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슬로건 ‘창조경제’ 구호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다시 등장했다. 박원순 현 시장(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은 서울에 5대 창조경제거점을 육성, 일자리 10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공공기관이 떠난 서울시내 부지에 시 재정과 민간자본으로 창조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원순의 창조경제 십만양병설 vs. 정몽준의 부동산 창조산업론

박원순 후보의 ‘서울형 창조경제’ 계획은 △산업·유통·일자리·사회적경제 등 4대 경제특구제 도입 및 확대 △마곡, 창동·상계, 홍릉 등 3대 아시아지식기반허브 구축 △구로·가산, 홍대·합정, 상암·수색, 동대문, 개포 등 5대 창조경제거점 육성 △영동·도심·서남 3대 권역 국제교류 MICE복합거점 육성 등 4가지다. 새정치연합 소속 구청장 후보들은 이 계획에 따라 맞춤공약을 냈다.

박원순 후보는 지역특성별로 4가지 지구로 나눈 뒤, 이를 바탕으로 80여개 지구를 선정해 지구별로 진흥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 10개소, 유통 50개소, 일자리 5개소, 사회적경제 12개소 등이다. 이밖에도 박 시장은 동부권을 스마트시티로 추진하면서 영동권(국제교류복합), 도심권(문화관광컨벤션), 서남권(첨단R&D산업)도 개발할 계획이다.

정몽준 후보 창조산업론은 민간투자를 유치로 부동산을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정 후보는 2016년까지 100여개 공공기관이 서울을 떠나면 82만여 평의 부지가 생기는데 이곳에 서울시 재정과 민자를 들여 창조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강서구 마곡지구 110만 평을 ‘창조적 건축단지’로 만들고, 용산사업을 단계적으로 재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두 후보 모두 창조경제를 일자리 정책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박원순의 서울형 창조경제가 모호하다면 정몽준의 창조산업론은 전형적인 부동산 개발이다. 그러나 박 후보가 양성하겠다는 ‘창조 전문인력 10만 명’ 계획에는 실체가 없다. 정 후보도 일자리재단을 만들어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않았다.

▲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지난달 28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모두 민간자본 유치해 일자리 많이 만들겠다는 것뿐”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 위원회’는 지난 1일 내놓은 <6.4 지방선거 노동-일자리 공약분석> 보고서에서 “(박원순 후보의) 창조 전문인력 10만 명이 어떤 노동을 하는지, 정규직 중심의 안정적인 일자리인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 공약에 대해 일자리위원회는 “제조업 밀집지역의 인력난 해소에만 관심이 있을 뿐 최저임금 수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에 관한 공약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의 차이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위원회에서 활동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박점규 집행위원은 2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답변서에서 보면 일부 여야 차이가 드러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특히 핵심공약을 보면 여야 모두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점규 집행위원은 이어 “그 동안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자본에 엄청난 세제 혜택을 주고, 세금을 지원했지만 새로 생긴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에 하청 일자리였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야당 후보들은 민간기업의 일자리 질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공약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고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 후보들이 일자리위원회에 보낸 일자리, 노동정책 관련 답변서를 보면 박원순 후보는 ‘상시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원칙과 ‘생명안전업무 정규직 고용’에 대해 동의했다.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대책으로 박 후보는 “차별해소 노력”을, 간접고용 비정규직 대책으로 “정규직 전환”을 제시했다. 공공부문 민간위탁 대책으로는 위탁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 고용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게 박 후보 공약이다.

반면 정몽준 후보는 답변서를 보내지 않았다. 일자리위원회는 “정 후보는 서울시와 산하 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처우개선 공약도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위원회는 “복지공약으로 ‘사회복지사 처우, 공무원 수준으로 제고’ 공약이 노동-일자리 관련 유일하게 의미 있는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박원순 후보 공약은 “사회복지 인력 2배 확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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