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에서 세금탈루 및 자기논문표절에 대해 사과한 김종덕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 이후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김 문체부장관의 취임을 마냥 축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유진룡 전임 장관에 대한 갑작스런 ‘면직’은 김 장관 체제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면직처리는 무성한 말들을 만들었었고, 유 전 장관이 소관 기관들에 대한 각종 인사청탁을 거부하면서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참여정부 때부터 인사에 관해서만큼은 나름 ‘소신있는’ 인물로 평가 받았던 유 전 장관은 이번에도 인사 문제에 있어 윗선과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체부는 조만간 아리랑TV 사장과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에 대한 임명을 앞두고 있는데, 직전에 면직된 유 전 장관의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청와대가 새로운 장관을 임명한 기준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리랑TV·영진위의 임명권을 쥔 김종덕 장관

김 신임 장관이 임명해야 하는 자리 중 하나인 아리랑TV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문체부장관으로 정성근 전 아리랑TV 사장을 내정하면서 공석이 됐다. 아리랑TV 사장의 공석 자체가 정권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제는 아리랑TV 사장이 그동안 ‘낙하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부에는 “우리 회사는 그동안 늘 정권의 전리품으로서 낙하산 사장이 내려왔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크다. 손지애 전 사장의 임기가 오는 8월까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사유를 들어 자진사퇴하고 정성근 전 사장이 내정됐을 때에도 ‘낙하산’ 비판이 컸었다.

영진위원장 임명은 더욱 복잡하다. 영진위 임원추천위원회는 문체부에 이미 오명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한상준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을 2배수로 추천했다. 이 가운데, 오 전 논설위원이 최종 후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오명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영화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다는 점에서 반발 기류가 크다. 한국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한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계단체들은 지난달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영진위 수장으로 영화계와 영화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측면에서 어떤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따져 묻고 싶다”며 “영화계와의 적극적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후보선정”이라고 비판했다.

영화계에서는 특히 영진위원장의 선임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4기 위원회 구성과 운영의 원칙이 변질됐다”며 “그 후 선임된 두 명의 위원장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거나 특정 지원사업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퇴진하기도 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영진위의 특수성과 상황을 고려해 범영화계의 지지를 받는 위원장을 선임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문화계 ‘낙하산’, 언제쯤 사라질까

아리랑TV는 국가이미지를 제고시키기 위한 국제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가의 ‘선전방송’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제는 방송으로서 독립성을 갖춰 편성의 자율성을 확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 같은 이유로 이번만큼은 제발 낙하산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언론계의 중론이다.

영진위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낙하산 위원장을 거치면서 영진위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조희문 전 위원장은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관 사업자 논란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각본부문 0점을 주는 등 좌우로 편 가르기로 갈등을 조장했다. 결국, 조 전 위원장은 독립영화제작지원 심사에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직에서 물러났다. 이제는 다시 영진위가 영화 ‘진흥’ 단체로서 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능력 있는 수장 임명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 반드시 지켜야하는 곳이 문체부이다. 그런 점에서 김종덕 신임 장관은 다행히도 인사청문회에서 광주비엔날레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에 대해 “문체부는 (광주비엔날레를) 지원하지만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 장관의 ‘무개입’ 원칙이 아리랑TV 사장과 영진위원장 인사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까. 만일, 이들 기관에 ‘도로 낙하산’이 온다면 김 장관의 ‘무개입’ 원칙은 그야말로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왜 그렇게 서둘러 유 전 장관을 '면직'했던 것인지도 명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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