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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단일노동자후보'와 '무소속' 사이, '쌍차 해고자' 김득중[현장] 평택에 ‘노동 없는 한국 정치’와 '진보정당의 몰락'을 묻다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7.10 00:40

지난 7일, 60평에 달하는 평택을 김득중 무소속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는 휑해 보였다.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지만 공간이 듬성듬성하게 비어 있었다. 그러나 전날인 6일 개소식 때는 이 공간에 400여명의 사람이 몰려서 200여명은 착석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선본의 한 사람은 “전국의 진보판 명사는 다 온 것 같았다. 그런데 정작 평택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라며 웃었다.

김득중 후보의 첫 명함은 이름 위로는 “진보단일노동자후보”라고 적혀 있지만 이름 왼편으로는 “무소속”이라 적혀 있다. 선거사무소의 선거대책본부 조직도를 보면 공동선대위원장이 20명에 이른다. ‘진보4당’이란 카테고리 속에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이용길 노동당 대표, 하승수 녹색당 전국공동운영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으로서, 해고노동자로서 그가 출마를 선언하자 제 진보정당들이 지지를 선언했기에 가능했다. “무소속”이지만 “진보단일노동자후보”가 무색하지 않다.  
 
   
▲ 선거사무소 벽면에 걸려 있는 선거대책본부 조직도 ⓒ미디어스
 
그 외에도 노동(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농민(김영호 전농 의장), 장애인(박경석 전장연 대표), 인권(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 학계(이도흠 민교협), 문화예술(송경동 시인), 언론(홍세화 언론인), 법률(권영국 민변), 쌍용차범대위 공동대표(조희주 노동전선 공동대표, 김승호 전태일 노동대학 대표, 이종회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공동대표, 박석운 민중의 힘 공동대표), 밀양(구미현 단장면 용회마을), 강정(강동균 전 강정마을 회장), 용산(전재숙 어머님) 등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공동선대위원장을 적어 두었다. 그야말로 정당, 시민사회단체, 지식인, 투쟁현장을 망라한 구성이다. 
 
그러나 선본의 ‘실체’는 이러한 진보진영의 전방위적인 지지 선언과는 거리가 있다. 선본관계자들은 “(선본의 인적 구성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쪽 사람들에 ‘와락’ 사람들과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결합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한다. 사실상 2009년 파업 이후 쌍용자동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던 이들이 선본의 중심인 것이다. 
 
6월 말에 이루어진 김득중 후보의 출마선언은 다소 늦은 것이었다. 김득중 후보는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는 4월부터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유의동 후보가 후보로 나오게 될 줄은 몰랐다. 어쨌든 우리는 출발이 다소 늦었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많은 사람들은 이 지역구에서 임태희 전 노동부장관이 출마하게 될 거라고 보았다. 
 
‘노동부장관 vs 해고노동자’ 대결을 바랐는데… 
 
일부 해고노동자들은 임태희 전 장관의 평택을 출마가 좌절된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임태희는 쌍용자동차 파업을 진압한 이명박 정부의 노동부장관이었다. 노동부장관과 해고노동자의 대립구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소 아쉽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임태희 전 장관은 쌍용자동차 파업이 진압된 직후인 2009년 9월부터 2010년 7월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으며 그 이후 대통령실 실장(지금의 비서실장)으로 옮겨가 2011년 12월까지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이명박 정부의 실세다.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평택 지역의 여론이 쌍용차에 우호적이고 이명박 정부에 적대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쌍용차 해고자가 출마하는 상황에서 노동부장관 지낸 실세를 내는데 약간은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반면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된 유의동 후보는 전국적인 인지도는 거의 없지만 평택의 토박이다. 사람들은 수도권에는 지역주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경기도 각 지역은 자기 동네 출신들을 환대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평택시장으로 당선된 공재광 시장의 경우도 평택 출신이다. 그는 9급 면서기 공무원으로 시작해 평택 출신 공무원으로는 최초로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이력을 강조하는 <면서기에서 청와대 행정관까지>란 제목의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 거리 인사를 나간 평택을 재보선 무소속 김득중 후보 ⓒ미디어스
 
그런데 김득중 후보 역시 평택의 토박이다. 김득중 후보의 명함에는 평택 지역의 학교인 삼덕초, 청북중, 한광고를 졸업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청북중학교 동창회장을 맡은 적도 있다. 김득중 후보는 이에 대해 “구속되기 전 9개월 동안 동창회장을 맡았다”라고 설명한다.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는 김득중 후보와 같은 한광고 출신이다. 김득중 후보 쪽이 2년 선배가 된다. 
 
