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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여, 차라리 삼성을 불러낸 게 문제라고 하라자본만 편드는 중앙일보, 을지로위 비판 자격 없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8.05 01:24

중앙일보가 4일자 신문 4~5면에 ‘제1야당 이대론 안 된다’는 주제의 기획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5면에 실은 <‘을’ 보호한다며 완장 찬 ‘갑’ 행세… 길 잃은 을지로위원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을지로위가) 대기업과 중소 영세업체·대리점·가맹사업자 등의 불공정한 관계를 이슈화한 공로도 있다”면서도 대부분 지면을 을지로위원회 비판으로 채웠다. 을지로위를 “불을 지른 뒤 또 다른 곳으로 불을 지르러 떠나는 ‘화전민’”에 비유하고 “갑(甲) 중의 갑”, “반(反)기업의 대명사”로 표현한 대목도 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을지로위가 상생이 아니라 입법권의 완장을 차고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

중앙일보는 ‘완장 찬 슈퍼갑’ 을지로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기업 임원을 불러내 호통을 치고, 국회의 권한이 아닌데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을지로위가 개별 기업의 문제에 끼어들어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공정거래 기준을 넘어선 양보를 한쪽(기업)에 강요하고, 법적 권한 없이 기업 내부자료 제출을 강요하는 데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오히려 ‘을’의 피해가 커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며 을지로위의 아모레퍼시픽 개입 사례를 거론했다.

아모레퍼시픽과 특약점주에 물량을 밀어내고 있다는 불공정거래 논란이 나온 것은 지난해다. 시민운동단체와 을지로위가 움직였고 새누리당 성완종 의원(지난 6월 의원직 상실)도 이 문제 해결에 동참했다. 국회는 손영철 당시 아모레퍼시픽 사장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고, 손 사장은 국감에서 불공정거래 등을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국정감사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약속한 피해보상이 아닌 위로금 지급을 제시했고, 특약점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4년 8월4일자 5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을지로위의 개입으로 오히려 을의 피해가 커진 사례라고 주장했다. 기업에게 을지로위가 과도한 요구를 해 영세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앙일보 논리다. 특히 중앙일보는 “추운 날 함께 투쟁해줘서 고맙지만 국감까지가 끝이었다”며 “국감 이후 을지로위원회가 손을 떼자 협상이 더 어려워져서 지금은 중재를 위해 오히려 새누리당 의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특약점협회 서금성 대표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을지로위는 4일 페이스북에 “(중앙일보가) 최소한의 사실조차 확인 안 하고 기사를 썼다”고 반박했다. 조영민 기획팀장은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의원들이 현장에서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해당 기업의) 위법적인 불공정거래와 심각한 부당노동행위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중앙일보는 의원들이 기업에 대고 ‘근로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노동부에 감독을 신청하겠다는 내용”이라며 “전반적으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쓴 기사”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기사에 을지로위의 피해자로 나온 아모레퍼시픽 특약점협회 서금성 대표도 중앙일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미디어스>에 “중앙일보가 왜곡 정도가 아니라 사람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작성한 중앙일보 강태화 기자는 “그 분과 한 시간 가량 통화했고, 녹취도 있다”며 “말씀하신 대로 썼고, 논란이 될 것이 없다. 기사는 팩트다. 당내 의견도 취합해서 썼다”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15일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서금성 대표는 “오히려 을지로위원회는 새누리당 의원 도움도 받아야 한다며 도와줬는데 중앙일보는 마치 을지로위가 우리를 배신한 것처럼 썼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어 “지금 아모레 문제의 본질은 아모레가 국감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 있다”며 “사실을 왜곡한 중앙일보에 강력하게 항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중앙일보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이 같은 경우, 발언의 진위와 관계 없이 지면 구석에 “알려왔습니다”라는 제목의 반론보도를 게제하는 정도로 논란이 끝난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기서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는 중앙일보가 한면 가득 을지로위원회를 비판한 이유다. 7.30 재보궐선거 완패로 동네북이 된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당내에서도 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싸고 자기들끼리 ‘너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주고 받는다. 언론은 여기저기 소스를 긁어모아 “민심 못 읽는 야당, 아직도 선거 책임 공방만” 류의 기사를 쏟아낸다.

