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티브로드의 간접고용노동자 문제에 대해 ‘원청’ 티브로드가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면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시우)는 지난 12일 경고파업에 돌입했으나 17일 티브로드의 하도급업체 13곳은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25일 협력사 사장들은 직장폐쇄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노조에 백기투항 ‘각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청 티브로드는 “협력사 문제라 관여할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협력사들, 노동조합에 “파업 종결 각서 써라”

26일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협력사협의회는 지난 25일 교섭 자리에서 노조의 수정안을 거부하며 “원청이 들어주지 않으면 (노조 안을) 받을 수 없다”며 노조 요구안의 수준을 낮출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협력사협의회는 ‘직장폐쇄’ 문제에 대해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노조가 먼저 ‘파업 종결’ 각서를 쓰고 들어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우 티브로드지부장은 “협력사는 원청 허락 없이는 원만하게 교섭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최종 결렬된 티브로드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지난 10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15일 조합원이 많은 협력사 13곳의 사장들은 직장폐쇄를 결정, 17일 오전 9시부로 문을 닫았다. 25일 협력사들은 교섭을 요청했으나, 이 자리에서 협력사들은 파업 종료 각서를 쓸 것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원청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노조는 원청 티브로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이종탁 공동위원장은 26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건물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티브로드는 임금인상, 노사상생 등 모든 문제에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오히려 협력업체에 ‘실적이 없으면 업무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압박했고, 이게 직장폐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노조는 동시다발적 직장폐쇄가 ‘노조 깨기’ 목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티브로드가 지난해 파업 당시 원하청-노조-국회-시민사회의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티브로드는 원하청 상생지원금을 약속했으나 이를 ‘건당 수수료’에 포함하는 것으로 약속을 뒤집었다. 이종탁 위원장은 “실적을 올리지 않으면 상생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진배없는 이야기”라며 “원청 티브로드가 상생을 포기하면서 협력업체는 노동자를 쥐어짰다”며 “심지어 목표를 달성 못하는 직원에게 차량지원금을 차감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회적 합의’ 참여했으나 올해는 정반대

그러나 티브로드는 지난해 사회적 합의 당시 보인 태도와 정반대다. 티브로드는 직장폐쇄와 노조 파업에 대해 ‘협력사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티브로드 홍보팀은 2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직장폐쇄는 협력사협의회에서 결정한 문제라 우리가 언급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파업’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협력사와 위수탁 계약 관계이고, 협력사 직원은 협력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관계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여할 부분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노조는 티브로드를 소유한 태광그룹이 총수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도 협력사 문제에는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주경제에 따르면 태광 계열사 34곳 중 이호진 전 회장 등 총수 친인척 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회사는 11곳인데 이 회사들의 내부거래 매출은 2012년 2727억 원에서 2013년 1870억 원으로 줄었으나 모든 계열사 영업이익에서 이 회사들의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79%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많은 내부거래가 진행된 회사는 티시스로,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은 798억 원이다. 이 회사는 100% 총수 일가 소유로 이호진 전 회장 지분만 51.01%다. 지난해 1438억5254만3431원의 영업이익(종속기업 포함)을 올린 티브로드만 하더라도 이호진 전 회장 일가 지분이 32%가 넘는다. 태광그룹과 티브로드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원하청, 노사 상생경영의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협력사들이 티브로드 눈치만 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 참여연대 등은 티브로드 간접고용노동자 파업과 관련, 원청 티브로드가 나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원청 불개입 입장, 파업 장기화 가능성도

이번 티브로드 사태에서 무노조 경영 태광그룹의 문제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최근 삼성이 협력사 노사교섭에 직접 나서고 있는 것과 비교해 티브로드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파업 장기화 가능성이 나오면서 노동, 시민운동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26일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케이블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노조와 함께 티브로드의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들은 “지난해에는 교섭에 배석했으면서 올해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식으로 버티는 것은 원청에 걸맞는 사회적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며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하청 협력업체의 경영기반을 보장하고 상생하는 길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시민들은 케이블TV를 설치하러 오는 노동자들이 티브로드 직원인줄 알겠지만 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며 “갑을이슈 중에서 가장 비참한 사례”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