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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이후의 평택 "진보후보 안 좋아하는데요"를 넘어[동행기]쌍용차 해고자, 시민을 만나다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7.10 06:47

평택엔 세 번째 방문이었다. 2012년 4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중 22번째의 죽음이자 ‘77일 옥쇄파업’ 참여자 중 첫 번째로 자살을 택한 고 이윤형 조합원의 죽음 직후 쌍용자동차 정문 분향소와 “와락” 센터를 방문했다(관련 기사 링크). 2013년 2월엔 몇몇 해고노동자들이 쌍용자동차 정문 송전탑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한지 70여일 시점에 평택을 다녀왔다(관련 기사 링크). 

그러니까 이렇게 무더운 평택은 처음이라 해야 할 것이다. 오후 12시30분부터 오후 3시경까지 김득중 후보의 거리인사를 동행한 7일 오후는 유난히 더웠다. 
 
정혜윤 CBS 라디오 PD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스물 여섯명의 구술을 바탕으로 집필한 <그의 슬픔과 기쁨>(후마니타스, 2014)에는 김득중 후보가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 
 
“(...) 파업 당시 조직실장이었던, 그리고 ‘총사’(총사령관)라고 불렸던 김득중은 옥상에 있었다. 그는 잘 웃고 어떤 경우에도 낙관적인 사람으로 통했다. 그의 이런 성격은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1969년 평택에서 태어났고 그 뒤로 쭉 평택에서 살고 있어요. 울 어머니 왈, 어려서는 예쁘고 착한 애였대요. 9남매 중 막내인데 떼쓰지 않는 막내였어요. (...)“
 
하지만 김득중 후보는 아직 어머니에게 출마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했다. 후보에게 지역 사회의 반응을 물어봤더니 “아직은 모른다”는 답이 나왔다. 김득중 후보는 “출마 선언 후 일단 노동조합 단위부터 돌았다. 지역에서 다른 인지도는 없고, 그저 쌍용차 지부장이자 해고자라는 걸 일단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날의 거리인사는 사실상 김득중 후보와 평택 지역의 첫 대면이었다. 무더웠고 도중에 식사도 한 터라 인사를 돈 거리는 평택 합정동 선거사무실에서부터 서쪽 큰 길로 1.5km 정도에 그쳤다.
 
   
▲ 김득중 후보의 선거사무소. 맨 왼편에 김규한 노조위원장이 보낸 화환이 보인다. ⓒ미디어스
 
선거 사무실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쌍용자동차 기업노조 김규한 위원장의 화환이었다. 쌍용자동차 기업노조는 2009년 파업투쟁의 실패 이후 금속노조에서 이탈한 공장 내부 노동자들의 노조다. 김규한 위원장은 그간 사실상 쌍용차 사측의 논리를 대변해왔다(관련 기사 링크). 그런데 그런 김규한 위원장의 화환이 심지어는 “당선을 기원한다”는 것이었다. 
 
김득중 후보는 “김규한 위원장이 대의원 간담회를 주선해 준다고 했다. (김득중 후보를 지지하는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지난 5~6년 동안 정치참여가 없었을 쌍용차 내부 노동자들 입장에선 망설여질 만한 큰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경영진은 임기가 지나면 쌍용차를 떠날 사람이지만 노동자들에겐 공장의 의미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현명한 결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본의 한 관계자는 “최근 쌍용차 공장 내부 노동자들의 처지도 어렵기 때문에 김득중 후보의 출마가 그들에게도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라고 평가했다. 
 
