 악화시키는 등 공교육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자립형사립고를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문용린 전 교육감 시절 6월까지 진행한 자사고 1차 평가와 조희연 교육감 취임 후 실시한 2차 평가 결과에 모두 논란이 제기되자 평가 지표를 재검토해 지난달말까지 (3차)종합 평가작업을 실시했다. 종합평가는 6개 평가영역, 13개 항목, 30개 평가지표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근표 국장은 "지난 6월 평가지표를 최대한 존중하되, 척도점과 중요 항목의 배점을 조정하고 교육청 재량평가 지표로 교육 공공성 등을 추가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및 학부모들의 반발을 고려해 평가결과의 적용시기는 2016학년도로 1년 연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8곳의 지정취소 대상 학교에 대해 청문 및 교육부와의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에 지정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적용시점이 2016학년도인 만큼 10월에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더라도 2015학년도 입학 전형은 당초 예정대로 진행된다.
▲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서울시교육청은 청문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자진해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 대해선 지난 7월 발표한 대로 내년부터 5년간 최대 14억원을 지원하는 등 '채찍과 당근' 양면 작전을 펼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퇴출'대상으로 지목된 자사고들이 법적대응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이 지정취소 협의를 신청할 경우 바로 반려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지정취소가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앞서 교육부는 교육감이 특성화중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를 지정하거나 지정 취소하는 경우 교육부장관의 사전 협의가 아닌 '사전 동의'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애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제76조제1·5항, 제90조제3·5항,제91조의3 제1·4항)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장휘국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광주시교육감)이 4일 오전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교육부와 진보교육감 간의 갈등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 장휘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장(광주시교육감)이 지난 8월 27일 대전 유성구 롯데시티호텔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협의회 및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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