선거를 돕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공간 ‘와락’ 센터의 권지영 대표는 “(김득중) 후보의 조건은 지역 정치를 위해 참 적합한 것 같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결합해야 할 텐데 오히려 그쪽이 걱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김득중 선본도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반응을 속단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출마의 이유: 쌍용차 문제와 세월호 참사의 포개짐
 
사실 쌍용자동차 문제를 환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직접 출마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2009년 파업 이후 25명의 희생자를 낳았다고 말해지는 ‘쌍용자동차의 비극’은 한 두가지 과정을 통해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당장 문제진행 과정을 투박하게 따져도 첫째, 참여정부 당시 쌍용차의 상하이차로의 매각이 결정된 과정에 대한 의혹, 둘째, 상하이차의 기술유출에 대한 의혹, 셋째, 상하이차가 기술유출 후 자본철수 과정에서 회계부정을 통해 2646명의 감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만들어냈다는 의혹, 넷째, 이 회계보고서를 통한 기획부도에 대한 의혹, 다섯째, 당시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것이 아닌 부당정리해고였다는 의혹, 여섯째, 기어이 진행된 ‘77일 옥쇄파업’의 진압과정의 과잉진압의 의혹 등이 있다(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기사 링크). 
 
그 후 정부와 쌍용자동차가 이 의혹들을 방치하고 문제해결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사실상 죽음을 방치했다는 사실을 빼더라도 이렇게나 문제가 많지만 이중 상당수는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정리해고가 부당했다는 법원 2심 판결이 있는 성과도 있었지만 이들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고 민주당,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대선 후 이 문제를 제대로 쟁점화 해내지 못했다. 
 
즉 쌍용자동차 해고자의 출마는 우리 정치권에서 ‘대의되지 않은 영역’을 대의민주주의 안에 끌어들이는 시도라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경우 여당인 새누리당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대표되는 야권의 역할이 미진했다는 문제의식도 가져갈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2월 <미디어스>와 인터뷰했던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사측의 한계가 뚜렷한 무급휴직자 복귀 조치 후 민주당의 태도에 불만을 표하며 “민주당이 계속 이렇게 미온적이라면 차라리 민주당을 타격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들 정도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당시 기사 링크). 이날 김득중 후보 역시 “국정조사를 위해 2년 가까이 야당과도 손발을 맞춰 왔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야권의 미진한 역할이 출마의 큰 원인이 되었음을 시사했다. 
 
   
▲ 김득중 후보와 함께 분주한 선거사무소의 사람들 ⓒ미디어스
 
그러나 각종 언론 인터뷰에 나온 김득중 후보의 출마의 변을 보면 자신의 출마 의의를 쌍용차 문제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오히려 세월호 참사가 직접적인 출마의 원인이라 밝히고 있다. 김득중 후보는 “쌍용차 문제와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드러낸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쌍용차 문제 역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집약한 것이긴 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금의 정치권에 이런 문제들을 맡겨 둘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선본 사람들도 고충을 토로했다. 한 선본 관계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국회의원 선거 출마라는 대응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내부적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지역에서 ‘너희들 결국 정치하려고 그간 투쟁했구나’라고 볼까봐 부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의 반응이 신경쓰였다는 그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사실상 같은 원인에서 나온 다른 문제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지방선거 과정에서 특히 노동 이슈가 완전히 증발해 버리는 상황에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김득중 후보는 ‘생명’과 ‘안전’이란 키워드를 제시하며 쌍용차 문제와 세월호 참사의 연결고리를 제시하는 중이다. 생명과 안전을 경시해 나타난 세월호 참사의 비극이 유람선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삶의 현장, 특히 노동의 현장에 만연함을 알리려는 시도다. 기업범죄 특별법 제정, 정리해고제 폐지를 전제로 한 입법 발의, ‘와락’ 센터의 확대, 최저임금제 인상, 손배가압류의 엄격한 제안 등 그가 출마선언문에서 내세운 정책들의 함의도 거기에 있다.  
 