인사를 다닌 곳은 한 선본 관계자의 말을 따르면 “평택시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동네”라고 했다. 오늘의 인사에서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실망해선 안 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슬픔과 기쁨>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이며 후보의 차운전을 맡은 김대용씨는 “평택의 지역경기가 쌍용자동차 투쟁 이후 많이 꺾였다. 그 직격탄을 맞은 동네인 만큼 반응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 거리 인사를 나선 무소속 김득중 후보와 선본원들 ⓒ미디어스
 
 
전반적으로 후보에 대한 반응보다는 동네 자체의 침체가 보였다. 재보선의 특성상 ‘우리 동네’서 선거가 있다는 사실부터 알려야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이 운집해 있는 거리에 가게주인들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지 않았다. 점포들도 몇 집 건너 한 개씩은 문을 닫고 있거나 임대 혹은 매매 문의가 붙어 있었다. 김득중 후보는 “평택 경기의 침체를 보여주는 듯하다”라고 평했다. 선본 사무실에서 기자에게 “평택 지역에서 쌍용차가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있기 때문에 쌍용차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던 후보였다. 
 
주황색 베이스의 명함을 받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체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명함을 받지 않거나 겨우 받는 정도였지만 가끔 “진보 후보 안 좋아하는데요”라는 직설적인 반응도 나왔다. 꼭 나이든 이들에게서 나오는 반응도 아니었다. 후보를 따라간 이들로부터 다음 명함부터는 ‘진보단일후보’라는 명칭을 빼야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후보는 “진보당 아니냐”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무소속입니다”라고 강조하곤 했다. 선본에선 진보당이 아니라고 해도 주황색이란 색깔 때문에 그런 이미지를 준다며 색깔을 교체하는 것까지 검토한다 했다. 
 
함께 따라 간 “와락” 센터 강지영 대표는 “지역에선 ‘해고노동자가 무슨 돈이 있느냐. 진보당에서 돈을 대서 출마하는 거다’라는 식의 소문도 있다. 이게 시민들의 생각만으로 날 수 있는 소문인 것인지……. 그렇기에 더 열심히 후보를 홍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라는 얘기를 듣고 “파업을 하면 회사가 모두 망하지 않느냐. 파업을 세게 하는 이들이 잘못한 거다”라는 종류의 얘기를 길게 하는 중년 남성 유권자도 있었다. 명함을 구겨서 버리는 것을 후보가 웃으면서 재차 권유하자 후보를 붙들고 그런 얘기를 시작한 것이었다. 김득중 후보는 웃으며 응대하며 얘기를 다 듣고 다시 명함을 받아주기를 권했다. “잘 웃고 어떤 경우에도 낙관적인 사람”이란 책에 나온 평 그대로였다. 당일 후보 수행을 맡은 “와락” 센터의 김미성 치유활동가는 “우리 후보가 참 잘 웃고 잘 참는다”라고 말했다. 
 
   
▲ 무소속 김득중 후보가 여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노년층 유권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미디어스
 
그러나 ‘우호적이지 않은 반응’은 김득중 후보 뿐 아니라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위해 노력했던 이들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김득중 후보는 “그래도 국회의원 선거 명함이니 받지 않는 정도일 뿐 찢어 버리진 않는다.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내밀 땐 눈앞에서 찢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라고 회상했다. 명함을 처음 상인들에게 나눠줄 때 후보는 “유인물은 많이 나눠줘 봤지만 (후보의) 사진이 박힌 명함을 주는 건 아직 조금 어색하다”라고 말했었다. 파업하는 이들이 나쁜 것이라는 시민들의 일장연설도 과거 선전전을 할 때 익히 들어본 것이라 했다. 
 
전국 단위의 여론에서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출마와 진보진영의 지지, 그리고 밀양과 강정과 용산 등 각 투쟁지역의 당사자들의 결합이 충분히 관심과 성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택 지역에서 김득중 후보가 지지를 이끌어 내려면 그 이상의 것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쌍용차 파업 이후 지난 5년 간의 싸움에서도 평택의 여론은 오히려 다른 지역의 여론에 비해 좋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했다. 평택 지역 공장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결합과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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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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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소한 지적 2014-07-11 14:42:02

    마지막 문단 두 번째 문장 "~그 이상의 것이 가능하다는 인상~"에서 "가능"이 아니라 "필요"가 아닌가 싶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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