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프로그램 <쇼바이벌> 폐지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MBC프로그램 <쇼바이벌>이 가을개편을 맞아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침체된 음반시장을 살리기 위해 신인육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실력있는 신인들에게 방송출연의 기회를 준다는 기획의도로 지난 5월 첫 방송을 시작한지 6개월만의 결정이다. 그러나 <쇼바이벌> 폐지결정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쇼바이벌 폐지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쇼바이벌>은 신인 20개 팀이 경쟁해 1위를 차지한 실력 있는 한 팀만이 자신들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진행과정에서 기획의도와 맞지 않게 '운' 작용한다는 점과 순위를 매기는 과정에서 장르에 따라 호응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등의 한계 및 개선점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기존의 음악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언더밴드, 재즈, 락 등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과 공연장이 집중돼 있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공연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리메이크한 70년대 80년대의 음악을 통해 세대 간 층을 좁힌다는 점에서 기존의 음악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두어 신선한 음악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매니아층의 호응이 높았던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는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쇼바이벌>폐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쇼바이벌>은 시작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음악프로그램으로 가능성과 의미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시간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따라서 지상파에서 다양한 음악프로그램을 접할 권리를 박탈당한 시청자들은 이를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시청률의 영향으로 프로그램이 조기종영되거나 연장, 폐지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KBS에서 유일하게 존재해왔던 청소년 드라마가 <최강 울엄마>를 마지막으로 지상파에서 볼 수 없게 돼 버렸고, 새로운 실험으로 여겨졌던 MBC드라마 <조선과학수사대-별순검>도 시청률의 저조로 폐지됐다. 반면 시청률이 높아서 연장된 프로그램도 문제이다. MBC드라마 <주몽> 은 높은 시청률로 연장하는 과정에서 출연자들과의 마찰이 있었고, MBC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역시 연장할 방침이었으나 작가가 연장할 수 없다는 의지로 결국 1회 연장으로 종영했다. 이렇듯 갑작스러운 연장은 전개됐던 스토리를 훼손시키거나 스토리 자체가 지루해지기도 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시청자들의 반대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방송사들의 시청률위주의 방송편성은 제작비상승, 간접광고(PPL)증가, 스타권력화,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 등 많은 문제점들을 반복해왔다. 그리고 그 고리들은 끊어지지 않은 채 악순환되면서 지속적인 문제들을 발생하고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시청자들이다. 시청률에 의존한 방송프로그램은 천편일률적인 쇼․오락프로그램, 드라마들을 양산해냈고 음악프로그램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것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접할 기회와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며 공영방송이 가져야할 역할인 공공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우리는 시청률위주의 방송편성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꾸준히 시청해온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것은 시청자들의 권리를 훼손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뒷전으로 한 채 시청률경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방송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강력히 요구한다. 더 이상의 시청률 경쟁을 멈춰라!

10월 15일
문화연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