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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의 지방정부, '박근혜 이후'를 겨냥하라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의 정치를 기대한다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7.01 17:46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등이 임기를 시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 시장’임을 보여주는 ‘눈높이 취임식’을 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취임식을 생략한 채 집무실에 나침반을 설치하는 등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일화를 남겼다.

2014년에 당선된 민선 6기 지방자치단체장과 민선 3기 교육감들은 다른 시기 당선된 이들에 비해 더 많은 정치적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정부 표류라는 맥락은 그런 전망을 힘을 싣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라는 맥락
 
세월호 참사가 이번 지방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참사 이후 민심의 변동과 표심의 인과관계를 함부로 확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아이들의 목숨과 맞바꾼 진보 교육감”(6월 23일자 <한겨레>에 실린 김의겸 논설위원의 칼럼)이란 표현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이유다. 분석이라 봐도 무성의하고, 윤리적 측면에서 봐도 무신경하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라는 맥락 속에서 이번 선거의 당선자들의 역할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 난맥상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 총체적 난맥상 속에서 정치가 우리 삶과 사회의 문제를 규율하기는커녕 그 모순의 일부임을 그대로 드러내보였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시민대표들과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는 정치가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냉소적 정조를 더욱 체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사회가 이미 그런 종류의 정치적 냉소주의가 강한 사회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반적으로 냉소주의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거듭 점증되는 냉소에 질식할 것 같은 이들에게 일정한 ‘희망’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있다면 금세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금은 온데간데 사라졌지만 2011년의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안철수 현상’도 그랬다. 냉소하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대안을 만들어냈다. 이는 한국 사회 시민들의 냉소가 ‘적극적인’ 것이라기보단 ‘수동적인’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경우, 한국 사회 시민들이 신물을 내고 있는 ‘중앙정치담론’에 비해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접속하는 실천을 보여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노력 여하에 따라, 임기를 시작하는 이들 중에서 ‘새로운 대안들’이 생성될지도 모른다. 정치에 희망을 가지기 위해선 그러한 것들이 필요하다. 
 
‘박근혜 이후’라는 맥락
 
다소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지만, 집권 2년차 박근혜 정부는 표류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레임덕에 빠져들지 않고 어떻게든 정국을 수습한다 하더라도 그 ‘연기’의 시기가 길지 못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의 하강은 단지 박근혜라는 정치인 개인의 성격을 떠나 ‘87년 체제의 완성과 하락’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일 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87년 체제’는 독재정권 세력과 민주화운동 세력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더는 운동세력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운동세력이 독재세력을 척살할 수도 없었던 균형의 지점에서 나왔다. 그리고 4반세기 동안 이 타협적 체제 내에서 갈등을 극복해내는 데에도 실패해왔다. 
 
독재정권 세력에 균열을 일으키고 분절해 가면서 민주주의자들 끼리의 이념 분화를 추동했어야 했지만, 외려 민주화운동 세력의 반수가 상대편에 투항했고 이는 호남을 포위하는 지역주의 정치를 만들었다. 투항한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는 대통령이 되어 정치군인을 척결하여 체제를 공고히 했지만 경제정책에의 실정으로 ‘죽은 독재자’에 대한 향수를 부활시켰다. 
 
이어진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민주정부 10년’의 시기가 열렸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에도 ‘죽은 독재자’의 딸은 지역·성별·계층을 막론하고 가진 꾸준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보수정당의 구원투수, ‘선거의 여왕’이 되었다. 87년에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대통령 직선제’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귀결되었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탈권위주의적 수사들은 ‘소수파 대통령의 신경질’로만 각인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박근혜는 예정된 것처럼 청와대에 돌아왔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그녀를 꺾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랬다면 박근혜는 2017년 대선에서도 가장 강력한 주자 중의 하나로 군림했을 것이다. 
 
   
▲ 1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민선 6기 제34대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취임 선서 후 소방관, 청원경찰, 노조위원장 등과 손을 잡고 성실한 경기도정 수행을 약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박근혜가 2012년에 승리한 지금의 세상에선 다음 주자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민주화 운동의 거두들과 ‘평사원 신화’ CEO를 지나친 대통령의 자리에 돌아온 ‘독재자의 딸’은 자기 정치적 기반이 뚜렷한 마지막 대중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말인즉슨 앞으로는 새누리당도 지지율이 확실한 보스정치인의 통제를 수용하는 정당으로 남지 못하고 지금의 야당들처럼 ‘콩가루 집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몫이 뚜렷했던 정치인들의 퇴장 이후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바람’, ‘바람’, 그리고 ‘바람’일 것이다.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이 무당파를 현혹하는 ‘바람’의 기원에 대해선 1990년대 박찬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무당파가 늘어나면서 그 바람의 크기는 점점 더 커졌다. 2011년에서 2013년까지의 ‘안철수 현상’은 이제 무당파가 보수양당 지지층의 크기에 못지 않은 것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까지 퇴장하고 나면 우리는 콘크리트는커녕 굳은 땅도 찾기 힘든 모래바람의 세상 속에서 진지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87년 체제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때의 타협의 주체였던 독재정권 세력도 민주화운동 세력도 이제는 단일한 진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승자독식의 룰을 이용한 끝없는 혼란만이 예정되어 있지만, 새로운 체제에 대한 합의도 어렵다. 
 
2017년을 향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까
 
즉 ‘세월호 참사 이후’와 ‘박근혜 이후’의 포개짐은 한국 사회의 정치지형도에 근본적인 변혁을 예고한다. 예고된 변혁 속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정치인이 ‘대박’과 ‘쪽박’ 사이에서 기회를 잡을 것이다. 박원순의 ‘시민 정치’나, 지역사회에서 신망을 얻으며 중도파를 공략하려는 안희정의 시도, 지방정부에서 야당과의 일종의 연정을 시도하는 남경필과 원희룡의 시도 등은 현재의 정당정치와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사람들의 환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건드리고 있다. 또한 진보교육감들의 실험 역시 ‘선출직의 확대’가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에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공식업무를 시작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일 오후 서울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기념탑에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이후에는 한동안 선거가 없다. 그러다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선, 2018년에 다시 지방선거를 실시하게 된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의 시기는 한국 정치의 재편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2014년에 일정을 시작한 민선 6기 지자체장, 민선 3기 교육감들은 변혁을 앞두고 자신들이 내건 깃발의 역량을 모으고 증명하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7월 1일 업무를 시작한 이들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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