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1일 PC버전 통합검색 알고리즘을 바꿨다. 왼편에 있던 섹션을 위로 올려 3단짜리 화면을 2단으로 줄였다. 검색결과 화면을 중앙에 집중시켰다. 검색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기본정보 옆에 관련 정보를 실었다. 지식iN과 블로그, 지식쇼핑 같이 화면 상단에 뜨던 내용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순위를 빼고 ‘핫토픽 키워드’ 순위를 넣었다. 거칠게 보자면 구글과 다음의 검색 서비스를 조금씩 합쳤다.

“사용자 인터랙션(Interaction)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는 게 네이버 설명이다. 네이버는 “기존 검색이 단방향의 문답형 방식이라면, 이번 개편에서 네이버는 사용자 인터랙션을 위한 다양한 알고리즘을 반영함으로써 문답형의 정보 이외에도 이용자와 묻고 답하는 대화형 방식으로 해당 키워드와 연관된 정보를 추천 및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명량’을 입력하면 정보를 단순 나열해 보여주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3일 오후 네이버에서 ‘아이유’를 검색한 결과. 이제 구글보다 낫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검색서비스 개편 프로젝트는 상반기에 시작됐다. 전자신문은 2일자 기사 <네이버-다음 검색 전쟁, 하반기 더욱 뜨거워진다>에서 다음과 네이버의 검색서비스 경쟁을 소개하며 네이버가 상반기 웹 검색 품질 향상에 집중했다고 보도했다. 전자신문에 따르면, 검색 결과 상위 20개 사이트로 이동하는 비율은 44%에서 개편 후 16%로 줄었다. 전자신문은 웹 문서 영역에서 100회 이상 클릭된 사이트 수도 30% 늘었다고 전했다.

검색 첫 화면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검색’에는 광고주, 언론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검색을 개편한 것은 그 동안 검색과 관련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네이버 검색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많았는데 이게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찌됐든 네이버가 이용자 중심적으로 ‘검색엔진’을 개편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색결과 상위 사이트로 이동하는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통계는 네이버의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온라인광고는 신문과 다르다. 신문 백면(맨 뒷면) 광고 단가는 (물론 협상이 결정적이지만) 발행부수와 관련이 있지만 온라인의 경우, 클릭수가 비용을 결정한다. 검색광고 단가는 내려갈 게 빤하다. 이번 PC검색 개편은 언뜻 보기에 네이버에 유리할 게 없다. 의도를 두고 두 가지 분석이 나온다.

▲ 네이버의 모바일 퍼스트, 스크롤 유도 전략이 먹힐까?

우선 이용자를 게으르게 만들어 체류시간을 늘리려는 것. 한국일보 3일자 기사 <네이버 검색창 대변신, 숨은 이유 있었네>에 등장한 네이버 관계자 설명에 답이 있다. “검색어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 0.9초 이내 결과를 표시하도록 했다. 이용자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줘 조금 더 게으르게 만드는 것이 내부 검색 개편의 방향이었다.” 검색은 빨라졌지만 결과 첫 화면에 여러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네이버에 머무르는 시간은 늘기 마련이다.

두 번째 이유는 네이버의 모바일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네이버는 PC검색 개편 전인 지난달 모바일웹을 리모델링했다. 핵심은 ‘스크롤’ 유도다. 네이버는 “스크롤을 내리면 콘텐츠가 계속 추가되는 형태로 각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는 정보의 양도 대폭 늘렸다”며 “시간대별로 편집해 반영하는 기존 방식을 새로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애 이용자를 더 붙잡아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네이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음카카오’ 출범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만약 카카오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채팅방에 다음 검색엔진을 집어넣는다면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크게 오를 게 빤하다. 다음은 ‘방금 그곡’ 같은 간편검색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어떻게든 체류시간을 늘려야 한다. 네이버는 이제 다음보다 많이, 그리고 마치 구글처럼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이제야 포털 사업자들의 경쟁이 시작됐다.

▲3일 오후 구글에서 ‘아이유’를 검색한 결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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