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에 대해 각계각층이 우려하고 있지만 특히 역사학계의 반응이 격렬하다. 한 역사학자는 “(역사학계 사람들이) 똘똘 뭉쳐 이 사람만은 막아내자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한국사 원로 학자 기자회견’이 18일 오전 11시 한국언론재단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 기자회견문에 이름을 올린 원로학자는 강만길 전 고려대학교 교수,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 김태영 전 경희대학교 교수, 박현서 전 한양대학교 교수, 서중석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 성대경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 신해순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 유승원 전 가톨릭대학교 교수, 윤경로 전 한성대학교 교수, 이만열 전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이병휴 전 경북대학교 교수, 이이화 전 서원대학교 석좌교수, 이장희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전형택 전 전남대학교 교수, 조광 전 고려대학교 교수 등이었다.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한국사 원로 학자 기자회견’이 18일 오전 11시 한국언론재단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미디어스
원로 학자들의 기자회견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 이후 진행되었다. 모두발언을 맡은 이만열 전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늙은 사람들에겐 썩 내키지 않은 자리”라면서도 “문창극 후보는 총리에 적격이 아님이 드러났고 자발적으로 용퇴하는 것이 세월호 참사 이후 실의에 빠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비판했다.
이만열 전 교수는 문창극 총리후보의 잘못을 첫째, 외국인과 윤치호를 인용하여 조선 민족을 게으르다고 폄하한 것, 둘째, 조선왕조를 허송세월했다고 폄하한 것, 셋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한 것, 넷째, 한국의 경제성장을 일본을 따라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폄하한 것, 다섯째, 식민지배와 분단을 긍정한 것 등으로 제시했다. 이만열 전 교수는 “종교 단체라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을 넘어서도 되는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독립운동은 하나님의 뜻에서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리고 기독교 진영의 3,1운동 참석자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문은 제법 길었기 때문에 세 명의 원로학자들이 나누어서 발표했다. 조광 전 고려대학교 교수는 “조선인은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게 DNA로 남아 있다는 문 후보자의 발언은 조선시대를 미개한 것으로 파악하는 전형적인 식민사관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조광 전 교수는 “문 후보자의 조선에 대한 인식은 일제가 한국사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왜곡하기 위해 설치한 조선사편수회의 그것과 흡사하다”라면서 “어떻게 한 왕조가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500년 동안이나 유지될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서 김상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우리 민족의 독립을 독립운동세력이 전취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미국이 거저 주었다는 타율적 해방론이 몹시 당혹스럽다”라면서 “그의 주장대로라면 독립운동가들이 하느님의 뜻을 거스리는 사탄이란 말인가”라며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을 비판했다.
또 김삼웅 전 관장은 “피해당사자와 정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모두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는데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문 후보자는 헌법의 이념 및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는 국무총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한국사 원로 학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원로학자들이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미디어스
마지막으로 나선 윤경모 전 한성대 총장은 “남북분단도 6.25 전쟁도 하느님의 뜻이라면 남북 간의 협상과 대화도 필요 없게 된다”라며 문 후보의 통일관을 비판했다. 윤경모 전 총장은 “이는 대립과 갈등을 전제로 하는 냉전적 사고에서 나온 분단고착화 주장이며 흡수통일론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윤경모 전 총장은 “김명수 교육부장관 내정자 역시 역사를 국가권력의 이데올로기 통제수단으로 삼기 위해 한국사교과서를 국정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시대착오적인 인물이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원로 학자들은 “우리는 문 후보자와 같이 반헌법적인 역사관을 지닌 인물이 총리로 임명된다면 후세 역사가들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을 ‘친일·극우 내각’으로 평가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이 나서서 문 후보자의 총리 임명을 막아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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