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이후 한국철도공사(사장 최연혜, 이하 코레일)가 10일부터 ‘직원의식 개혁을 위한 국가관․ 애사심․윤리관 특별교육’을 시작했다. 그동안 코레일은 운영, 유지보수 등 핵심기능 분할을 추진하면서 안전 문제에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교육을 두고도 코레일 내부에서는 “1인 승무, 자회사 분할 등 안전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는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레일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특별정신교육을 “세월호 사고로 사회윤리적 직업의식이 새삼 부각되는 시점에서 철도인의 본분을 되새기고, 책임의식을 강화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라고 소개하면서 “높은 도덕적 책무를 바탕으로 국가관과 애사심을 내면화해 위급 상황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연혜 사장은 교육 첫날 “최근 일련의 사태로 사소한 장애에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과 대응에 대한 국민적 요구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비장한 마음가짐과 소명의식으로 재무장해 나라사랑과 애사심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고 고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철도인이 되자”고 말했다. 코레일은 인재개발원에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온라인 특별교육도 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세월호 참사 전후로 열차사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8일에는 용산역을 출발해 동인천으로 가던 전동열차가 갑자기 멈춰선 사고가 있었다. 당시 350여명의 시민이 열차에 있었는데 19분이 지연됐다. 이달 19일에는 과천선 금정역 전동열차 변압기가 파손된 사고도 일어났다. 최근에는 철도기술연구원과 납품업체가 유착해 불량 제동부품이 열차에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지난 4월3일 4호선 코레일 열차의 선로이탈 사고가 발생, 일부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코레일 직원들이 복구 작업을 마친 뒤 사고지점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3일에는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삼각지역 구간에서는 회송 중인 전동열차가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있었다. 1월6일엔 과천선 금정∼정부과천청사역 사이 전기공급 장애로 일부 상행선 운행이 2시간 넘게 중단됐다. 지난해 12월30일에는 화물열차가 궤도를 이탈했고, 12일에는 지하철 1호선 이문차량기지로 들어가려던 열차가 회기역 주변에서 갑자기 멈춰선 사고가 있었다.

철도시설은 철도시설공단이, 운영은 코레일이 하는 ‘상하차 분리’와 1인 승무 등이 열차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정부는 코레일의 운행, 유지보수 등 핵심업무를 6개 자회사로 분할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더구나 코레일이 지난해 12월 파업에 참여한 철도노조 조합원 수백 명을 중징계하면서 현장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정신교육은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철도노동조합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국가관과 애사심이 바뀌면 안전문제가 해결되는 양 정신교육을 하는 것은 19세기적 전시행정”이라며 “철도노동자들은 근본적인 대책으로 1인 승무 폐지, 분할정책 반대 등을 요구했지만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말하는 ‘효율화’는 수익 중심 운영인데 이게 안전의 토대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인력과 인건비를 줄이려는 정책으로 안전 요소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분할 정책 포기가 근본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업 이후 중징계로 현장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 또한 안전운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은 지난달 29일 지난해 파업 참여 조합원 중 99명 해고, 282명 정직, 23명 감봉 등 404명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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