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3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바른음원협동조합 출범기념식 및 창립총회가 열렸다. 음원 수익 분배구조 문제에 대한 기타리스트 신대철 등의 페이스북 논의로부터 촉발된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은 지난 4월 협동조합 설립 공식제안 및 발기인 모임 등으로 구체화되어 왔고 이날 출범식 및 창립총회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 출범기념식 후 창립총회 전 파이팅을 외치는 참석자들. 상단 좌측부터 임해규 새누리당 전 의원,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 하단 좌측부터 가수 박상민, 가수 리아, 신대철 이사장, 한국음반산업협회 김경남 회장,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윤명선 회장,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백순진 회장 (바른음원협동조합 제공)
현재의 음원 유통시장은 음원 한 곡이 팔리면 서비스 사업자가 40%, 제작사가 44%, 음원을 만든 저작권자는 10%, 노래를 부르는 실연권자는 6%만을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또한 음원들을 한꺼번에 묶어서 파는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에 이 비율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무의미한 기준이 되는 상황이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이하 ‘바음협’)은 이런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를 조합원으로 하면 협동조합법상 조합원들에게만 음원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후원자 조합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바음협의 조합원 자격은 개인, 개인사업자, 후원자, 법인사업자로 나뉘며 창작자와 사업자, 소비자 등이 함께 할 수 있다.
정치인과 음악인이 함께 모인 창립총회… “언제나 거꾸로 매달려 왔던 건 저희들”
이원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주관으로 열린 행사 현장에는 정치인, 음악인, 저작권 협회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음악계 인사 100여명 이외에도 일반 참관 신청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가수로는 최이철, 박상민, 신해철, MC 메타(가리온), 션이슬로우, 디지, 리아, 네미시스, 내 귀에 도청장치, 찰리키튼, 피아, 다운헬, 로다운 30 등이 있었고 정치인들로는 최근 ‘음원 사재기 금지법’을 발의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이재 의원, 이재영 의원, 권은희 의원, 임해규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하기로 했던 몇몇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단원고 학생들의 도보행진이 국회 앞까지 온 상황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발기인대표 인사를 한 신대철(이후 창립총회에서 바음협 이사장으로 선임)은 “(신호등이) 빨간 불이라도 다함께는 건너갈 수 있다”면서 바음협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축사는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민희 의원 외에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을 대표하여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도 남겼다. 이이재 의원은 “바음협에 가입하고 싶다”, "진작 알았으면 우리도 공동주관을 할 걸 그랬다"고 말하는 등 막역한 관심을 표명했다.
▲ 발기인 대표 인사를 한 바른음원협동조합 신대철 이사장 (바른음원협동조합 제공)
바음협의 한 관계자는 “음원 유통시장의 문제는 입법을 통해 풀어야 할 부분들도 있고 정쟁 이슈도 아니다. 그래서 정당 관계없이 우리 일을 열심히 해주는 이들이 좋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바음협 측은 지난 4월 최민희 의원이 관련 주재로 주관한 토론회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과 그간 비공개 토론회를 통해 접촉해 왔으며 향후에는 공식적인 행사를 통해 입법의 길을 모색해 볼 것이라 한다.
정치인들의 축사에 이어 가수 신해철과 ‘한국 힙합의 대부’라 불리는 힙합 듀오 가리온의 MC메타가 격려사를 건넸다. 신해철은 과거 레드 제플린이 1:9의 비율로 극장과 수입을 나누다 측근이 극장주를 한번 창문 밖에 거꾸로 매단 후 9:1로 바뀐 일화를 소개하면서 “거꾸로 매달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MP3개 생기거나 이동통신업체가 음원 유통을 맡는 등 환경이 변할 때마다 거꾸로 매달린 것은 저희들이었다”라고 한탄했다.
신해철은 “신대철이 활동을 해도 마치 사람들이 제가 이런 좋은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반사이익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바음협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또 신해철은 소문난 독설가답게 “이동통신사에게 바라는 게 크게 없다. 그간 돈 많이 벌었으니, 자살한 후배 전화번호 자동으로 찾아내서 지워주는 어플이나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독설을 뿜으며 격려사를 마무리했다.
이어서 MC메타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글로 적었다가 어제 다 지우고 그냥 나왔다”라면서 "2004년 데뷔한 가리온 1집은 지금도 팔리고 있지만 저한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음악계 현실을 털어놨다. MC메타는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포기했었다. 바음협이 그 꿈을 다시 찾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 파이팅을 외치는 참석자들을 찍는 기자들 ⓒ미디어스
바음협, “음원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다”
바음협의 사업모델을 밝힌 것은 격려사 이전 ‘조합설립 경과보고 및 사업소개’를 맡은 신건웅 페어뮤직 대표(이후 창립 총회에서 바음협 이사로 선임)였다. 신건웅 대표는 바음협의 사업을 △콘텐츠 유통, △사회봉사활동, △팟캐스트 방송, △해외음원 유치, △음악 클라우드 펀딩, △다양한 방식의 공연 제공 등으로 정리해 소개하면서 주력 사업인 ‘음원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구상을 개략적으로 밝혔다.
신건웅 대표에 따르면, 바음협은 웹사이트 및 안드로이드와 IOS 체제에서 구동될 수 있는 총 4개의 APP을 개발 및 운영할 예정이다. 바음협의 음원서비스 플랫폼은 생산자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균등한 노출 원칙을 제시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면서 균형과 독립성을 추구하며, 순차적으로 수익의 7~80%를 생산자에게 정산할 수 있는 체제를 목표로 하게 된다. 신건웅 대표는 “조합원이 적으면 생산자에게 60% 정도가 가게 되겠지만, 조합원이 만명 이상으로 넘어가면 80%까지도 정산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또 신건웅 대표는 바음협의 음원서비스 플랫폼이 소비자를 위해서는 직접 다양한 음악을 찾도록 안내하고, 음악 검색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 대표는 “(바음협의) 음원서비스 플랫폼은 조합원에게는 통상적인 결제 방식보다 훨씬 간단하고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사용한 금액을 미소진시 이월도 하게 할 것”이라면서 이 플랫폼이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축하공연하는 '오드아이' ⓒ미디어스
‘상생과 공존’의 원칙을 전파한다
출범 기념 영상 상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가수 조용필과 이승환, 윤명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 등이 의견을 밝혔다. 특히 서울시에 협동조합 붐을 불러온 박원순 서울시장은 “바른음악협동조합은 상생과 공존이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음악계에 도입하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덕담을 했다.
기념공연에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사이를 오가는 ‘오드아이’와 탑밴드 시즌1에서 유명해진 ‘게이트 플라워즈’가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창립총회에서 신대철 이사장, 정리구 감사, 윤종훈 이사, 신건웅 이사가 선임되었다.
▲ 축하공연하는 '게이트 플라워즈' ⓒ미디어스
당사자인 창작자들의 논의에서 출발된 바음협은 막상 인적 구성을 볼 때에 신대철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음악인이 아닌 기업인 등 각종 이력을 가진 이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는 ‘업계 점유율 5%’를 1차 목표로 두고 여타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협동조합의 처지로서는 바람직한 상황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음악 창작자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창작자들이 존속하기를 바라는 소비자들에게도 바음협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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