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오는 6월 4일 실시되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초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실시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11일 신문들은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루투스 너마저..." 새누리당은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보수언론들의 사설

먼저 보수언론들조차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공천으로의 선회를 극렬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을 했다. <조선일보>는 <與, 野에 對국민 사과 요구할 입장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런데 야당 못지않게 어이없는 것은 여당의 행태다. 새정치연합의 약속 번복 결정이 발표된 뒤 새누리당 대변인은 ‘더는 새 정치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며 ‘안 대표는 정치판을 어지럽게 만든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라며 새누리당의 ‘행태’를 서술하였다.
이어서 <조선일보>는 “대선에서 모두 공약했던 것을 먼저 깬 정당이 스스로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남에게 사과하라고 삿대질한다니 뻔뻔함이 도를 넘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든 공약을 지켜보려 했던 쪽은 야당이다. 지금 여당이 야당에 사과를 요구하려면 자신이 먼저 제대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한다. 여(與) 원내대표의 한마디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새누리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 역시 <지방선거 룰 확정, 이젠 정책으로 승부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새정치연합의 입장 번복으로 상황이 정리되자 새누리당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 바꾼 안철수가 책임져라’ ‘오늘로 새 정치는 땅에 묻혔다’ 같은 비난을 쏟아내는 건 온당하지 않다.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새누리당이 먼저 뒤집은 게 혼돈의 시작 아니었나. 현실론에 바탕해 자기들이 약속을 깬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상대방이 뒤따라 약속을 깬 건 나쁜 일이라는 주장을 새누리당이 계속한다면 후안무치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무공천 문제에 관한 한 국민 약속을 차례로 어긴 여야는 오십보백보, 모두 패자다. 서로 비난할 자격이 없으며 자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라며 새누리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안철수 대표, 더이상 ‘새 정치’ 말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사설로 가장 강도 높게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판한 <동아일보> 사설마저도 “대선 공약을 뒤집고 기초선거 공천으로 돌아선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선일보, 이 핑계로 복지공약 흠집내기?
이외에도 신문들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맞춰 이 사안을 다각도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의 경우 1면, 4면, 5면 기사를 통해 ‘지켜지지 않을 공약’의 문제에 집중했다. 4면에선 정치·검찰 개혁 분야 공약을 다뤘고 5면에선 경제·사회 분야 공약을 다뤘다. 특히 5면에선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복지공약을 공략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기초선거 공천 선회를 계기로 야권의 복지공약들을 ‘도매금’으로 비판하는 기동이었다.
▲ 11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조선일보>의 태도는 영악하다고 평할 수 있겠지만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약이 실현되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애초 실현되어선 안 될 포퓰리즘적 공약이 있고, 의미가 있지만 정치권의 사정이나 변심 때문에 실행이 어려운 공약이 있다. 의미가 있고 실현되어야 하지만 그 실행방법에서 무리를 드러낸 공약도 있을 수 있다.
냉정하게 평하자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첫 번째 것, 애초 실현되어선 안 될 포퓰리즘적 공약이다. 이것이 파행으로 끝났다고 해서 다른 공약들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의 정치개혁 공약과, 증세를 통해서라도 실현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경제적 공약들의 실행을 가로막기 위한 기득권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야권 지지층도 정당 공천 폐지를 바라지 않은 이유는?
<한겨레>의 경우 1, 3, 4, 5면에서 해당 사안을 자세하게 다뤘다. 지방선거 전망과 정치적 효과 등을 상세하게 분석했지만 4면에선 <국민들도 공천 찬반 50대50... “본선에 전념하라” 메시지>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흔히 언론보도가 “국민들은 공천 폐지 바랐지만 당원들은 공천 찬성”으로 흘러간 것에 비하면 좀더 의미있고 정확한 보도였다. 여론조사에서도 공천 폐지에 대한 찬반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은 이유를 분석한 기사였다.
▲ 11일자 한겨레 4면 기사
<한겨레>는 해당 기사에서 문항 자체에 편향이 있었다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해석과 함께, 선거규칙에 대한 논란을 접고 선거전에 충실하라는 당심·민심도 깔려 있었다는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의 해석을 제시했다. 서복경 연구원은 유권자들의 메시지는 예선에서 규칙을 갖고 다투지 말고, 본선을 개시해 싸워 보라는 것”이라며 “유권자 입장에서는 무공천으로 가게 됐을 때 실제로 투표소에서 뭘 하라는 얘기냐, 이런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11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여론조사에 의한 결정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도
<경향신문>의 경우 ‘여론조사 정치’의 폐해를 분석한 기사를 올렸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경향신문>은 <‘여론조사 정치’의 함정>이란 제목의 4면 기사에서 설문 문항의 편향성에 대한 지적으로부터 “애초부터 여론조사로 정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대체한다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이 많다. 특히 당의 공천 여부를 국민 여론에 묻는 식의 ‘여론조사 정치’에 함정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라는 논의로 분석을 확장시켰다.
<경향신문>의 해당 기사는 “최근 정치권에선 정치적 고비마다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상황을 설명한 후 “특정 이념과 목적을 지닌 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을 여론에 의지하는 것은 정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다는 것”,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것은 정치적 편의주의라는 지적” 등 여론조사 정치의 폐해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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