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소속 청소노동자 절반 이상이 씻지도 못하고 퇴근하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사업장 3곳 중 2곳 이상은 남녀가 구분된 쉼터가 없는 곳이 없고, 세탁한 작업복과 하지 않은 작업복을 따로 넣을 수 있는 라커가 없는 곳도 60%가 넘는다. 세탁시설이 있는 사업장은 절반 밖에 안 된다. 1인당 쉼터는 0.35평(1.2㎡)으로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사업장도 30% 정도다.21일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이 공개한 전국 지자체 소속 청소조직 휴게시설 실태조사 결과다.

일과건강, 민주연합노동조합, 서울일반노동조합은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전국 47개 사업장(서울 60%, 나머지 40%)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2012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그 시행령은 노동자가 씻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2년이 지난 지금 법 개정 효과는 없다는 게 조사팀 결론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누울 공간이 없는 곳은 32.6%, 식사공간이 없는 곳이 60.5%다. 절반에 가까운 사업장에 탈의공간이 독립돼 있지 않다. 작업복을 구분해 넣을 수 있는 라커가 없는 곳도 61.4%고, 남녀가 구분된 쉼터, 화장실이 있는 곳은 각각 33.3%, 53.3%뿐이다. 60% 안팎의 사업장에 취사시설이 없고, 38.1%에 수도꼭지가 없다. 10곳 중 3곳에는 온풍기와 에어컨이 없다.

거리청소, 음식물쓰레기 수거, 가로수 청소 등 오염이 심한 일을 하는데도 목욕, 세탁시설이 없는 곳도 많다. 목욕시설이 없는 곳은 30% 수준인데 있더라도 온수가 나오지 않은 곳이 30%다. 절반 정도가 일한 뒤 씻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작업복을 분리할 수 있는 라커가 없는 곳이 60%, 세탁시설이 없는 곳이 50% 수준이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오염에 항상 노출돼 있고, 작업복을 집으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조사팀은 도급사업주 등 관리자가 쉼터 등 각종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은 도급사업주에게 휴게시설, 세면·목욕시설, 세탁시설, 탈의시설, 수면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리고 쉼터를 “인체에 해로운 분진 등을 발산하는 장소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장소와 격리된 곳에 설치”해야 한다.

일과건강 한인임 사무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오염이 높은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 잘 씻고 작업복을 세탁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이지만 이를 제대로 보장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씻지 못하고 작업복을 입은 채 집으로 간다면 가족들의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노총 등이 캠페인을 벌여 2012년 법이 만들어졌지만 현실은 여전히 2년 전과 같다”고 덧붙였다.

▲ 휴게시설에 있어야 할 시설 구비 여부 조사결과. (자료=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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