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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10년, 정부 자화자찬 이면에 ‘완벽한 착취’이동의 자유 사전봉쇄, 노동권도 인권도 없는 이주노동자들 “불쌍하게 보지 말라, 같이 싸우자”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8.17 22:53

2003년은 ‘열사정국’이었다.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는 ‘손배가압류’를 비판하며 자기 몸에 불을 댕겼다. 세원테크 노조위원장 이해남씨도 손배가압류를 비판하며 죽음을 선택했다.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씨는 85호 크레인 위에서, 조합원 곽재규씨는 크레인 아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 노동자 이용석씨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을 규탄하며 불을 댕겼다.

이름 모를 죽음이 더 많았다. 노무현 정부는 “산업연수생 제도의 폐해를 없애겠다”며 ‘고용허가제’를 추진, 선제조치로 ‘4년 미만 미등록체류자 선별합법화’를 진행했다. 정부의 ‘불법 찾기’로 이주노동자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3년에만 스리랑카 출신 다르카씨, 방글라데시 출신 비꾸씨와 자카리아씨,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씨, 우즈베키스탄 출신 부르혼씨가 목숨을 끊거나 단속을 피하다 숨졌다.

노동자 80% ‘불법’ 만들며 시작한 고용허가제
한국에 정착 못하게 한 ‘단기순환 원칙’이 핵심

노동부에 따르면, 2003년 불법체류율은 80%였다. 10명 중 8명은 추방 대상이었던 셈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비전문 외국인력 활용’을 목적으로 1993년 시작한 산업연수생제(2007년 1월 폐지,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는 이주노동자를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대상으로 뒀고 노동자들은 초저임금 노예 신세가 됐다. ‘한국의 사장님들’에게 이주노동자는 이윤의 원천이었고, ‘불법’을 숨겨가며 일을 시켰다.

정부는 2004년 8월17일 브로커 문제와 불법체류 문제의 뿌리를 뽑겠다며 고용허가제를 전격 시행했다. 당시 이주노동자들이 명동성당 들머리 등에서 380일 넘게 농성했다. 이들이 바란 것은 사업주가 권리를 ‘관리’하는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직접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노동비자’였다. 이주노동자들과 사회운동단체들은 1996년부터 줄곧 정부에 “이주노동자에게 노동비자를 달라”고 요구해왔다.

정부는 기본원칙 5가지를 세우고 고용허가제를 강행했다. 한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기업에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하는 ‘노동시장 보충성의 원칙’, 공공부문이 직접 도입·알선을 관리하는 ‘투명성의 원칙’, 시장수요에 맞춰 노동자를 공급하는 ‘시장수요 존중원칙’,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정착하지 않도록 하는 ‘단기순환 원칙’, 이주노동자를 한국의 노동자와 차별하지 않는다는 ‘차별금지 원칙’이다.

   
▲ 노동부가 밝히고 있는 고용허가제 기본 원칙. (자료=고용노동부)

한국 체류 외국인 셋 중 한 명은 고용허가제
경제발전 일등공신 이주노동자는 ‘최저임금자’

고용허가제는 한국이 ‘송출’ 국가와 매년 송출 규모를 정하면, 이 국가들이 노동자를 보내는 방식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일반 외국인력(E-9)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15개 국가, 방문취업 동포(H-2)는 중국・구소련 국가다. E-9 송출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업종은 △중소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 등 5개다. 방문취업 동포는 음식점, 가사‧간병 등 29개 업종에서 일할 수 있다.

6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169만8983명 중 고용허가제(E-9, H-2)로 들어온 노동자는 47만2218명이다. 이는 정부가 ‘불법체류자’로 분류한 18만7340명을 훌쩍 넘는다. 전문인력(E-1~E-7) 4만3556명, 유학생(D-2) 5만5585명, 결혼이민자 14만2038만 명, 단기취업(C-4) 724명, 기술연구(D-3) 1396명, 기업투자연수(D-8) 5498명, 선원취업(E-10) 8061명보다 많은 규모다.

