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달 대규모 특별명예퇴직을 단행한 뒤 명퇴를 거부한 직원들을 모아 신설한 ‘업무지원’ 조직 CFT(Cross Function Team)에서 직원의 노동조합 활동, 개인 성향 등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CFT는 회사 경영방침에 비판적인 직원들이 여럿 모아 둔 조직으로 KT식 '아오지탄광'으로 불리고 있다. KT는 지난달 5개 광역지역에 CFT를 만들고 291명을 강제전출한 바 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CFT 경기지원11팀 내부문서를 보면, 11팀 소속 직원 11명의 이름과 직함, 주요역할과 함께 민주동지회 가입 여부 및 개인 성향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조합구분’은 KT전국민주동지회 소속 여부를 확인한 것이고 ‘비고’에는 명예퇴직 과정에서 특정 직원이 보인 행동, 강성한 성격과 집단행동 동참의 수준 등 개인성향이 적혀 있다.

이 같은 성향 분석, 분류 문건은 경기지원11팀 이아무개 팀장이 직원들이 현장업무를 나간 지난 19일 오후 5시께 경기업무지원부 오아무개 부장에게 보내려던 전자우편을 실수로 전체 직원에게 보내면서 드러났다. 11팀 소속 직원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우리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보고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미디어스>가 입수한 KT CFT 경기11팀 직원 성향 분석 문건.

내용을 보면 이아무개 팀장은 CFT 강북대표 원아무개씨에 대해 “조합활동 없음/ 구 민주노조 시절 감봉 이력 있음/ 명퇴 신청시 강한 반발한 것으로 보임”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동지회 소속 채아무개씨에 대해서는 “조용하나 강한 의지로 주변을 추동하고 있음”이라고 썼다. 같은 민동회 소속 탁아무개씨는 “채아무개씨 등 주변 영향을 많이 받음”이라는 평가다.

민동회 소속이 아닌 직원도 분석 대상이다. 이아무개 팀장은 직함이 없고 민동회 소속이 아닌 이아무개씨에게 대해 “성격이 세심하며, KT에 대한 향후 방향 등 나름 분석하여 직원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을 잘 해줌”이라면서도 “어두운 방향”, “은근히 선동하는 기질이 있음”이라고 썼다.

앞서 KT 안팎에서는 CFT 신설은 명예퇴직 거부자, 민주동지회 회원, 민주노총 소속 KT새노조 조합원에 대한 ‘명퇴 강요’라는 비판이 있었다. 11팀 소속 직원은 “여기 와서 허드렛일만 하고 있는데 사실상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번 성향 분석 문건은 지역본부와 본사로 취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향 분석 문건의 수신자로 돼 있는 경기업무지원부는 성향 분석을 비판하는 직원들에게 “이아무개 팀장이 자의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지역본부나 본사보고용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팀장 개인이 조직 관리를 위해 벌인 일탈이라는 이야기다. 경기11팀 직원 등 경기 CFT 소속은 20일 오후 경기업무지원부를 찾아 재차 항의할 계획이다.

KT새노조 관계자는 “CFT는 업무상 필요가 아니라 퇴출을 위한 감시와 차별의 필요로 만들어진 조직임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도 KT식의 고질적인 감시와 차별의 노무관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2005년께부터 부진인력(C-Player) 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지난해 대법원은 불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