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유권자는 총 7장의 투표용지에 기표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유권자는 투표용지가 5장, 세종특별자치시는 4장이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판세 예측은 제각각이다. 여당은 “한 번만 도와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번 선거의 성격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점이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투표하는 게 맞다. <미디어스>가 2014년 유권자가 처한 ‘처지’를 정리했다.

1. 우리는 모두 ‘5등급’ 입니다

지난달 19일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은 세계 139개국의 노동권 실태를 조사한 ‘세계노동권리지수’를 발표했다. 국제노총은 한국을 5등급 ‘노동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로 분류했다. 한국과 같은 5등급 국가는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그리스 과테말라 라오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24개국이다. 아래 5+ 등급도 있다. 소말리아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시리아 같이 법치주의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다. 노동권은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 교섭을 할 권리, 파업을 할 권리, 그리고 ‘일 할 권리’를 포함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는 5등급이다.

▲ 분노의 숫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지음/ 도서출판 동녘 펴냄/ 2014년 4월

2. 떼인 월급은 절대 못 받습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원장 정태인)이 최근 펴낸 책 <분노의 숫자>에 나온 ‘임금 격차’ 관련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2013년 3월 기준 10인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 월평균임금은 171만8천 원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 임금 356만7천 원의 절반이 채 안 된다. 4860원이던 최저임금(2014년 7월5일부터 5210원)도 못 받는 노동자는 208만8천여 명이다. 노동자 10명 중 한 명이 최저임금 미달이다. 10대 52.9%, 60대 이상 43.8%, 여성 17.4%가 최저임금을 못 받고 일한다. 떼인 월급이 늘고 있지만 일자리는 최저임금 사업장뿐이다.

3. 둘 중 한 명은 비정규직입니다

2011년 한국의 ‘임시직’ 노동자 비율은 2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93%의 두 배다. 한국은 스페인(25.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데 큰 차이는 없다. 물론 이 통계에는 무기계약직이 빠져 있다. 시간제, 파견, 용역, 특수고용, 가내노동자를 포함하면 2013년 3월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46.1%다. 둘 중 한 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10인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의 58.3%는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월평균임금은 282만7천 원, 비정규직은 140만6천 원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는 142만천 원이다.

4. 소득의 2배를 빚으로 안고 삽니다

이 정도면 빚이 아니라 폭탄이다. 통계청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10년 143.1%에서 201.7%로 치솟았다. 소득 하위 20~40%는 101.8%에서 123.8%로 올랐다. 이 기간 유일하게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떨어진 계층은 상위 20%다. 이들의 부채비율은 112.4%에서 103.2%로 떨어졌다. 한국은 빚 독촉으로 따지면 OECD 1위 국가다. 2012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한국의 채무 상환 비율(실질소득 중 갚아야 할 부채의 원금과 이자의 비율)은 19.5%로 미국(10.4%)의 두 배 수준이다.

5. 베이비붐세대 사장님들은 노동자보다 가난합니다

직장에서 퇴직하더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게 한국이다. 2013년 자영업자는 705만 명으로 전년 713만 명에서 조금 줄었으나 50대 베이비붐세대 사장님은 212만 명에서 217만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자영업자는 역대 최악의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1인이 갚는 원금과 이자는 2012년 995만 원에서 2013년 1197만 원으로 20.2%로 증가했다. 노동자(850만 원→995만 원, 17.1%)보다 심하다. 2012년 자영업자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346만 원인데 노동자 가구는 419만 원이다. 사장님 대부분은 노동자보다 가난하다.

6. 대부분은 중산층이 아니라 워킹푸어입니다

2013년 한국의 중산층 비중은 65.6%다. 2011년 64.0%, 2012년 65.0%에 이어 증가했다. 중산층은 평균소득이 50~150% 안에 있는 계층이다. 50% 미만은 빈곤층, 150% 초과는 상류층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 기준에는 ‘부채’가 없다는 것. 자산이 없고 빚만 많더라도 일정 소득이 있다면 중산층이 된다. 주간경향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 중위소득은 177만 원인데 이 기준으로 보면 중산층의 소득은 88만5천 원~265만5천 원이 된다. 88만 원 세대도 중산층이라는 이야기다. 정부가 가난한 사장님과 워킹푸어를 ‘중산층’으로 포장하고 있다.

7. 철밥통이라고요? ‘밥통’도 없습니다

‘민영화된 공기업’ KT는 지난달 8302명을 내보냈다. 언론이 매년 소개하던 ‘신의 직장’은 이제 정상화의 대상이 됐다. 정부는 철도 같은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를 착착 진행 중이다. 철밥통을 비난하지만 ‘밥통’도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케이블TV 기사들은 최근 임금 20% 삭감 요구를 받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간접고용노동자들을 쥐어짰고 이들의 임금은 몇 년 동안 줄었다. 최근 1년 새 3명이 명을 달리했다. 지난 4월 ‘노조탄압’을 폭로하며 자결을 시도하다 혼수상태에 빠진 전주 신성여객 버스기사 진기승씨는 2일 밤 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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