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엔 전자신문 구독을 끊었다. 삼성은 지난 3월 전자신문이 갤럭시S5의 생산 차질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를 내보낸 뒤 전자신문을 상대로 3억 원대 소송을 제기하면서 1면에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4~5월 세월호 참사에 이건희 회장 건강 악화로 여론전의 강도는 낮아졌지만 삼성은 사업장 등에서 구독하던 신문을 최근 끊었다.

▲ 삼성전자와 전자신문.

전자신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무선사업부가 관리하는 수원, 구미사업장에서 전자신문 구독을 끊었다. 지난 22일부터 기자실에서 구독하던 신문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은 지난 3월 이후부터 광고도 끊은 상태다. 전자신문의 지난해 매출은 327억 원인데 이중 삼성 광고와 협찬은 23~24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전자신문 관계자는 “삼성이 달라지지 않는 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도 ‘정정보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신문 편집국 간부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삼성에서 정정보도 요청이 몇 차례 왔지만 ‘정정보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전자신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결’이 아니라 원칙대로 대응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삼성이 광고를 다 끊고 구독을 끊었지만 우리는 처음과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공정사회파괴 노동인권유린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 황수진 활동가는 “비판기사를 쓴 언론에 광고를 끊고 사과문과 정정보도의 형식과 내용까지 정해 압박한 것도 모자라 신문구독까지 끊는 것은 삼성의 언론 길들이기 방식이 얼마나 치졸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광고를 통한 언론 길들이기가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홍보팀은 “전자신문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삼성의 ‘1면 사과’ 요구 뒤 전자신문은 삼성 관련 기획기사를 50여건 내보냈다. 삼성이 블로그에 반박한 것만 9일 현재 6건이다. 삼성은 지난 4월 “진정한 언론은 정정보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사를 무기화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사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