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1년 3개월만에 사의를 표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대체 이정현 홍보수석이 무언가에 대해 책임을 진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 사유에 의해 물러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똑부러진 설명을 안 해주는 가운데 언론조차도 이정현 수석의 사임이 ‘문책’인지 ‘차출’인지 분석(?)을 하는 상황이다.

9일자 <한겨레>는 8면 기사에서 아예 <이정현 사표수리 ‘경질설’-‘재보선 차출설’ 엇갈려>라는 제목으로 새누리당 내부의 주장을 분석했다.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이 8일 핵심 측근이자 ‘복심’으로 통했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배경을 놓고 여권 안팎에서 ‘경질설’과 ‘차출설’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임 원인을 두고 언론이 분석해야 하는 ‘불통’ 정권의 실상이 드러났다.
▲ 9일자 한겨레 8면 기사
이정현 홍보수석의 사임을 둘러싼 박근혜 정부 인사 문제의 원칙에 대해선 보수언론조차 우려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9일자 사설 <'忠誠心'이란 안경을 벗고 총리·장관 후보들을 보라>에서 “인사 발표 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인사 배경이 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만드는 빈도가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임명된 홍보기획비서관만 해도 왜 그 자리에 임명됐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알려진 게 없다. 새 홍보수석의 경우에도 그의 능력보다는 인선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 이는 분위기다. 그 배경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불신과 억측이 쌓인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역시 같은 날 <보수석 교체, 국민에게 설명하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의 참모여서 이를 바꾸는 건 대통령의 독자적인 판단 영역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은 국민과 관련된 부분이 많아 그의 거취가 ‘대통령 자유의지’에만 묻힐 일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정현 교체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교체 이유도 불투명하다. KBS에 대한 외압논란과 연결되는 문책성인지, 아니면 정권취임 1년3개월간 누적된 피로인지, 개인적인 불가피한 사정인지 납득이 잘 안 된다. 당사자를 놓고 여권에서 7·30 선거 출마나 입각 등이 활발히 거론되는 걸 보면 문책은 아닌 것 같다. 그가 일에 지친 거라면 그것도 문제다”라며 이정현 사표 수리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한겨레>와 마찬가지로 지적했다.
▲ 9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진보언론들의 경우 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정부의 전반적인 인사 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겨레>는 9일자 사설 <출발부터 기대에 못 미친 인적 쇄신 작업>에서 “사람 바꾸기의 출발선을 끊은 청와대 홍보수석 경질을 보면 이런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청와대 홍보수석이란 자리는 국민과 대통령이 소통하는 가장 직접적인 창구지만 이정현 전 수석은 소통에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자랑스런 불통’이라는 말에서도 나타났듯이, 그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보다는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홍보에만 급급했다. 따라서 청와대 홍보수석 경질은 국민과의 소통 부족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번 인사에서 그런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이 전 수석의 7·30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설, 장관 입각설 등이 나도는 것을 보면 그의 경질은 ‘벌’이라기 보다는 ‘상’에 가까워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은 7.30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확정된 것도 아니고 이 수석이 일주일 여 시간 동안 여론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청와대 인사의 의중이 한 번에 공표되지 못하고 여론에 의해 최종결정되는 상황은 이 정부가 ‘일단은 지지층을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하되 최종적 의미부여는 여론을 보고 하는 포퓰리즘 정부’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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