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하루 앞이다. 그런데 정책 대결도 후보 대결도 없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자의 딸 캔디고 씨가 페이스북에 고 후보에 대한 비판 글을 올리면서, 이 선거에서는 정치공작 논란만 남았다. 전교조 탄압, 교육복지 문제 등 쟁점은 흐려졌다. 보수진영 두 후보가 가족사를 두고 싸우면서 진보진영 조희연 후보가 선거에서 사라졌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농약급식’ 진실공방과 색깔론만 이어지고 있다.

“고승덕이 박태준 사위인 줄 몰랐다”는 문용린

본투표일을 하루 앞둔 3일도 같은 모습이다.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올해도 딸 캔디고씨의 은행 심부름을 한 적이 있다며 “사실과 다르게 딸이 마치 15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산 무정한 아버지라고 갑자기 글을 올리면서, 그것도 선거 며칠 전에 올렸는가, 저는 굉장히 당혹스럽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일방적으로 양육권을 뺏긴 버려진 아버지”라고 했다.

고승덕 후보는 “(딸이) 그동안 미국을 터전으로 98년도에 가서 거기서 주로 학교를 다녔고 방학 때도 잘 나오지를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까 딸 입장에서는 부모와의 관계, 아무리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양육권을 뺏겼다고 해도. 그리고 결혼할 때 재산분할이라든가 모든 것이 사실 저는 털털 털리고 나온 사람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딸로서는 이제 다른 아버지만큼 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항상 섭섭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용린 후보 측이 캔디고씨의 폭로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고 후보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둘째 딸인 박유아씨와 지난 1984년 결혼했다. 고 후보와 박씨는 지난 2002년 합의 이혼했고, 고 후보는 2년 뒤 재혼했다. 캔디고씨의 폭로성 글을 두고 고 후보는 문용린 후보와 박태준가의 공작이라고 주장해 왔다. 고 후보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문 후보가 교육부 장관을 했을 때 정확한 같은 기간에 박태준 회장께서는 총리를 하셨기 때문에 기간이 정확히 겹치는 것”이라고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문용린 후보는 ‘고승덕 후보가 박태준 회장의 사위인 줄 몰랐고, 박태준 가와 사전에 전화를 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고 후보가 누구의 사위였는지 제가 알 이유가 어디 있고, 경쟁후보로 나와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캔디고 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2시간 정도 뒤에 캔디고씨의 외삼촌과 통화를 했고, 사전에 통화는 없었다는 점을 들며 정치공작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통화기록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사진=조희연 후보 페이스북)

‘민주진보 단일후보’로 나선 조희연 후보는 이 같은 정치공작 논란이 정책 선거를 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는 지난 1일 “교육감 선거가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라, 지극히 비교육적인 공방으로 번지고 있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용린 후보가 지난 1일 고승덕 후보에게 ‘패륜의 문제’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우리는 이 문제를 더 이상 가족사나 윤리 문제로 확대하는 데에 반대한다”며 선거 본연의 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한편 2일 영화감독 박찬욱, 봉준호, 정지영, 김조광수, 변영주씨 등 문화예술인 82명은 조희연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이들은 “(조 후보는) 민주주의와 참교육을 위해 유신독재에 당당하게 맞섰고,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실천을 함께하고 있다”며 “조희연 후보가 서울의 교육을 개혁하고 혁신할 적임자라고 굳게 믿다”고 밝혔다.

농약급식으로 ‘몽망진창’ 된 서울시장 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정책은 사라졌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선거운동 시작부터 ‘농약급식’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진실공방만 오가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현 서울시장)는 농약이 남아 있는 식자재가 검출된 사실이 서울시에 통보되지 않았고, 농약 식자재가 전면 유통된 적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는 서울시의 관리 책임을 묻고 있다.

정몽준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도 농약급식 문제를 밀어붙였다. 정 후보는 3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감사원 보고서에는) ‘가령 연인원으로 치면 학생이 한 400만 명이 먹었다’ 이렇게 보고서에 나온다”며 서울시가 이 사실을 지난해 알았을 터인데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어 “(시정조치 등) 그런 걸 안 했기 때문에 몇 개월 간 100만 명 이상이 학생이 다 먹었다 하면 참 잘못된 것이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계속 뭐 몰랐다, 없다 하는 것도 전 심각하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박원순 후보) 그 분의 주장은 죄송하지만 억지 궤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후보는 “(감사원은 서울시에) 어떤 조치를 요구한 바도 없다”며 “그 말씀은 무슨 말씀이냐 하면 그러니까 그것이 별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의미 없을 정도로 문제가 없다, 이런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감사원 감사결과의 핵심은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와 농수산부 산하 품질관리원이 농약 잔류량 검사 결과를 서로 통보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정몽준 그 후보께서 주장하는 것처럼 농약이 무슨 어디 대량으로 학교에 무슨 뭐 납품이 되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식자재로 사용됐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렇게 대량으로 무슨 농약잔류가 있는 농산물을 공급했다, 그래서 뭐 아이들한테 이렇게 무슨 큰 문제가 있다, 이렇게 저는 정치적으로 아이들 먹거리를 가지고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몽준 후보는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2일 JTBC 토론에서 박 후보가 통합진보당과 서울시정을 같이 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고, 박 후보가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의 전쟁침략기지’라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원순 후보는 “이번 선거는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라며 “색깔론은 철지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서는 “주민입장을 반영해 원만히 가면 좋겠다는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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