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별 45일, 총 68일의 영업정지가 19일 끝났다. 번호이동은 영업정지 기간 이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불법보조금의 폐해를 다시 한 번 일깨우고, 단말기 출고가 인하 경쟁을 촉발했으며, 중저가폰 및 알뜰폰 등 저가요금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그런데 사업자들의 평가는 정반대다. 영업정지 기간 제조사는 출고가를 낮춰 대응했다.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는 모두 줄었으나 소폭이다. 알뜰폰 가입자가 43만 명 이상 늘었으나 이들은 모두 이통사에 망사용료를 주는 재벌의 고객이다. 결국 손해 본 사업자는 아무도 없다. 45일 동안 실탄을 아낀 이통3사는 다시 전쟁에 들어갔다.

가입자 줄어든 이통사가 웃는 이유는?

20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가 내놓은 ‘이통3사 사업정지 기간 영업현황(5월19일 기준)’을 보자. 우선 사업자별 가입자 수 변동 폭. LG유플러스와 KT는 각각 2418명, 4882명 줄었다. SK텔레콤 가입자는 29만3246명 줄었다. 알뜰폰은 43만6880명 늘었다.

▲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 20일 모두 정상화되는 것을 계기로 이통사들이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영업정지가 끝난 KT가 단말기 가격 인하와 단말기 약정기간 축소 등의 정책으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반격에 돌입하는 것이다. 두 이통사 모두 영업 재개를 맞아 기존의 보조금 대신 상품과 서비스 경쟁으로 시장을 탈환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전자랜드에서 한 시민이 휴대폰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번호이동 등 신규모집은 하루 평균 2만5536건이다. 사업정지 기간 전 12일 동안 평균 5만7741건의 절반 수준이다. 번호이동만 따로 보면 영업정지 전 3만4882건에서 1만1957건으로 65.7% 떨어졌다. 명의변경은 5291건에서 2481건으로, 단말기 판매는 7만2718건에서 4만3637건으로 줄었다.

제조사는 영업정지 기간 재고를 줄이려 출고가를 낮췄다. 제조사의 이 같은 전략은 단독영업을 하는 사업자들과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영업정지 이전과 같은 기기 변경 건수를 만들었다. 영업정지 전 하루 평균 기기 변경 건수는 1만4977건이었는데 영업정지 기간에는 1만4052건이었다. 단 6.2% 떨어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숫자들이 한 사업자의 단독영업 결과라는 데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한 사업자만 단독으로 영업을 했는데도 시장과열 기준의 절반 수준(번호이동 2만4천 건)인데 왜 시장이 안정됐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성과를 만들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알뜰폰도 결국 이통사 이익

알뜰폰 가입 증가도 이통사 수익으로 돌아간다. 알뜰폰은 이통3사 망을 쓰고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각사 번호이동 건수를 가지고 득실을 따지는데 이통사 망을 이용하는 MVNO(알뜰폰)도 우리 걸로 계산해야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통사 입장에서 손해가 아닌 이득을 보는 장사다. 게다가 SK는 지난 2012년 자회사 SK텔링크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유플러스는 최근 알뜰폰 진출을 선언했고, KT도 자회사 KTis를 통해 알뜰폰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대로 가면 알뜰폰 시장도 CJ와 통신3사의 자회사들이 독과점할 가능성이 크다.

KT 관계자는 “기존 보조금 경쟁에서 출고가 경쟁이 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K텔레콤 관계자는 “제조사가 앞으로도 출고가를 낮출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이제 다시 보조금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실제 20일 오전부터 다시 보조금 대란이 일어났다.

어제 호갱님은 오늘도 호갱님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20일 논평을 내고 “영업정지 기간 동안 이통3사는 불법가입자 모집, 불법보조금 투입 의혹과 같은 상호 비방과 폭로전, 소비자를 기만하는 ‘공짜 단말기’ 마케팅 등 ‘시장 안정화’와는 거리가 먼 기왕의 행태를 그대로 보였으며, 반면 소비자들은 선택권 박탈과 함께 예상했던 대로 큰 불편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 SK텔레콤은 장기간의 영업정지를 마치고 영업을 재개하는 20일부터 전국 유통현장에서 신개념 요금할인 프로그램인 ‘착한 가족할인’ 등 현장 마케팅 강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고 밝혔다. 전국 주요 핵심상권과 지하철 역 등 약 70여곳에서 SK텔레콤 임직원이 참여해 영업재개와 다양한 고객 사은행사를 알리는 캠페인도 진행한다. (연합뉴스)

시민중계실은 “우리는 위반사업자에 대한 징벌과 ‘이동통신 시장의 안정화’를 내건 금번 미래부의 제재조치는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징벌의 효과측면과 시장안정화의 측면 모두에서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68일 간이나 시장은 악순환을 거듭했을 뿐 영업정지를 통해 기대했던 효과는 달성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중계실은 이어 “이제 이통3사가 영업을 재개하면서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한 영업 활동을 다시 본격화할 것”이라며 “여전히 이동통신 시장은 사업자들의 영업행위와 관련된 불법 위반행위로 춤출 가능성이 있으며, 당국은 위법행위의 재개 여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승자를 맞추기 바쁘다. 조선비즈는 “통신사가 영업을 하지 못하는 동안 알뜰폰이 가입자를 모으며 성장했지만, 주가는 대형 통신사의 손을 들어줬다”며 승자를 기존 통신사로 못박았다. 머니투데이는 KT를 최대 수혜자로 봤다. 3사 간 번호이동 건수를 종합하면 KT는 9만7460명, 유플러스는 3만9616명 늘었다. 반면 SK텔레콤은 14만3692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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