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 11일 밀양 송전탑 건설을 위해 주민 ‘철거’를 집행했다. 경찰은 한국전력과 함께 총 5곳에 있는 움막을 뜯어내고 주민들이 목과 허리에 묶은 쇠사슬을 잘라냈다.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해 밀양을 찾은 시민들과 종교인, 사회운동 활동가들도 쫓아냈다. 사흘 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이곳을 찾았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 경찰은 ‘행정대폭행’으로 불릴 만큼 강도 높은 철거를 진행했다.

▲ 16일 오전 서울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밀양주민 한옥순 할머니가 경찰의 행정대집행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6일 오전 밀양 주민들이 서울 경찰청 앞까지 왔다. 한 주민은 기자회견 장소를 내주지 않는 경찰에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목숨뿐”이라며 경찰을 인도 밖으로 쫓아냈다. 11일 행정대집행 당시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옷까지 벗어가며 저항했던 한옥순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굴 안에 있던 할머니 6명에게 소를 때려잡는 칼을 들이밀며 위협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칼에 맞아 죽더라도 끝까지 꿋꿋하게 싸우자”고 말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은 “경찰은 어르신들과 수녀님이 있는 움막을 뜯고 절단기를 썼지만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다”며 “국회의원들도 왔지만 단 한 마디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11일 당시 농성장 근처를 돌던 헬기는 최소 6차례 이상 낮게 날며 주민들을 위협했다. 주민 8명이 헬기로, 19명은 응급차로 후송될 정도였다. 주민들은 이성한 경찰청장에게 책임자 처벌과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 16일 오전 경찰청 앞에서 열린 밀양송전탑 건설 행정대집회 규탄 기자회견. 한 밀양주민이 대화를 원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밀양 용회마을의 구미현 할머니는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6·11에 머물러 있다”며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구씨는 “들려나올 때 ‘숨통이 끊어진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발이 하늘로 머리가 땅으로 거꾸로 끌려나왔다”며 “경찰은 우리를 사람이 아니라 물건으로 다뤘고, 무장해제된(쇠사슬 해체 뒤) 우리를 개처럼 끌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이 아니라 경찰이 움막을 뜯었고 송전탑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대집행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산인권센터 안병주 상임활동가는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경찰은 행정대집행에 앞서 주민과 한전을 중재하는 사전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고 주민을 보호하지도 않고 오히려 대집행의 주체로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밀양에서 한전과 경찰의 인권탄압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지만 정작 가장 근본적인 인권침해인 ‘송전탑 건설’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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