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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도 의지도 없는 병영문화혁신, ‘문화’론 군 못바꿔부랴부랴 재탕 졸속 대책…소나기만 피해보겠다는 군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8.14 11:27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군 당국이 병영문화혁신방안이란 걸 내놓았다. 19개로 이루어진 병영문화혁신방안엔 가혹행위 관련 신고포상제도, 이른바 '군파라치' 도입, 전방소초 및 GOP부대에 가족 면회 허용, 현역 복무 부적합자 조기 전역 심사 기간 단축,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언어순화, 훈련기강 유지하되 휴식 보장, 상담시간 10분 늘리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제안들은 보수언론이 보기에도 한심한 수준이었다. 14일 <동아일보>는 <軍, 최고 통수권자에게도 재탕 삼탕 혁신안 내놓다니>란 제목의 사설에서 “그러나 이 중에는 재탕 삼탕의 대책도 적지 않다. 장병의 기본권을 높이기 위한 군인복무기본법만 해도, 2005년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들에게 인분 묻은 손을 입에 넣도록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제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도 법제화하지 않았다. 전에도 나왔던 대책들을 긁어모아 포장만 바꿔 내놓고 여론의 소나기를 피하려는 심산이라면 군은 여전히 정신 못 차렸다는 얘기가 된다”라고 비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전군지휘관회의에 참석, 병영문화 개선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서 <동아일보> 사설은 “군 일각에는 기강 유지를 위해 가혹행위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외부에서 군부대를 방문해 감독할 수 있도록 국방 옴부즈맨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 때문에 나온다. 그러나 군은 보안을 이유로 반대한다. 이번 혁신안에는 병사들의 왜곡된 서열 문화를 바꾸기 위한 계급체계 변경도 빠졌다. 생활관 개선 방안도 제외됐다. 모두 예산 부족, 보안 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군 ‘셀프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확인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중도언론인 <한국일보> 역시 <핵심 뺀 병영혁신안 '적폐 청산' 의지 안 보인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군 수뇌부의 인식이 국민들이 갖는 우려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사실만 새삼 확인시켰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사설은 “이전에 발표된 조치와 비슷비슷한 대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는 인상이 든다”라면서, 군인복무기본법이 과거 인권위 권고안보다 미흡한 점, 민간에서 제기한 군인 옴부즈맨 제도와 휴대전화 소지 허용 등이 빠졌다는 사실을 비판했다.
 
<한겨레>의 경우 <병영문화 혁신의 기본은 ‘인권’과 ‘개방성’이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진보언론다운 관점으로 접근했다. <한겨레> 사설은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군인복무기본법 추진이다”라며 혁신방안의 일부를 긍정평가 했지만 “병영문화를 바꾸려면 무엇보다 병사들의 모든 생활을 인권의 시각에서 보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군의 폐쇄성을 혁파하는 일도 시급하다. 국회가 관할하는 군사 옴부즈맨 제도 도입, 다양한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인권감시기구 설치, 내부 고발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 등은 더 늦출 일이 아니다”라며 인권 중시와 개방성 담보가 혁신의 기본임을 지적했다.
 
군 당국이 내놓은 병영문화혁신방안을 요약한다면 ‘예산 크게 들지 않고 간부도 다치지 않는 제안들의 나열’이 될 것이다. 이는 군 당국이 굉장히 특이한 형태의 현재의 징병제 군대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전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 12일 오후 경기도 용인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제25대, 26대 3야전군사령관 이·취임식이 열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이 축사를 통해 선진병영문화 정착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전 비평 기사에서 현재의 징병제 군대에 필요한 핵심 개혁과제 다섯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군 내부적인 개혁과제로 사병 임금인상안,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휴가 확대 등 개방성 강화, 군 인권문제를 제대로 적발하기 위한 군 사법체계 개편을 제시했고 사회적 차원의 개혁과제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와 여성 징집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사회복무제 도입, 대치 경비 병력을 획기적으로 줄여 군 병력과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방향의 상비군과 예비군 편제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제시했다. 
 
군 당국이 급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대안에 사회적 차원의 개혁과제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군 내부적인 개혁과제의 틀에서 봐도 군 당국이 제시한 것은 세 가지 개혁과제 중 두 번째 개방성 강화안에 국한되어 있고 그 효과도 매우 제한적인 것들이다. 거의 ‘시늉’이라 봐야 할 것이다. 
 
‘문화혁신’이란 단어부터가 군 당국의 안이한 인식을 보여준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군 당국은 ‘병영문화혁신’이 아닌 ‘병영환경혁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구조개혁·체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지부터 가져야 한다. 그런 비장한 의지 없이 군 인권문제 해결을 말한다면 실패의 미래는 예정되어 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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