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경호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남대문경찰서가 명동성당 안에서 시위 중이던 장애인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꽃동네 거주 탈시설 장애인 모임’은 14일 오후2시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3일 명동성당의 본당까지 들어와 장애인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해간 남대문경찰서를 규탄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제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있던 지난 13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박옥순 사무총장 등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장 강우일 주교와의 면담을 위해 명동성당을 찾았다. 교황의 방한 일정 중 ‘꽃동네 방문’을 취소해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꽃동네는 한국의 대표적인 장애인 대규모 수용시설로 ‘낮은 곳을 향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분히 관심가질 수 있는 장소이다. 하지만 이런 시설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철저히 분리 수용하는 방식으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고립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꽃동네의 경우 사유화된 거대 복지 권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동네는 오웅진 이사장과 친인척 등의 명의로 전국 각지에 부동산이 400만평이 넘을 뿐 아니라 정부 예산 또한 매년 380억 원씩 지원받고 있다.
이에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 등은 강우일 주교와의 면담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꽃동네를 방문하는 것은 “끝까지 버려진 장애인을 만난다는 의미이다. 이는 교황의 방문 목적에도 맞지 않을 분 아니라, 사유화된 거대 복지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의미만 남길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13일 오후5시 40분경, 남대문경찰서는 경찰들을 동원해 이들을 연행했다.
그러나 남대문경찰서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된 남대문 경찰서 문을 경찰들의 방패로 막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찰서 앞을 차벽으로 가려 그 안에서 장애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곳곳에서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채증하는 경찰들의 모습도 쉽게 발견됐다.
“개처럼 끌려나와…왜 장애인들은 들어가면 안 되나”
박경석 대표는 먼저 13일 남대문경찰서의 폭력적인 연행에 대해 “우리는 왜 명동성당에 들어가지 말아야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박경석 대표는 “명동성당은 일반 시민들과 신자들 모두, 구경을 하거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이라며 “그런데 왜 장애인들만 들어갈 수 없도록 막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박 대표는 “우리는 단지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반하는 대규모 장애인 수용시설인 꽃동네에 들르는 문제로 강우일 주교와 면담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경석 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주한교황청대사관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고, 기자회견도 했다. 그런데 답이 없었다”며 “그래서 방한준비위원장인 강우일 주교를 만나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데 경찰이 쫓아와 우리를 끌어냈다”고 토로했다. 그는 “성당은 약자들이 가는 피신처이다. 과거로부터 탄압받는 이들이 부당함을 알리던 공간이었지 않느냐”며 “그런데 성당의 앞마당까지 공권력이 들어가 우리를 끌어낸 이유가 뭐냐. 지금이 독재시대도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석 대표는 “저는 하반신 마비이다. 허리를 지탱하지 못해 연행과정에서 앞으로 꺾여 땅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며 “그런데 경찰들은 그런 저를 휠체어와 몸을 분리한 채 연행했다. 그야말로 개처럼, 짐승처럼 끌려 나왔다”고 개탄했다. 연행과정에 미란다 고지도 없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한편, 이들은 14일 오후 명동성당을 재차 방문하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행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여전히 “프란치스코 교황님, 꽃동네에 꼭 가셔야겠나요?”라고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