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합법화 이후 15년의 역사가 지났고 6만명의 조합원을 지닌 전교조가 해직교사 9명의 지위 때문에 법외노조가 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전교조는 비판하고 법원 판결 일방 옹호
20일 조간신문들은 정치성향에 따라 이 사건을 각양각색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의 '교육 이념전쟁'이 시작된 분위기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법원 판결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法外노조' 전교조, 해직자 9명 문제로 '교실' 흔들지 말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판결로 70여명에 달하는 전교조 노조 전임자들은 학교 현장의 교사로 복귀해야 하며 전교조가 누려온 조합비 원천징수, 사무실 무료 임대, 노조 활동 근로시간 인정 등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단체교섭권·단체협약체결권도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판결의 파장을 설명했다.
▲ 20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동아일보> 역시 <“전교조는 노조가 아니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판결로 전교조의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에 파견됐던 전임자 78명은 일선 학교로 복귀해야 한다. 아울러 단체교섭권을 상실하고 정부가 무상 지원했던 전교조의 시도 지부 사무실도 문을 닫아야 한다. 소속 교사들이 내는 조합비에 대한 원천공제가 불가능해져 조합 활동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라며 그 파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두 언론은 그 파장이 전적으로 전교조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법원의 이날 판결은 유보 조항도, 군더더기도 없이 단순 명쾌했다”라고 판결에 환영을 표했다. <조선일보>는 “9명이 해직된 것은 교육 활동과는 별 상관이 없는 정치·이념 활동을 벌인 게 원인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전교조에서 주요 직책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전업(專業) 운동가'로 활동해왔다. 전업 운동가들이 좌지우지하는 전교조는 강성 투쟁 일변도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과격 투쟁을 하다가 해고돼도 전교조가 전임자로 채용해 월급을 주기 때문에 전교조 활동가들은 마음 놓고 과격한 정치·이념 투쟁을 벌였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 법원의 판결이 전교조를 그들의 기준에서 ‘정상화’시키는데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역시 “이처럼 전교조가 정부의 합법적인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은 평소 법을 우습게 알고 무시하는 행태와 관련이 깊다. 전교조의 일부 교사는 2009년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2010년에는 정당 행위가 금지된 교육공무원 신분으로 민주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드러나 교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정치 활동을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라며 법원의 판결보다 전교조의 행태를 비판했다.
▲ 20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두 언론은 법원 판결을 전적으로 옹호하면서 전교조의 대응 투쟁마저 비판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전교조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투쟁 노선을 걷게 되면 학교 현장은 또 한 번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설립 초기의 '참교육 정신'으로 돌아가 무엇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하는 길인지 다시 따져보고 이성적(理性的)인 길로 가야 한다”라며 대응 투쟁을 만류했다. <동아일보> 사설 역시 “전교조가 항소를 하더라도 상급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1심 판결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전교조를 위해 법원에 탄원서까지 냈던 친전교조 교육감들도 법외 노조를 지원하는 활동은 법에 위반됨을 알아야 한다. 전교조가 또다시 강경한 정치 투쟁을 벌인다면 그 피해는 학교와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중립지대를 형성하다
두 보수언론이 정부의 행정조치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은채, '전교조 비난'에만 몰두했다면 그나마 <중앙일보>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재벌기업이 연루된 사회경제 문제가 아닌 영역에서 <중앙일보>가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위치에 서는 경향의 연장선이었다.
<중앙일보>는 <전교조는 판결 존중하고, 정부는 후속 조치를>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일단은 사법부의 판결을 옹호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현행 교원노조법 조항만 보자면 해직 교사를 노조원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은 교원노조법 2조를 위반한 게 분명하다.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해당 조항이다. 고용부도 이를 근거로 해직 교사를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에 대해 여러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를 거부하는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라고 통보했으니 적법한 행정처분을 했을 뿐이다”라며 판결을 옹호했다.
▲ 20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또한 <중앙일보> 사설은 “전교조는 일단 판결에 승복해 노조 전임자를 전원 학교로 돌려보내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예산 지원을 자발적으로 거절하는 게 마땅하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친전교조·진보교육감 13명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전교조를 임의단체로 대우한다면 이를 막을 순 없겠으나 노조가 아닌 전교조에 다른 명목으로 사무실 운영비 등을 지급하거나 전교조를 정책 파트너로 삼아 교육정책을 결정해선 곤란하다. 법적 지위를 상실한 전교조와 13명의 진보교육감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와 갈등을 빚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하며 다른 보수언론들의 태도에 동조했다. ‘준법정신’을 논거로 투쟁을 만류했고, 준법의 영역과는 상관이 없을 듯한 진보교육감의 ‘정책 파트너’의 역할까지 만류하는 철저하게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국가인권위원회나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거듭되는 권고나 선진국의 법률을 검토해 볼 때 노조의 조합원 자격은 법률이 아니라 노조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며, 해직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교원노조법의 조합원 자격 제한 조항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산별 노조에선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판례도 있지 않나. 법원의 판결은 분명히 존중되어야 하나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조항은 손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후속 조치를 주목한다”라고 지적했다. 적어도 현행 기준이 사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만은 지적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일보>는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하는 입장에 섰다. <한국일보>는 <교육계 갈등 우려되는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란 제목의 사설에서 세 보수언론들과는 달리 ‘교육계 갈등’의 책임을 사법부의 판결에 돌렸다.
