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지명자는 대법관을 지낸 후 5개월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16억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관예우 논란을 빚었고 결국 28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연일 보수언론조차도 법조계에서 전관예우라는 병폐를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관예우' 관행 맹공하는 보수언론

30일 <조선일보>는 <법조계, 전관예우라는 '부패의 마약' 끊어야 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전관예우의 실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내 굴지 기업의 고문을 했던 법원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주변에 '월급이 내 예상이나 실제 하는 일보다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가 맡은 대법원 상고심 사건에 간여도 하지 않으면서 이름을 올려주는 대가로 '도장값' 3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로펌들은 매년 법원·검찰 정기 인사철이면 수억~수십억 연봉을 보장하며 갓 퇴직한 전관 영입 경쟁을 벌인다. 법조계의 고위직 전관(前官)들이 다른 변호사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조선일보> 사설은 “전관예우 부조리는 사람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고 재산권을 결정할 수 있는 법조계의 권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사·재판의 당사자들은 판사·검사의 결정권을 움직일 수 있는 전관 변호사들의 영향력을 믿고 사실상 뇌물(賂物)이나 다름없는 돈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이득은 현직 판·검사들에게 곧바로 배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직(現職)들은 그런 뇌물 순환의 공모(共謀)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미래에 돌아올 특혜를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라며 전관예우가 현직 판·검사들도 사실상 공모하는 악습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 사설은 “종신직인 미국 판사들은 나이가 들어 업무 부담이 줄어든 시니어 판사가 되어도 현직 시절과 거의 같은 월급을 받는다. 일본은 최고재판소 재판관이 퇴임하면 공증(公證) 업무를 맡겨 개별 사건에는 개입하지 않도록 한다. 우리 판·검사들도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30일 <중앙일보>는 <'전관-로펌' 집단사고로 무슨 검증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청와대 민정 라인의 법조인 편향성이 문제를 키웠다도 지적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이렇게 ‘전관-로펌’ 출신이 주축을 이룬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의 실무를 맡으면서 전관-로펌의 잣대로 검증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형 로펌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던 이들이 전관예우나 고액수임료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안 후보자가 ‘5개월에 16억원 수입’ 문제로 사퇴하기 전까지 ‘대법관 경력을 감안할 때 그 정도면 과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나왔다. 결국 이 같은 로펌 법조인들의 집단사고(Group thinking)가 안 후보자 검증에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라면서 청와대 인사의 법조인 편향성도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 30일자 '중앙일보' 2면 기사
변호사 소득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시선차
확실히 ‘전관’ 변호사들의 소득 문제에 대해선 법조계 안팎의 시선의 차이가 크다. 29일 <중앙일보> 4면 기사를 보면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하창우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사건 하나 맡아 100만원 벌기도 힘든 상황에서 하루 1000만원의 수입은 대법관이라는 후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현직을 오래한 변호사는 꼭 필요한 서류와 증명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준비도 잘하기 때문에 승소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고 나온다.
또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역시 “김앤장이나 이런 곳들 파트너급 변호사 연봉 보니까 20억 이상인 경우가 많다. 대법관까지 지낸 변호사의 보수 기준에 대해 청와대가 안이한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의 한 법조인 역시 “(2005년에 대법관 퇴임 후 5년 동안 60억원을 번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었던) 이용훈 전 대법원장 때도 그랬고 법조계에서는 그 정도 버는 걸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조인들은 그 정도면 전관예우라기보다는 ‘커리어’에 합당한 시장 가격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 법조인은 “전관으로서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일반 사건이 아니라 기업 사건을 맡아야 한다”라면서 “오히려 전관 출신이면 뭔가 다를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건을 들고 몰리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어차피 송무는 후배 변호사들이 하는 거고 ‘얼굴마담’ 전관을 하나 잘 세우면 그 사람 영업력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것이 이 바닥”이라며 “그렇게 일을 하니 도장만 찍고도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일보> 사설에서 제시한 대안들에 대해서도 “한국에서도 판·검사가 정년까지 못 있어서 전관예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또 미국에서 개입이 안 되는 건 제도 문제라기 보다는 문화적 문제다. 그리고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개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밝혔다.
반면 법조계를 몇 년 간 취재한 법조기자들은 전관예우 관행에 대해 법조인보다 훨씬 비판적이었다. 한 익명의 법조계 출신 기자는 “전관예우를 아주 좁은 범위로 한정하면 재판부나 수사팀에 전화해서 압력 넣고 그런 것이 되겠지만 전관이 사건을 맡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여러 특혜를 봐주는 것을 뜻하는 폭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 기자는 “가령 항소심까지 끝난 사건 중에 대법원에서 심사를 하느냐 마느냐를 정하는 심리불속행의 경우 대부분 대법원에서 기각되어 항소심 선고로 판결이 확정되지만 전임 대법관들이 맡으면 체면 살려주는 차원에서라도 심리불속행 과정은 통과하고 심사를 한 번은 거쳐준다”라고 설명했다. 그 기자는 “기업 법무팀 실무자 입장에선 당연히 대법관 출신들을 일단 선임할 수밖에 없는게, 일단 심리불속행의 관문부터 넘어야 그 다음에 뭘 해볼 수가 있다”면서 “기각될 경우 기업 실무자가 어떻게 책임을 지겠는가. 그래서 이것만으로도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몇 천만원 이상씩 받게 된다”라며 전관예우의 실상을 설명했다.
▲ 29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
제도적 대안보다는 외부자 시선의 비판이 더 중요해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조선일보> 사설의 대안은 다소 나이브해 보이기는 하지만 전관예우 문제를 제도로 더 압박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홍성수 교수는 “어떻게 제도를 만들어도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전관예우다”라면서, “판사 문제는 어차피 우리도 법조일원화가 되어서, 2~30년 후에는 해결이 어느 정도 되겠지만 검사의 문제가 남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또 홍 교수는 “평판을 중요시하는 법조계 특성상 외부의 시선에 입각한 강력한 비판으로 내부의 정당화 논리를 깨고 자성을 유도하는 것 외 외엔 다른 제도적 개선은 보조적 수단이상으로 기능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결국 전관예우 문제에 관한 한 제도적 대안의 제시보다 법조계 외부 시선에서 나온 엄정한 비판이 더 의미를 가지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만큼, 보수언론의 법조인 비판이 지속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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