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가장 신뢰성이 높은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봤을 때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보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의 우위가 확연하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17곳에선 새누리당 5곳, 새정치민주연합 5곳, 경합 7곳으로 양자간의 균형이 팽팽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 17곳에선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11곳에서 승리를 거두고, 보수교육감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5곳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합지역 2곳에서도 진보교육감 후보가 약간 앞서고 있어, 개표방송을 끝까지 봐야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진보교육감 우위의 희망이 일고 있다.
진보 교육감 후보 13명은 지난 5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입시고통 해소와 학생 안전 및 건강권 보장, 교육비리 척결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세 가지 공동 정책으로는 교육복지 강화, 혁신학교 성과 확대 및 학교혁신 보편화, 친일독재교과서 반대 등을 발표한 바 있다.
▲ 교육감 선거에서 선거구를 초월해 후보 간 연대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후보(오른쪽에서 세번째)는 지난 5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조희연(서울), 이청연(인천) 등 5개 시도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5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공약을 발표했다. (이재정 후보 제공) (연합뉴스)
이 13명은 서울 조희연, 경기 이재정, 인천 이청연, 강원 민병희, 충남 김지철, 세종 최교진, 충북 김병우, 전북 김승환, 광주 장휘국, 전남 장만채, 대구 정만진, 울산 정찬모, 경남 박종훈 등이다. 이중 대구의 정만진 후보와 울산의 정찬모 후보는 출구조사 결과를 볼 때 당선이 어려워 보인다. 또 전북의 김승환 후보와 경남의 박종훈 후보는 경합 중이다. 나머지 9후보는 출구조사 결과에서 보수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외에 기자회견을 함께 하진 않았지만 2002, 2006년 민주노동당 부산시장 후보, 2008년 진보신당 대표단, 2012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김석준 후보도 보수후보를 앞서고 있다. 김석준 후보는 상대 후보들의 끊임없이 색깔론과 이념 시비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선거 운동 기간에는 일정 정도 ‘진보’ 후보들과 거리를 뒀다. 김석준 후보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 3자 대결구도에서 16.8%를 얻었고 이는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다. 또 제주 이석문 후보 역시 진보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진보교육감의 선전 이유에 대해선 대체로 “정당공천이 없는 상황에서 진보는 단일후보를 내세우고 공동 기자회견 등으로 정체성을 드러낸 반면 보수후보들은 난립했다”라는 분석이 일단, 우세하다.
정당 선거에선 새누리당이 이권 중심으로 단단히 뭉쳐 있는 반면 야권은 정치성향에 따라 분열되어 있다. 하지만 교육정책 문제에선 야권의 의견이 상당히 합치하는 반면 정당이 공천하지 않는 보수진영은 이권을 노린 이들이 분열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진보는 고정표가 뭉치고 보수는 고정표가 나뉘는, 정당 선거와는 반대 현상이 펼쳐진 것이다.
특히 보수진영에 매우 유리했던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가 ‘흙탕물 싸움’으로 자멸의 길로 들어서면서 조희연 후보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가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권력을 심판해야 하는 문제인지에 대해선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에 대한 ‘비토’를 줄이는 역할은 했다는 분석이다. 그간 ‘반전교조 정서’를 핵심으로 한 진보교육감에 대한 ‘비토’가 맹위를 떨쳐왔으나, 출구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번 선거에서는 그 ‘비토’의 힘이 많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정책 선거'의 영향도 지적되었다. 조희연 선본 선거운동을 했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은 하던 대로 했으나 지역에선 혁신학교 학부모들이 선거운동을 다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 관계자는 "서울에서 혁신학교와 무상급식을 경험한 학부모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역 곳곳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정책의 무서움, 이 학교를 지키겠다는 엄마의 무서움이 느껴졌다"고 부연했다.
한편 수도권 교육감 조희연·이재정·이청연 후보는 지난 5월 30일 6개 공동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수도권 후보들이 발표한 공동 공약은 서열 중심 고교체계 혁신, 가칭 수도권 교육혁신연구소 설립·운영, 오전 8시 전 강제등교 전면금지, 교복구매 공영제, 교과서 난이도 재조정, 혁신학교 연계·내실화 등이었다.
다음은 교육감 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다.
교육감 선거
서울 조희연 40.9 문용린 30.8 (진보)
부산 김석준 34.7 임혜경 20.4 (진보)
대구 우동기 55.1 정만진 31.6 (보수)
인천 이청연 32.8 이본수 25.9 (진보)
광주 장휘국 47.6 양형일 31.4 (진보)
대전 설동호 32.2 최한성 16.1 (보수)
울산 김복만 33.6 정찬모 28.6 (보수)
세종 최교진 39.2 오광록 24.2 (진보)
경기 이재정 37.7 조전혁 27.1 (진보)
강원 민병희 48.4 김선배 36.2 (진보)
충북 김병우 45.2 장병학 32.7 (진보)
충남 김지철 30.6 서만철 30.2 경합
전북 김승환 58.5 이미영 18.4 (진보)
전남 장만채 58.6 김경택 28.6 (진보)
경북 이영우 50.2 이영직 28.7 (보수)
경남 박종훈 36.8 고영진 33.9 경합
제주 이석문 33.7 고창근 26.4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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