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보수 언론 가릴 것 없이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를 버렸다. <조선일보>가 14일 지면에서 “주말을 거치면서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서 '정성근 불가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與圈도 <'정성근(문화부 장관 후보자) 不可論'>과 4면 기사 <주말 지나며 ‘정성근 여론’ 더 악화… 靑 “서둘러 결론 낼 것”>이라는 기사를 통해 정성근 지명 철회에 대한 청와대의 결단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중앙일보>는 3면 하단 기사 <청와대도 정성근 후보 부정적 기류>를 통해, <동아일보>는 8면 하단 기사 <이완구 “정성근 거취, 대통령에 맡기는 수밖에”>를 통해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비하면 비중은 다소 약한 보도였다.
▲ 14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다른 보수언론에 비해 해당사안을 크게 보도했다.
같은 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1면과 3면 기사를 통해 정성근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와 추가적인 폭로사항을 전했다. 정성근 후보자는 ‘공짜 사무실’ 소유주 관련한 추가적 위증 의혹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로한 딸의 불법비자 의혹을 받고 있다.
진보언론들은 사설에서도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을 우려하고 나섰다. 14일자 <한겨레>는 <‘부적격 장관들’ 임명은 ‘위험한 선택’ 될 것>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은 청문회 과정에서 자질과 자격이 없음이 이미 분명해졌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부적격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그렇게 국민 신뢰를 잃고 여당 안에서도 응원을 받지 못하는 내각이 국정 운영의 동력을 갖추긴 힘들다. 그로 인한 혼란과 지체는 당장 장관 두어 자리의 공백보다 훨씬 크고 심각한 일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심각한 ‘불통’으로 지금보다 더한 외면을 받는 일도 피하기 어렵게 된다”라면서, “그러잖아도 때 아니게 ‘조기 레임덕’까지 거론되는 터다”라고 지적했다.
▲ 14일자 한겨레 3면 기사
<경향신문>도 <박 대통령, 김명수·정성근 지명 철회로 소통정치 보여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두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종용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김명수 교육부 장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할지, 보고서 채택을 재요구할지 결정해야 한다”라고 사정을 설명하면서 “거두절미하고,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한겨레>와는 다소 다르게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반대한 3인 중 김명수·정성근 2인의 부적격성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청문회에서 도덕성·자질·능력 모두에서 낙제점을 받은 김 후보자와 거짓말로 국회를 우롱하고 국민을 속인 정 후보자만큼은 지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여야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내비친 소통과 대화의 정치를 위해서도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라며 사설을 마무리지었다.
▲ 14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은 4월 14일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요구된 것이었다. 그런데 참사 이후 90일이 된 지금 시점까지 2기 내각 출범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은 국정운영 표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경제부총리와 함께 두 명의 부총리가 되는 사회부총리의 인선을 김명수와 같은 부적격자로 임명하는 상황은 정권의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는 상황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조차 이미 김명수의 임명은 포기한 상황에서 정성근까지 내주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전전긍긍하는 상황은 '끈 떨어진 권위'를 수호하려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몸부림으로 보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그간의 국정운영은 한국의 대통령제가 얼마나 반대세력이나 야당, 혹은 국회 전부를 무시하고 통치할 수 있는지를 충실하게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조차 ‘정성근 불가론’을 보도하는 상황은, 보수언론들도 ‘레임덕’을 우려할 만큼 박근혜 정부가 처한 위기가 근본적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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