노동부는 13일 ‘고용허가제 10주년 평가토론회’에서 고용허가제로 “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통한 경제발전”을 이뤘고 “외국인근로자의 임금체불 감소 등 근로자로서 권익을 향상”했으며 “공공기관을 통한 송출로 제도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제고”했다고 자화자찬했다. 과제로는 △권익향상 노력 △외국인력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 △법·원칙이 지켜지는 고용허가제 추진을 들었다.

만료시기마다 개정, 목적은 하나 “저임금 착취 계속”
고용허가제 10년, 기간은 늘었는데 권리는 줄었다

정부는 5가지 원칙에 따라 고용허가제를 설계했다.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사업주의 승인이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만 허용할 뿐인데 이마저도 변경기간은 3개월, 변경횟수는 3년 동안 3회로 제한돼 있다. 폭언, 폭행 같은 ‘형사사건’이 발생하고, 임금체불 같은 ‘노동권 침해’가 있더라도 즉각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결국 ‘저임금 단기 활용 정책’인 셈이다.

고용허가제의 목적이 ‘저임금 인력 단기순환 활용’이라는 것은 몇 번의 개정내용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도입 초기 3년을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한 뒤 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는데 2007년 체류기간이 끝날 시점에 시행령을 고쳐 “기간 만료 노동자가 사용자와 재고용계약을 체결할 경우 1개월 출국 뒤 입국 후 3년간 동일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게 ‘재고용제도’다.

2010년 만료 시기가 오자 2009년 하반기 법이 또 개정됐다. 한국에서 3년을 일한 이주노동자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1년 10개월을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2011년에는 사업장을 변경하지 않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업주의 재고용계약이 있을 경우, 기간을 최장 9년 8개월(중간 3개월 출국)을 보장하는 ‘성실근로자 재입국취업 특례제도’가 도입됐다. 물론 기간의 연장은 ‘사업주’ 요청이 있을 때다.

   
▲ 2004년 8월17일 시행된 고용허가제(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만 10년이 됐다. 1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실에서는 ‘이주노동자 차별과 무권리/ 고용허가제 10년을 말한다’ 포럼이 열렸다. 노동, 법률, 사회운동단체들이 함께 구성한 이주정책포럼이 주최한 이 포럼에는 10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참석했다. (사진=미디어스)

송출과정부터 ‘사업장 이동’ 원천봉쇄한 한국
‘불법 방지 한다’며 퇴직금 제때 못 받게 개악

최장 9년 8개월으로 기간은 늘었지만 정작 권리는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이주인권센터 김기돈 사무국장은 17일 이주정책포럼이 주최한 ‘고용허가제 10년 평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식의 체류기간 연장은 이미 강력했던 사업주의 권한을 더욱 막강하게 부여하는 효과를 낳았다”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을 억제하고 사업주 권한에 순응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는 더 제한됐다. 정부는 2009년 UN 사회권위원회와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도 2012년 7월 ‘사업장변경자에 대한 알선지침’을 변경, 노동자들에게 사업장 목록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정보를 차단해야 알선 비리를 없앨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정부는 지난해 사업장변경자가 많은 국가의 몫을 줄이기로 했다. 사실상 직업선택의 자유는 ‘송출과정’부터 봉쇄된 셈이다.

침해된 권리는 더 있다. 정부는 지난해 미등록 체류를 방지하겠다며 ‘퇴직금 보험금’ 수령시기를 ‘출입국심사대 통과 뒤’로 바꿨다. 그런데 이 때문에 사업장을 변경한 노동자들은 제때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퇴직금 보험’ 제도는 애초 중소영세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을 떼먹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을 가지고 ‘불법 방지’를 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는 지난해 각국 정부가 노동자에게 ‘이탈보증금’을 징수하는 것을 용인했다. 베트남 노동자가 한국에 건너올 때 내야 하는 보증금은 우리 돈으로 560만 원이다. 특히 정부는 이주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2005년 정부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대신 정부는 이주노조 위원장 및 집행부 전원을 표적단속, 추방했다. 현재 대법원 ‘최장기’ 계류 중이다.

