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조간신문들은 주말에 벌어진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딸 캔디 고(27·Candy Koh·한국명 고희경)씨의 페이스북 게시물로부터 촉발된 공방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었다. <한겨레>는 캔디 고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하였고, <조선일보>는 고승덕 후보의 전처이며 캔디 고씨의 어머니인 박유아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특히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사설까지 써가며 해당 사안에 대해 논평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강조점은 사뭇 달랐다. <중앙일보>는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교육감 선거>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에 대해 “ 공약 대결은 이미 실종됐고, 누가 막장 드라마 주인공인지를 가리는 폭로만이 난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폭로와 해명, 반박과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교육감 선거판은 정상의 궤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라면서, 이번 사안이 일회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 2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중앙일보> 사설은 “교육감 선거는 1991년 간선제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제도 변경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나 선거 과정에서 숱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직선제로 전환된 뒤엔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깜깜이 선거’, 보수와 진보가 편을 갈라 다투는 ‘진영 선거’, 후보자들끼리 선거 후 인사를 미끼로 거래하는 ‘매수 선거’의 문제점이 반복돼 왔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중앙일보> 사설은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의 취지를 살릴 수 없는 선거라면 폐지되는 게 마땅하다.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어렵겠으나 교육감 직선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라며 이번 폭로 공방을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비판으로 치환하는 태도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이어서 “ 이번 선거가 끝난 후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감안해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나 과거처럼 교육감 임명제로 돌아가는 대안 등을 반드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러닝메이트제라는 대안도 제시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직선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한편 <한겨레>는 <이래서 교육감의 자질과 철학이 중요하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교육감 선거에 유권자의 관심이 없는 세태, 고승덕 후보의 폭로전 상황,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 등을 개괄적으로 짚더니 “교육감 선택에 앞서 후보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이력을 지녔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라는 원론적인 진단을 했다.
이어서 <한겨레> 사설은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간다. 아이들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유권자라면 교육감 후보들의 교육철학과 정책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선거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 2일자 경향신문 2면 기사
<중앙일보>의 시선은 시끄러운 일이 벌어졌을 경우 시시비비나 원인규명을 하기 보다 싸잡아 비난하는 한국적 보수주의의 관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책디자인을 다시 한다기 보다는 문제를 일으킨 제도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수구적 시선을 드러낸다. 교육감 직선제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제도보완을 고민하기 보다 간신히 허용된 민주주의적 측면을 후퇴시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중앙일보>만의 주장이 아니라 한국 보수진영과 언론의 단골 주장이기도 하다.
<한겨레>의 경우 고승덕 후보의 개인사 문제와 관련이 있는 해당 공방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지는 못했다. 진실이 뚜렷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비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나, 적극 보도하고 캔디 고씨의 인터뷰까지 실은 마당에 사설에도 잠깐 언급을 하려니 글이 밋밋해졌다. <한겨레>는 해당 사안을 그간 유권자들이 교육감 선거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교육감과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한 후 관심을 촉구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덜한 상황에 대해 단지 유권자의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유권자의 자질을 문제 삼는 논의로 귀결되기 쉽다. 교육자치란 가치를 위해 정당을 배제한 현 교육감 선거 제도가 유권자들에게 교육감 후보의 교육정책과 철학을 알기 힘들게 하고 있다는 점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현 제도가 다시 디자인 되지 않고서는 “차라리 교육감 간선제로 돌아가자”는 보수언론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리라는 점에서, <한겨레>와 같은 방식의 접근은 다소 안이하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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