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월드컵 중계를 위한 ‘별도의 재전송료’를 요구하고 있는 지상파 3사가 정작 브라질월드컵 중계에 KT 위성을 이용하면서는 추가 비용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파는 지난달부터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월드컵 재전송료를 추가로 협의하자고 했고, 현재 사업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유료방송에 재전송 비용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는 지상파가 정작 월드컵 중계 특별비용은 내지 않는 셈이다.

10일 KT는 “KBS, MBC, SBS 방송3사가 만든 해외 스포츠 방송 중계권 계약기구인 코리아풀(Korea Pool)을 통해 브라질 월드컵의 국내 중계 방송망 담당할 주관 통신사로 선정돼 이번 국제방송중계망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KT는 “만약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미국 LA와 뉴욕의 거점시설을 활용해 즉시 우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KT의 국제방송중계망 구성도. 케이블 연결 방식. (자료=KT)

지상파는 KT가 구축한 해저케이블과 위성을 통해 월드컵을 중계한다. 위성의 경우 브라질 미디어센터에 있는 지상파 3사가 KT 위성에 음성·영상 데이터 등을 전송하면 이 위성이 이를 충남 금산에 있는 위성센터로 보내고, KT는 이 센터가 수신한 데이터를 광케이블로 방송사로 전송한다.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위성은 KT가 외국기업에서 빌린 것이다.

취재결과, KT와 지상파는 기존 거래해 온 액수대로 위성전송망 계약을 체결했다. KT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월드컵이라서 돈을 더 받진 않고 원래 서비스비용 그대로 계약했다”고 확인했다. 반면 KT는 지상파에 별도의 재전송료를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금액을 두고) 지상파와 협상이 돼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IPTV사업자와 달리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는 완강하다. 이를 두고 한국방송협회(회장 이웅모)는 10일 성명을 내고 “지상파 방송사만으로는 (중계권료 상승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매년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케이블SO도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의 보장을 위해 역할을 분담하자고 요청한 것”이라며 밝혔다.

방송협회는 케이블SO가 생떼를 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송협회는 IPTV 3사가 ‘국민관심행사 재송신 대가 별도 협의’라는 계약에 따라 2010년 남아공월드컵부터 추가로 재전송료를 지불했다며 “케이블SO들이 계약에 근거한 협상요청마저 거부하면서 규제기관의 개입과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도의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대가에 대한 언급은 계약서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케이블협회는 “중계권료 상승은 지상파 스스로의 탐욕에서 시작됐다”며 “이번 브라질월드컵 중계권도 지상파들이 시장예측을 잘못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고액으로 구매했다면 스스로 책임지고 극복해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케이블협회는 “상업 논리에 앞서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국민들의 시청권”이라며 “이를 고려해 지상파 3사는 월드컵 중계방송 재송신료라는 부당한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어 “정부와 국회는 국민들이 추가부담 없이 지상파 방송을 안정적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재송신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전송하는 대가로 가입자당 재전송료(CPS)를 280원씩 주고 있다. 이런 까닭에 언론은 지상파가 요구한 ‘월드컵 시청료’가 이중, 삼중부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일 사업자들을 불러 중재에 나섰으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가 KT와의 위성전송망 계약에서는 기존 거래해 온 액수대로 계약을 해놓고, 유료방송사업자들을 향해 재전송료는 더 달라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중적이란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SO와 지상파의 협상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월드컵 블랙아웃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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