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검거되면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채널A> 뉴스의 선정성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정론보도를 지향하는 두 방송사는 27일 밤 대균씨와 ‘호위무사’ 박아무개씨 관련 단독보도를 내놨는데요, 역시나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두 방송사의 메인뉴스 시청률은 가파르게 상승 중입니다.

<채널A 종합뉴스>는 첫 꼭지로 “석달 넘게 숨어살았던 유대균와 박아무씨, 조력자 말고도 인근의 치킨 배달부가 만났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씨가 조용하고 소심한 목소리로 전화 주문을 했고 문도 잘 열어주지 않았다는 치킨집 사장님의 말을 인용보도했습니다. 덩치가 매우 큰 남성이 여러 차례 뼈 없는 치킨을 주문했고, 계산은 항상 현금으로 조심히 했다는 내용입니다.

▲ 채널A 2014년 7월27일 단독리포트 갈무리.

<TV조선>은 같은 날 단독보도를 3건이나 해냈습니다. “경찰에 체포된 뒤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유대균씨의 경호원 박아무개씨가 사실은 겁이 많은 성격으로 전해졌다”고 박씨의 어머니인 구원파 ‘신엄마’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는 내용입니다. 평소 “마네킹 얼굴을 발로 차 눈알을 빼버리고, 뒤이어 손가락으로 남은 눈까지 공격”하는 태권도 공인 6단의 박씨가 알고보니 “원래 겁이 많은 성격”이라는 리포트입니다.

유병언 전 회장의 사망 소식과 유대균씨 검거 소식이 알려진 뒤 채널A와 TV조선 시청률은 급격히 뛰었습니다. 동아일보 28일자 기사를 보면, 지난 25일 <채널A>와 <TV조선>의 메이뉴스 시청률은 각각 5.04%, 4.12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가입가구 기준)로 <MBC 뉴스데스크> 6.334%에 육박(!)했습니다.

▲ TV조선 2014년 7월27일자 단독보도 리포트 갈무리.

<조선일보>는 지상파와 맞먹는 시청률을 기록한 이유를 “대형 사건 국면에서 시청자들이 갈수록 종편의 보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유대균씨 체포 소식에 초점을 맞춰 관련 뉴스를 다각도로 조명한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종합편성채널이 비교대상으로 삼은 MBC도 만만찮습니다. 26일 <MBC 뉴스데스크>는 박아무개씨의 사회, 결혼, 가정생활 등 신상을 소개했습니다. 박씨의 얼굴이 도드라지게 주변 다른 사람들을 블라인드 처리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한겨레와 국민일보 등 몇몇 언론이 “본질과 관련이 없다”고 지적한 내용입니다.

▲ MBC 뉴스데스크 2014년 7월26일자 리포트 갈무리

시청자 여러분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 해법과 전혀 관련이 없는 리포트들을 보며 시청료를 냈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의 시청률이 올라가면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IPTV사업자(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제공사업자)가 두 채널에 주는 수신료는 더 높아지겠지요. 시청률이 오르면 광고매출도 늡니다. 앞으로 두 채널은 옐로우페이퍼에나 나올 만한 아이템을 “다각도로 조명”한 보도를 더 내보내 시청자 여러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겁니다.

보기 싫으시다구요? 지상파 바로 뒷번호 ‘황금채널’이라 노출을 피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홈쇼핑 시청하느라 ‘망가진’ 지상파 피하는 것도 어려운데 이제는 종편까지…. 집에 TV가 있는 독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리모컨 지핑재핑하지 말고 좋아하는 채널 번호를 꾹 눌러주세요. 망가진 언론을 살리는 방법은 이것뿐입니다. 선동렬 방어율에서 시작한 종편이 5%까지 컸습니다. 이젠 정말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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