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가 진행된 날, 공권력이 전주 버스노동자와 밀양 주민들을 덮쳤다. 전주에서 경찰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폭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 노동자 관련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을 대거 체포, 연행했다. 밀양에서는 움막농성장을 지키는 주민들이 투표를 하러 간 사이 사복경찰이 들이닥쳤다.

스스로 목숨 끊은 전주 버스노동자, 경찰은 회사 민원만

4일 전주덕진경찰서는 오전 6시 반께 전주시 팔복동 신성여객에서 집회를 진행하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신성여객지회장, 남상훈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버스지부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오전 11시께에는 신성여객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인 노동자 7명을 추가로 연행했다. 총 9명이 체포 또는 연행됐다.

노컷뉴스와 참소리에 따르면 경찰은 신성여객의 시설보호 요청에 따라 병력 200여 명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체포, 연행했다. 지회 소속 조합원 100여 명은 3일부터 승무를 거부해왔다. 경찰은 4일 노동자들이 출차를 막아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체포, 연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 4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신성여객 버스 출입로에서 노조원들이 승무거부 투쟁을 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신성여객 노동자 진기승씨는 지난 4월30일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면서 회사 옥상에서 목을 맸다. 그는 혼수상태에 있다 지난 2일 명을 달리했다. 진씨는 2012년 해고됐으나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해고 무효 판정을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결정을 번복했으나 법원은 진씨가 자살을 기도한 이튿날 부당해고로 판결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성명을 내고 “경찰이 진기승 동지의 투신 이후 36일 동안 사태를 방치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조합원과 가족을 우롱했던 신성여객 사측의 편에서 조합원을 탄압하고 있는 명백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전북본부는 “이미 버스투쟁으로 인해 수백명이 구속․집행유예․벌금 등 처벌됐고, 벌금액만 해도 3억 원에 이를 정도”라고 전했다.

밀양주민들 투표하러 간 사이 사복경찰 들이닥쳐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는 사복경찰이 들이닥쳤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오전 10시20분께 사복경찰 20여 명이 밀양 부북면에 있는 농성장에 진입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주민들이 투표하러 간 시간에 경찰이 치고 들어와 주민들이 놀라서 사색이 됐다”고 전했다.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민들과 십여분 동안 몸싸움을 벌인 뒤 농성장에서 철수했고, 11시50분께 현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경찰은 위험물질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했지만 선거일 주민들이 일부 빠진 상황에서 들어온 것은 일종의 위력시위”라며 “오랜 농성을 주민들 체력이 바닥이 난 상황에서 경찰이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 (사진=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대책위는 “10년의 싸움 속에서 주민들의 요구는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마을 공동체는 갈가리 찢기고, 철탑은 하나 둘씩 올라가고 있다”며 “이러한 위력시위는 주민들을 더욱 자극하는 것밖에 되지 않음을 깨닫고, 행정대집행이라는 공권력의 물리력 행사가 아니라 대화와 중재를 통해 사태가 해결”할 것을 정부와 한전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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