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10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민영 미디어렙,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지난주 민주당이 종교방송사 사장단과 면담한 직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약속한 자리였다.

사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논쟁은 ‘오래된 핫이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코바코)는 지난 20여년의 민주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개혁을 거치며 나름대로 방송광고요금 안정화와 언론 다양성 보장 등의 공적기능을 수행해왔다. 민영화론 쪽에서는 오래 전부터 코바코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이 기능을 대체할 무언가를 확실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일단 민영화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으니, 언론계가 거센 반발을 하고 나서는 것이다.

▲ 지난 22일 국회도서관에서 민주당 소속 문방위가 연 ‘민영 미디어렙,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정영은

이날 토론회에는 언론학계 및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현업 종사자 등 토론자만 8명에 달했다. 이들은 “정부가 대책없이 밀어붙이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무리”라면서 “코바코 ‘해체’가 아닌 ‘개혁’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스템의 해체가 아니라 판매방식의 변화를 통해 순기능을 확대하자는 얘기다. 현재 코바코는 공적 역할을 하지만 광고가 잘 안 붙는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 같은 매체들의 광고를 공적 지원 형태로 연계판매하고 있다. 민영화로 가게 되면 이러한 공적 기능을 대체할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주장이다.

현 시점에서 방송광고 구조개편은 “공영방송 민영화의 앞길을 열기 위한 언론장악 의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금처럼 코바코가 방송사들의 광고요금과 판매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민영 미디어렙을 통해 각 방송사가 알아서 방송광고를 판매하는 경쟁시스템이 도입되면, 결국 방송사들이 각자 광고 따내기에 몰두해 시청률 경쟁에 더욱 내몰리게 돼 사실상의 민영화 단계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민영 광고판매회사가 생기면 방송광고 판매요금이 요동치면서 물가상승으로 인한 국민가계의 부담도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현재 방송광고 단가는 신문광고 단가의 절반 수준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통계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사회를 맡은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정기국회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분투를 기대한다”며 미디어렙 민영화 반대에 앞장서주기를 당부했다. 이는 월요일 아침부터 긴급히 국회로 모여 반대 논리를 열심히 펼친 토론자들 모두의 희망을 담은 발언으로 비쳤다.

그런데, 토론회를 지켜보며 과연 민주당에게 미디어렙 민영화 저지를 기대할 만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토론자의 발언 중간에 급히 당도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인사말을 요약해 옮기면 이러하다.

“나는 이 분야를 잘 모르는 문외한인데도, 처음부터 이상하고 문제가 있다고 보였다. 이상한 것을 내밀 때에는 뭔가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당에서는 전병헌 문방위 간사나 최문순 의원 등이 무엇이 문제인가를 분명히 보고 관여해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 당은 토론회나 다른 자리를 통해서, 또 정기국회를 통해서 실천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방송·언론은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관심 갖고 거들 일 있으면 거들겠다.”

정말 ‘모르고 있는 것’(문외한) 같은 정 대표의 인사말. 그는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이 “다 죽으라는 것이냐”며 절규하는 상황이고, 이것이 결국 방송시장 전체의 구조개편과 연결되어 있는 중대사안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당이 어떻게 미디어렙 민영화 혹은 언론 장악 시도를 막을 것인지, 대략적인 진행 상황과 계획이라도 밝혀주길 바랐던 기자의 바람이 너무 컸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토론회 내내 ‘어떻게’는 빠진 채 “방송의 공익성·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되풀이하는 민주당 전병헌 문광위 간사의 발언이 어느 개신교 부흥회 간사의 “믿슙니까~?”처럼 들리는 것은 또 왜일까? 섣불리 “아멘(믿습니다)”이라고 답하지 못하겠으니, 아무래도 기자는 ‘믿음’이 크게 부족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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