   
▲ 지난해 노동부는 미등록체류를 방지하겠다며 퇴직금 보험금 제도를 일방적으로 바꿨다. 이전까지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옮기면서 퇴직금 보험금을 받았으나, 이제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서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사진=미디어스)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증언하는 ‘현장’은 참혹하다
“그렇다고 나를 불쌍하게 보지 말라, 같이 싸우자”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비대위원장은 “지금까지 강제추방으로 18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한국 정부는 말로는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3권을 적용한다고 하지만 고용허가제 상 모든 권리는 사업주에 있고 사업주 허락 없이는 아무 것도 알 수도,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값싼 인력일 뿐”이라며 “사업장 이동의 권리도 계속 개정됐고, 작은 권리들도 뺏기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십 년 동안 제도는 개악됐고 권리는 축소됐고 현장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고 증언한다. 한국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 출신 노동자는 “화학물질 때문에 병에 걸리거나 다치면 산재 신청을 해주기는커녕 치료도 제대로 안 해준다”며 “계약한 뒤 다른 힘든 일을 시키고, 시간외수당과 휴일수당을 주지 않아 사업장을 바꿔달라고 하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는 “많은 현장에서는 근로계약 대신 도급제를 강요하고, 그래서 근로계약대로 하겠다고 하면 결국 사업장에서 쫓겨나고, 해고를 당하면 사업장변경횟수가 남아 있지 않아 결국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락된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업의 특성상 내가 하는 작업을 완료하면 그만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3년 전에 미등록이 되는 비율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돼지농장에서 일해 왔다는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는 계약서 상 ‘돼지사육’ 말고 다른 일도 해야 하고, 임금도 제때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병에 걸려서 죽는 돼지가 있을 때는 사장이 우리에게 강제로 먹게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일 년 동안 휴일은 이틀뿐이었고, 시장도 겨우 5~6번만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다고 저를 불쌍하게 보지 말라”며 “같이 싸우자”고 했다.

   
▲17일 포럼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허가제, 노동비자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부 자화자찬에 ‘이주노동자 착취’ 현실 있다
사업장 이동 자유와 체류기간 5년 이상 보장

이 같은 현실은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단기 활용하면서 정착을 막을 목적으로 설계, 시행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후 △산업연수생제 당시 300만 원이 넘던 ‘송출비용’이 100만 원으로 줄었고 △불법체류자 비율이 줄었고 △이주-정주노동자 간 차별 해소에 기여했고 △사업장 이탈율도 2007년 50~60%에서 3.3%로 급감했다고 주장하지만 사회운동단체들의 진단은 정반대다.

김기돈 사무국장은 “송출비용이 정부가 내놓은 공식, 비공식 비용에 비해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며 “특정 몇 국가에 있어서는 공식 비용의 4배 이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의 48.2%는 한국정부 주장하는 평균 송출비용의 4배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했다고 응답한 실태조사 결과도 있다. 특히 사업장에서 폭언(78%)과 폭행(26.8%) 등 차별이 여전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사업장 변경에 관련한 조사결과를 보면 정부의 평가가 ‘설계’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주정책포럼에 따르면 사업장 이동을 계획하는 이주노동자가 전체 61.6%다. 체류기간 3년 이하 노동자의 76%, 5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 82.1%가 사업장 변경을 원했다. 더구나 농축산업은 업종 전환이 불가능하다. 사업장 변경을 원하지만 기간, 횟수, 업종 제한에 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다수라는 이야기다.

김기돈 사무국장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는 임금노동계약의 기본조건을 제약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이 같은 불합리한 제약은 노동시장 내 위계를 가오하해 전체 노동자의 조건을 악화하는 하향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이를 완전히 보장하는 것부터 고용허가제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5년 이상의 기본적인 체류기간 보장해 제도를 현실화하고, 노동3권과 가족 동반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단체 ‘TAW’ 정혜실 대표는 “한국의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나라고, 이주노동자들이 제조업 공장에서 물건을 만든다. 한국인의 밥상에 올라오는 상추, 생선, 고기는 농업, 어업, 축산업 이주노동자가 키우는 것이다. 한국사회 곳곳에 이주노동자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고, 한국사람이 먹고 살게끔 밑바닥에서 떠받치는 게 이주노동자”라며 “고용허가제의 잘못된 점을 꼭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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