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발 역풍’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높다. 호남지역의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빠졌다는 보도와 함께, ‘역풍’이 북상하여 중원을 흔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민심의 향방이 심상치 않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를 주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그중에서도 안철수 공동대표에 집중되고 있다.

지도력 부족한 안철수, 그러나 모든 비판이 안철수를 향하는 것은 정당한가?

그러나 과연 지금 시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력’을 교정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것이 ‘안철수 비판’인지는 의문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2011년의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도 아니고 2013년 한때의 제3정치세력의 대표자도 아니다.

다만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로서의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러한 ‘리더십 문제’에 대해 그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안철수 공동대표가 김한길 공동대표에 비해서도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안철수 공동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면 김한길 공동대표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에서 발생한 불균형일 수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7.30 재보궐선거 국회의원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에서 광주 광산을에 출마하는 권은희 후보에게 공천장을 전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말하자면 새정치민주연합의 고질적인 문제는 김대중·노무현·김근태 등의 거목이 사라진 이후 이념이나 노선, 리더십 등이 재정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부분인데, 안철수라는 정치인 개인을 비판하는 시선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사라지게 된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말하는 ‘새정치’의 실세가 묘연하다는 것, 그가 당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그가 차례로 측근을 떠나보내는 등 용인술의 관점에서도 형편없다는 비판 등은 모두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제3정치세력’도 아니고 제1야당에 포섭된 순간 우리가 정치인 개인에 대해 이토록 긴 비판을 할애해야 할 이유는 없다.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 이후, 계속되는 야권의 지리멸렬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는 안철수란 정치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정치세력의 문제다. 우리는 안철수 의원을 ‘정치적 아마추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 비판은 안철수라는 정치인 개인의 장래를 염려하는 효과 밖에 없다. 오히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떤 ‘정치적 프로페셔널’을 당 대표로 앉혀놔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정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대선 직후 나온 한 토론회에서 “민주당 대표는 리더십의 죽음이다. 한 명도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고 민주당 대표 거쳐 정치적으로 더 잘 된 사람이 없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또 같은 토론회에 나왔던 김태일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발제문은 총선 때 쓴 것을 토씨 하나 안 고친 건데 그대로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김태일 교수는 2006년 초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2010년부터 2011년 여름까지 민주당 쇄신위원회 자문단장, 그리고 2012년 총선 패배 직후 당 워크샵 발제를 맡았던 경험을 토대로 “큰 패배를 하면 정당 이성이 작동해 정당의 장래를 고민하지만, 2주가 지나면 다시 계파적 이해가 고개를 든다"고 힐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민주당의 집단적 기억력은 2주에 불과하며 괜찮은 보고서가 나온다 해도 한번 워크샵 때 쓰인 이후 캐비넷 속으로 들어갈 뿐이다. (기사 링크 )
안철수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전략공천, 교묘하게 숨어있는 당내 계파들
이번 전략공천 논란 역시 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에만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략공천이 전적으로 배제된 공천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전략공천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개혁이란 것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공천하느냐는 것일 텐데 당내 계파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다 보면 다들 자기 사람을 우겨넣으려고 해서 일이 어려워진다.
말하자면 ‘전략공천의 그림’이 흉하게 어그러졌다면 이는 대표단의 오판 뿐 아니라 당내 계파들의 알력 다툼이라는 측면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공천 역시 여타 계파들이 ‘안철수’와 ‘박원순’이라는 차기 대권주자를 견제하기 위한 압력을 가했고 그것이 기동민이 광주 광산을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상황과 금태섭이 서울 동작을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상황을 설명한다는 해석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권은희가 광주 광산을에 나오고 기동민이 서울 동작을에 나오는 상황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의 문제로만 책임을 떠넘길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당내 중진이란 사람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떨어지니 당대표 비난이나 해대는 것이 이 당의 한심한 현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진 정치인들이 그들의 당대표 비판마저 계파정치의 일환이라는 냉소를 피하고 싶다면 조기 전당대회 소집이라도 제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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