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대변인’은 대표적인 자리가 아닐까 싶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한국사회에서 입으로 먹고 살고 있는 인물의 대표격이다. KBS에서는 기자로 또, 앵커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청와대로 옮긴 이후 역시 그는 여전히 ‘입’으로 먹고 산다. 하지만 민경욱 대변인은 안타깝게도 그 놈의 ‘입’이 문제다. 그가 또 다시 ‘입’으로 사고를 쳤다.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세월호 참사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는 잠수부들에 대해 “일당 100만원을 받고 있으며, 시신 1구 수습 시 500만원을 받는다”라고 말해 25일 일대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말이 퍼진 이후 실종된 이들이 꼭 돌아오기를 절실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팽목항 진도체육관의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당장 언딘 측에서도 불편을 드러내면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후 “가능하다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통해서라도 피곤에 지친 잠수사를 격려해주기를 희망할 것이라는 저의 개인적 생각을 얘기했던 것”이라면서 “그 취지야 어쨌든 발언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적인 구조와 수색활동을 벌이시는 잠수사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까 깊이 우려된다”고 해명했다. ‘받는다’라는 멘트와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했던 것’이라는 문구에는 큰 차이가 있다. KBS 기자 출신으로서 그를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의 잦은 ‘말실수’

민경욱 대변인의 말실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 (청와대 진입로에) 유가족 분들이 와 계시는데, 순수 유가족 분들의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가가 나서서 그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입장이 정리가 됐다. 박준우 정무수석이 나가서 면담할 계획이다” <5월 9일>

여기에서 ‘순수 유가족’이라는 표현은 해석이 필요하다. KBS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사퇴과 길환영 사장의 사과를 촉구하며 KBS를 찾아온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조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준안 취재주간이 일부 유족들에게 대기실로 끌려가 폭행을 당하고 5시간가량 억류당하는 일이 발생했다”라고 뿌렸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과 KBS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폭력을 행사한 유가족’들은 순수 유가족은 아니란 소리다.

민경욱 대변인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말실수는 또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 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 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4월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이야기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평소 그가 가진 생각을 엿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특히, 청와대기자단은 비도보임에도 불구하고 민경욱 대변인의 해당 발언을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오마이뉴스>가 출입정지 조치를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 5월 9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민경욱 대변인의 세월호 참사 관련 말실수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박 대통령) 사과를 받는 유족들이 사과가 아니라고 말했는데…유감스럽고 안타깝다”<4월 30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한 발언에 대해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밝히자 그에 대한 반응이 ‘유감’이었다는 말이다. 특히, ‘유감’이라는 표현에는 “마음에 차지 않는다”, “섭섭하다”, “불만스러운 느낌이 남아있다”고 풀이되는 만큼,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야기하면 국민들은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였다.

논란이 일자 민경욱 대변인은 “‘유감’이라는 말은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말이라는 것을 전하겠다”고 재차 해명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KBS에서도 ‘입’으로

민경욱 대변인은 KBS에 있을 때에도 ‘입’으로 논란이 됐다.

“위키리크스 문건에 있는 글들은 제가 워싱턴 특파원을 할 때 이웃에 살던 사람이 주한 미 대사관 직원으로 와있다가 제가 특파원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환영식을 해준다고 해서 나가서 나눈 얘기"라며 "다큐 취재과정의 일부를 술자리에서 얘기한 게 문제가 되느냐”<2011년 9월>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ww.wikileaks.ch)가 8월 말 공개한 미 국무부 기밀문서에는 민경욱 KBS 9시 뉴스 앵커가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과 함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미 대사관 측에 대선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특히, 미 대사관 측은 민경욱 대변인에 대해 “이명박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당했다. KBS의 이명박 다큐멘터리는 이명박에 대해 꽤 우호적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적었다.

▲ 민경욱 앵커 트위터 화면 캡처

민경욱 대변인은 그때 미 대사관 측에 “이명박은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느껴졌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 큰 탐닉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다”, “이명박은 경제적 전문성이 제한됐지만 뛰어난 결단력 덕분에 한국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한 김대중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등의 우호적인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그가 꺼내든 해명은 “술자리에서 얘기한 게 문제가 되느냐”는 것이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의 ‘말실수’는 너무나도 잦다. 해명 또한 구차한 수준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민경욱 대변인의 발언으로 아직도 못 찾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민 대변인의 잦은 실언을 참아주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자리의 무게라는 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비판 받는 점 또한 ‘그 자리’의 무게감 때문이다. 만일, 그 같은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 민경욱 대변인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민경욱 대변인이 진심으로 새겨들어야할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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