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침몰한 배만큼이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 한국 사회에서, 오직 ‘손석희의 JTBC’만 날아올랐다. 사람들은 정권의 의중에 따라 타락한 공중파방송과 어뷰징에 목맨 일간지에 대한 실망을 JTBC의 보도와 손석희 사장에 대한 예찬으로 해소했다. JTBC의 뉴스 시청률은 MBC를 추월하며 MBC 구성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제공했다.

JTBC 뉴스의 성공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었다. 혹자들은 공중파 방송에 비해 떨어지는 제작 여건에 따른 부실한 질을 말했으나 공중파 방송들이 제대로 시사를 다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것은 단점이 될 수 없었다. 다른 경우 대안매체들의 보도를 가져갔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JTBC 뉴스에 열광하기 시작한 시민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도 관대했다. 이런저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손석희 사장이 중심을 잡고 있다는 신뢰가 있었고, 그것은 JTBC의 본사인 <중앙일보>의 역린인 삼성 사주가문의 그것조차 일정 부분은 다룰 수 있다고 믿을 정도였다. JTBC의 일부 보도는 그런 믿음을 충족시켜 주었다.
하지만 6월 10일 문창극 총리후보 선임 이후 사흘의 시간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새로운 종합편성채널과 미디어 ‘영웅’에 대한 찬양만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6월 11일과 6월 12일의 보도에서 KBS는 간만에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는 보도를 했다. 이는 그간 수신료의 가치를 드라마 <정도전>에서 밖에 보지 못했던 시민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줬다. 반면 JTBC의 경우 11일의 보도에서는 문창극 총리후보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 등이 치고 나간 이후 12일의 보도에서야 문창극 후보의 문제 발언들을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이 한 건만으로 JTBC 방송의 역량을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JTBC 방송이 '중앙일보 출신'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나, 초기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12일의 보도에서부터는 JTBC 역시 예의 시사보도의 역할에 합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우리가 공영방송의 시사보도 기능이 정권에 의해 취약해진 상황에서 JTBC의 공정성에 과도하게 환호한 부분이 없지 않느냐는 반성은 필요하다. 최근 KBS의 보도는 공영방송의 그간의 역량이 단시간에 훼손될 수는 없으며,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영진과 간부의 통제가 없다면 쉽게 살아날 수도 있을 거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물론 KBS의 보도기조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역시 지나치게 희망적인 것이다. KBS의 해당 보도는 길환영 사장 퇴임 이후 신임사장이 취임하기 전의 과도기의 정세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공영방송에서 시사보도가 거세된 시대에 KBS가 이런 보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시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시민들에게 바로 공영방송이 이런 보도를 할 수 있기에 정권에 장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공영방송이 종편방송을 비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냉소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12일 KBS '뉴스9' 캡처
최근의 언론환경의 난맥상은 손석희라는 한 명의 ‘미디어 영웅’에 대한 열광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JTBC 뉴스가 MBC 뉴스의 시청률을 뛰어넘었다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KBS 뉴스를 가장 많이 본다. 국민TV가 KBS와 같은 날 해당 사안을 보도했을지라도 이 사안을 전국적으로 크게 키운 것은 결국 KBS의 영향력이다.
우리는 그러한 매체 영향력의 편중이 과도하다고 얘기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기왕 그러한 환경이 있고, 그들에 대한 통제가 있을 때, 여전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종편방송 중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는 이나 대안매체의 영향력 확대 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수복’임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KBS의 최근 보도는 우리가 거의 잊고 있었던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갈증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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