   
▲ 회의하는 이들의 옆에 놓인 화이트보드엔 지역구의 현황이 적혀 있다. ⓒ미디어스
 
그러나 한편으로 세월호 참사라는 한국 사회에 큰 상처가 된 사건을 그가 입에 담는 것은 당사자성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것이기도 하다. 김득중 후보는 쌍용차 해고자이지만 단지 쌍용차 문제의 해결만을 위해 나온 것이 아니며, 쌍용차 문제와 세월호 문제가 어째서 한국 사회의 시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지를 설명하고 그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기 위해 나왔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김득중 선본의 과제는 시민들에게 어떻게 그 두 개의 사건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시민들의 고난과 결부되어 있는지를 설득해낼 것이냐에 있을 것이다. 
 
‘무소속’과 ‘진보단일노동자후보’에서 봐야 할 것 
 
이 경우 김득중 후보의 출마목표와 포부는 단지 ‘쌍용차 해고자들과 그 지원자들로 이루어진 일개 무소속 선본’의 그것을 넘어선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서 ‘무소속 진보단일노동자후보’라는 다소 모순적이기까지 한 그의 위치가 ‘노동 없는 한국 대의 민주주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때나마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진보정당 운동의 몰락’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득중 후보가 하려는 역할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진보정당’ 내지는 ‘노동자정당’이라 불리는 정치세력, 혹은 적어도 그런 것을 만들겠다고 지향하는 이들의 결합 속에서 고민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일부, 그리고 ‘와락’ 사람들로 구성된 이 선본엔 아직까지는 제 진보정당들의 명의를 올려둔 형식적인 지원만이 있을 뿐이다. 
 
   
▲ 무소속 김득중 후보 선거사무소. 자세히 보면 제 진보정당의 대표들이 보낸 화환이 보인다. ⓒ미디어스
   
▲ 무소속 김득중 후보 선거사무소. 자세히 보면 제 진보정당의 대표들이 보낸 화환이 보인다. ⓒ미디어스
 
 
심지어 김득중 선본은 ‘진보단일후보’라는 명칭을 다음 명함에서부터는 생략해야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선본의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건의했는데, 지역에서 ‘진보’라는 명칭에 대한 반감이 많다. 노동자 정체성이야 해고노동자이니 가져갈 수밖에 없지만 ‘진보당’ 내지는 ‘진보정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임을 유권자에게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김득중 후보는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진보정당 후보가 아니라 무소속이라고 방어적으로 얘기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김득중 후보의 거리인사에 따라다니면서 느낀 것은 평택 지역주민들이 ‘진보’란 단어에 무관심이나 실망을 넘어 일종의 혐오를 느끼고 있기까지 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청년층에서도 그런 반응이 있다는 것은 놀라웠다. 중장년층의 경우 ‘파업에 참여한 해고노동자’가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고 타박했다면, 청년층은 “진보후보는 싫어요”라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가 있었다. 
 
과거 ‘진보’라는 단어는 ‘노동’이나 ‘좌파’라는 명칭을 대놓고 내세우기 힘든 제 진보진영을 우회하여 방어할 수 있는 순진하고 말랑말랑한 단어였다. 이 말이 일각에선 오히려 ‘노동’보다 더 부정적인 의미를 담게 된 세상에서, 김득중 후보의 바람을 대의할 정치세력을 만들려는 이들은 ‘진보’나 ‘노동’이 아닌 어떤 어휘를 계발해야 할 것인지의 숙제가 진보정치를 꿈꾸는 모든 정치세력에게 던져졌다. 김득중 후보의 출마는 지원해야 마땅할 일이면서도,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진보·좌파·노동을 말하는 이들에게 깊은 고민을 던져주는 ‘사건적 사건’이라 봐야 할 것이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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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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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10 18:15:09

    진보를 혐오하는 현상은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그동안 그들은 정의, 노동, 복지를 앞세웠지만 전혀 정의롭지 못하고 심지어 밥그릇 사수에는 기득권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노동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재정에 대한 고려없이 복지만을 외치니 좋아할 수 있겠습니까? 거기다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자주 보여주죠. 북한에 대한 스탠스도 꺼림칙해서...이러한 혐오는 새정연 내 486과 강성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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