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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게시판 대통령 하야 요구, 한국 사회 처지 드러나다'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 일파만파, '곤혹'과 '동조' 사이의 언론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4.29 10:50

게시판 게시물 하나가 청와대 홈페이지를 뒤흔들었다. 영화인 박성미씨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옮긴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5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게시자가 게시물을 삭제하고 청와대 자유게시판이 잠깐 닫히자 원작성자인 박성미 감독이 게시판이 열리면 다시 게시물을 옮긴다고 공언했고 이를 실행했다. “숱한 사회 운동을 지지했으나 솔직히, 대통령을 비판해본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처음으로 이번만큼은 분명히 그 잘못을 요목 조목 따져 묻겠다”로 시작하는 글이다. 

문제의 게시물은 “지금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이어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를 세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밑의 사람들이 비용 문제를 신경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 평소의 가치관이 사람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두지 않았기에 명령이 실행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셋째,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시물이 화제가 되자 언론에선 원작성자에 대한 인터뷰까지 나왔다. 조회수가 흥하자 그 조회수에 편승하여 인터넷판에선 백여편의 기사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신문 지면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 29일자 동아일보 12면 기사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는 그 파장에 비해선 약소하지만, 그래도 신문 지면에 반영되었다. 29일자 지면에서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와 같은 보수언론에서도 등장했다. 그러나 박성미 감독의 지엽적인 주장에 대한 비판을 첨부하는 식이었다. <동아일보> 기사는 말미에 “박 씨는 자신의 글에서 ‘숱한 사회운동을 지지했으나 솔직히 대통령을 비판해 본 적은 거의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박 씨의 페이스북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시위 포스터와 지난해 12월 28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사진 등이 올려져 있다. 또 노조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는 내용도 다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도 비슷한 서술이 나왔다. 사회운동을 지지하는 것과 스스로 논거를 들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을 구별하지 않는 서술이었고, 그나마 사태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 29일자 한겨레 3면 기사
 
29일자 <한겨레>의 경우 3면 기사에 박성미 감독의 발언을 전했다. 박성미 감독은 “ “아무리 리더가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의 말 자체보다 리더가 평소 어떤 걸 더 원해왔는지를 생각하게 된다”라며 리더의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하야 요구는 정치적일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이라면서도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의 경우 사설에서도 박성미 감독이 대변한 사회 일각의 분위기를 지적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 '진심과 공감'이 없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벌써부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물러 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라면서 "지금 국민의 눈에 박 대통령은 진정으로 책임지는 마음도 없고,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지도 않는 대통령으로 비치고 있음을 청와대는 유념하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침몰과 같이 사회 전반의 모순을 드러내는 재난 사고에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것이 심층적인 비평이나 세밀한 진단에서 나오는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행정부의 책임과 자신을 분리하는 행정부 수반의 ‘유체이탈’ 화법과,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금단의 영역으로 설정하고 ‘물타기’에 안간힘을 쓰는 여당과 언론의 합작 속에서, 기껏 청와대 홈페이지에 가서 대통령이 하야해야 마땅할 타당한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는 것 자체가 사건이 되어 버린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일 것이다. 장하나 의원과 박성미 감독의 행동이 각광받는 한국의 현실은, 그들의 ‘용기’와는 별개로 한국 사회가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지를 성찰하게 한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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