그런데 왜, 하필 이때, 을지로위원회일까? 을지로위가 갑을문제에 개입했기 때문에 때문에 야당표가 떨어진걸까? 중앙일보가 야당의 득표를 걱정해줄 것 같진 않다. 중앙일보가 이번 기회에 을지로위까지 무모하고 무능한 야당의 모습으로 엮어, 을지로위 활동을 위축시키려 한다고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을지로위 조영민 기획팀장은 “중앙일보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들을 위해 사전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로 재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온 보수신문에게는 ‘기업의 저승사자’이자 ‘슈퍼갑’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 지난 3월25일 유은혜ㆍ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아프리카예술박물관 피해 노동자 마리아씨가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합의 사항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맞다. 을지로위원회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사돈회사인 삼성마저 불러낸 슈퍼갑이다. ‘노동’ 표를 얹어 국회에 들어온 진보정당 국회의원들도 을지로위원회의 활동력을 부러워한다. 을지로위원회가 찾는 현장에 꾸준히 결합했던 기자가 보기에 지난해 남양유업 사태부터 지금까지 을지로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은 항상 바쁘다. 하도급업체 직장폐쇄 문제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하는 케이블SO 티브로드와 씨앤앰을 압박하기도 했고, KT SK LG 등 통신대기업 문제,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잠식 문제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을지로위원회는 국회 청소노동자,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노동자, 우체국 노동자 문제에도 개입했다. 심지어 한국마사회 개장을 반대하는 성심여자중·고등학생들과도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당 일부 세력 탓에 해결이 지지부진했던 전주 시내버스 문제 해결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이런 활동 덕분에 을지로위원회는 ‘을’이 찾아가는 곳으로 인식됐다. 을지로위는 지난 일 년 동안 유통업계 불공정거래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했고, 많은 언론이 을지로위 소속 의원실을 돌며 갑을문제를 취재했다. 해결이 더디거나, 해결책을 못 찾은 현장도 있겠으나 성과를 모두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중앙일보에서 을지로위원회의 성과는 폄하되는 정도를 넘어 아예 부정된다. 중앙일보 입장에서는 ‘잘 나가는 대기업을 갑자기 찾아가 다짜고짜 임원을 불러내고, 고성을 지르고 문제해결하라 압박하는 모습’은 국회의원이 할 일이 아니며 품격도 떨어지는 행패일 수 있다. 한쪽 편만 드는 반쪽짜리 대표자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거다. 할 말 많은 을이 직접 대기업에 들어가 사장을 불러낼 순 없다. 이들이 고성이라도 지를 수 있는 곳은 보통 건물 밖이다. 몇 년이 걸려 문제가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결국 백에 아흔아홉 소송에서 이기는 건 대기업이다. 현장에서 만난 을은 이렇게 산다.

   
▲ 지난해 12월2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청소노동자들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약속을 이행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위 갑의 횡포, 을의 눈물에 대해 중앙일보는 보도하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서울 한복판 노숙이 아닌 이튿날 쌓인 쓰레기더미를 소재로 기사를 쓴다. 기획 몇 번 깔면 정부 캠페인을 끌어내는 주류언론에게 을지로위원회는 종종 바닥 이야기를 듣고 윗선을 괴롭히는 귀찮은 존재일 터다. 보수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마저 을지로위원회 같은 기구가 생기고, 소속 의원들이 이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의 불공정 문제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는 이야기다.

중앙일보가 소개하는 을지로위원회는 “지난해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로 불거진 ‘갑을 논란’ 때 출범했다. 우원식 의원을 위원장으로 해서 현역의원 30여 명이 소속돼 있는 거대 기구다. 시민·사회·노동단체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다.” 같은 방식으로 중앙일보를 소개하면 이렇다. 중앙일보는 삼성의 언론 장악으로 출범했다. 사주인 홍석현 회장을 중심으로 임직원 500여 명이 소속돼 있는 거대 보수신문사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출신 기자들이 주축이다.

중앙일보 기자들도 누군가를 간절히 응원한 때가 있었다. 바로 사주인 홍석현 회장이다. 기자들이 외친 “힘내세요” 구호는 역사에 남았다. 중앙일보의 을지로위 비판은 원하청 불공정거래,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뭉개려는 자본에게는 “힘내세요” 구호로 들릴 것이다. 을이 아닌 갑, 사람이 아닌 자본에 감정을 이입하는 쪽을 택한 중앙일보는 을지로위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 중앙일보가 청와대, 국회, 대기업 윗목에서 놀다 길을 잃은 건 아닌가 싶다. 걱정이다.

   
▲ 지난달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용산 성심여중고 학생들이 학교인근 한국마사회의 화상경마장 개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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