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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들이 꼭 봐야 할, 길환영 사장 해임 '근거'김시곤 말만 믿을 순 없단 이사들, 기자협회도 안 믿을텐가?
권순택 기자 | 승인 2014.05.28 12:42

KBS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이 오늘(28일) 오후4시 이사회에서 논의된다. 어느 정도 실체가 드러난 청와대의 KBS의 인사·보도 개입 의혹에 대해 그 과정에서 길 사장이 어떻게 '기능'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길 사장 해임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폭로된 것들은 한결 같이 길 사장이 청와대의 이른바 ‘오더’를 받아 보도에 개입하고 직원들에 대한 인사발령을 냈다는 점을 뒷받침해왔다. 애초의 폭로였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길 사장은 청와대만 보고 간다"는 이후 폭로들을 통해 보다 구체화되며, 사실로 굳어져 갔다. 길 사장은 전면적인 부인 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길 사장이 적절한 해명조차 찾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KBS이사회가 길 사장의 해명을 얼마나 수용하느냐가 이사회 전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를 앞두고, KBS기자협회 진상조사단의 ‘청와대·길환영 사장 보도개입 의혹’ 보고서를 중심으로 길 사장에게 제기됐던 의혹과 그의 해명을 모아봤다.

길환영 사장의 인사 개입 의혹은?

KBS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인사’에 개입한 의혹은 2가지이다. 그것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 보직사퇴와 △청와대 출입기자 배치이다.

   
▲ (자료=KBS기자협회)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자신의 사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보도국장은 길환영 사장이 “BH(blue house),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사를 그만둬라. 잠시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또, 길 사장은 “이걸 거역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길 사장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자진사퇴해라”고 제안했다것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길 사장은 “청와대 쪽에서 사퇴를 시켜라, 그런 얘기 들은 적 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추가된 의혹인 ‘청와대 출입기자 배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청와대 모 인사가 이화섭에게 특정 기자를 지목해 청와대 출입기자로 발령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이다. 이와 관련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보도국장과 본부장까지 보도본부에 있는 간부들은 다 그 의견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 같은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준 셈이다. 그러나 길 사장은 이와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면서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KBS기자협회 진상조사단은 “해당 기자는 청와대 출입 기자를 염두에 두고 정치부로 발경이 났으나 본부장의 반대로 정치부 내의 다른 출입처를 배정받은 뒤 곧바로 모 프로그램의 앵커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기자들 사이에 “청와대로 발령내주지 못한 사장의 보상 인사”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게 기자협회의 주장이다.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은?

KBS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 의혹은 더욱 구체적이다. 길 사장의 보도개입 의혹은 총 4가지로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비판 자제 지시, △대통령 보도 원칙(보도지침), △국정원 아이템 순서 지시, △윤창중 성추행 사건 리포트 배치, △비선 동원 큐시트 사전검열 등이다. 

   
▲ (자료=KBS기자협회)
그렇지만 길환영 사장은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한 가지도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길 사장은 먼저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비판 자제 지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청와대와 무관하며, 유족이나 여기저기서 나온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보더라도 보도방향에 대한 사장의 그런 ‘말’은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 보도원칙(보도지침)’은 더욱 심각하다. 청와대에서 KBS에 “대통령 관련 뉴스를 20분 이내로 배치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로 인해 보도국에서는 대통령 순방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 동정보도 개수를 늘리느라고 심적 고통이 컸다는 게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길환영 사장은 이에 대해서도 “20분 이내라고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 없다”고 부인하며 “대통령 관련 뉴스가 로컬에 잘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앞에 배치돼야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20분 이내'와 '로컬에 잘리지 않게'는 설명 방식의 차이일 뿐, 결국 같은 얘기다. KBS 내부 직원들의 진술은 한발 더 나아간다. KBS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은 “대통령의 방미가 망가진 상황에서 성과를 보도하라고 해서 굉장히 난감했다”며 “그렇게까지 해야하느냐고 길환영 사장에게 이야기했지만 사장이 재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길환영 사장은 ‘국정원 아이템’과 ‘윤창중 성추행 사건’ 등 정부에 불리한 이슈에 대해 “순서를 내려라”, “톱 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대두됐지만 “전혀 기억이 없다”는 말만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KBS기자협회 진상조사단은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은 대부분 사실이거나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KBS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말만 믿을 순 없다"며 길환영 사장의 해임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번에는 "기자협회의 말만 믿을 순 없다"고 답할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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