▲ 20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한국일보> 사설은 “일차적인 법의 판단이 나왔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대다수 국가에서 해고자, 실업자 등에게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주고 있는 점을 들어 정부에 노조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조합원 자격요건은 노조가 결정할 문제라며 자격제한 규정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법률적 판단을 떠나 6만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단체에 해직자 9명이 있다는 이유로 노조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다. 1999년 전교조 설립 이후 문제삼지 않던 규정을 들이댄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교조가 항소 의사를 밝힌데다 현재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어서 최종적인 법적 판단이 주목된다”라며 <중앙일보> 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정부조치와 법원판결을 비판했다.
또 <한국일보> 사설은 “무엇보다 이번 판결이 교육계에 미칠 파장과 혼란이 걱정스럽다. 당장 교육부는 단체협약안 무효화, 사무실 지원 중단, 조합비 원천징수 중단과 전임자 복귀를 시도교육청에서 취하도록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 대다수를 차지한 진보교육감들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교육부의 지시에 시도교육청이 거부하고, 전교조가 집단행동에 들어갈 경우 노동계와 교육계의 혼란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큰 갈등이 빚어질 게 뻔하다. 갈등이 심화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다. 현 정부 들어 교육현장의 이념갈등과 혼란이 유독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심각히 봐야 한다”라며 교육계에 혼란이 올 경우 그것이 전교조나 진보교육감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부조치와 법원판결 비판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두 진보언론은 정부조치와 법원판결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국제기준에 역행한 전교조 법외노조화 판결>란 제목의 사설에서 법원판결은 물론 정부조치를 차분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법원 판결의 근거가 된 조항에 대해 “해직자에게 노조원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이들 법령은 국제기준에 명백히 배치되는 것으로서 그동안 국제노동기구(ILO)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시정 권고를 받은 바 있다. 교사의 노조 활동 자유 보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의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를 정당화한 판결은 결과적으로 국제노동기준 측면에서 크게 퇴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 20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또한 <경향신문> 사설은 “정부와 정치권은 교육 현장을 파탄시켜서는 안된다.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는 게 옳다고 본다.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9명의 조합원 자격 때문에 6만명 조합원 조직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은 국제적 망신살을 사고 있는 교원노조법 2조 등 노동인권 관련 독소조항 개정에 나서야 한다. 이미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조속한 논의를 기대한다”라며 정부 조치의 철회를 주장했다.
<한겨레>는 <경향신문>에 비해서도 훨씬 적극적으로 해당 사안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국제기준 및 법 취지에 어긋나는 전교조 판결>란 제목의 사설에서 판결문의 논리까지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한겨레>는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너무 법조항의 문구에만 매달려 애초 법을 만든 취지를 가볍게 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동조합에 대해 정의를 내린 노조법 제2조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특히 그렇다. 이 조항은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도록 하고, 사용자의 입김이 미치는 어용노조를 막고자 하는 게 목적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6만여 조합원 중 9명의 해고자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되는지 여부를 따져봤어야 한다. 그런데 재판부는 문제가 된 해고자 가입 부분을,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나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와 똑같이 취급해버렸다. 노조법의 통일적·유기적 해석을 위한 거라는 설명이 고작이다.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해주기 위한 조항을 가지고 거꾸로 자주성을 질식시켜버리고 만 꼴이다. 법조문에 대한 기계적 해석이 낳은 비극이다”라고 지적했다.
▲ 20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또한 <한겨레>는 이러한 판결을 낳은 법률 조항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의 태도가 소극적이라 그동안 법개정이 진척되지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미 전교조에 대해서는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진보 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됐고 그 가운데 8명이 전교조 출신이다. 전국의 초·중·고 학생의 85%가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 공부하게 된 게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민심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전교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대립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충분한 비용을 치렀다. 앞으로도 이런 소모전이 지속된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일 뿐이다. 정부 여당의 성찰을 기대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사설의 주장은 세심한 해석을 필요로 하는 6.4 지방선거에의 진보교육감 우세라는 현상을 전교조에 대한 국민의 판단으로 치환했다는 점에서 성급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무리함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적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