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사흘째인 16일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직접 집전하는 시복식 미사를 거행했다. 무려 10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려 50만명이 모인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인파에 비해서도 두 배가 많았다.

시복식 미사에 초청받는 사람들은 17만 명이었다. 사전에 입장권을 받지 못한 신자들은 광장을 둘러싼 90cm 높이의 방호벽 밖에서 기다리며 시복식을 기다렸다. 일부 참석자들은 오전 3시 30분께부터 광화문광장에 나와 조용히 성경을 읽으며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미사를 기다렸다
시복식은 가톨릭에서 성덕이 높은 이가 선종하면 일정한 심사를 거쳐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하는 것을 말한다. 시복식이 열린 광화문광장에선 18세기 조선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이 이뤄졌다. 제사를 거부해 처형당했던 윤지충 바오로 외 123위 시복식은 가톨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복자로 추대하는 것이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앞서 오픈카를 타고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시10분쯤 교황이 도착하면서 광화문 광장 일대가 들썩였다. 전광판에 교황의 모습이 보이자 신자들이 기립해 두 팔을 들고 교황을 반기는 장관이 연출됐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 등 외신도 시복식을 여러 차례 생중계로 연결한 뒤 시복식이 시작되기 전 신자들이 줄지어 입장하는 모습과 시복미사 장면을 방영했다.
시복미사 전 교황 카퍼레이드를 하던 교황은 예정에 없던 하차를 하여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했다. 오전 9시 30분경 34일째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인 김영오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교황은 이례적으로 편지를 수행원에게 전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신자들은 미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뙤약볕 아래 자리를 지키며 순교자들의 시복과 교황 방한에 감사하는 기도를 올렸다. 교황은 강론에서 순교자들의 죽음의 가치를 해설하면서 “현대인들은 무엇을 위하여 죽을 수 있는가",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과도 같다", "막대한 부(富) 옆에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있다“는 등의 강론을 했다.
시복식 이후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 이르는 교통 통제는 시설물 철거와 무관한 외곽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풀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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