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삼성전자의 '대립'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17일, “현재 삼성전자의 렌즈 생산 수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해 자칫 갤럭시S5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고 보도한 <전자신문>의 기사 이후 삼성과 전자신문 간에 전쟁이 시작됐다. (▷ 관련 기사 : 억대 소송으로 ‘전면전’ 나선 삼성전자-전자신문)

먼저, 발끈한 것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보도를 청구 했으나, <전자신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전자신문이 25일 <삼성전자, 갤S5용 1600만 화소 렌즈 수율 확보 ‘산 넘어 산’>이라는 기사를 내보내자 삼성전자는 지난 3일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전자신문>과 삼성전자는 각각 공식 창구를 통해 “삼성의 언론 길들이기”, “삼성은 오히려 오보의 피해자”라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업계의 대표 기업과 대표 언론사가 이른바 ‘전면전’을 펼치는 양상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삼성전자 3억 소송의 발단이 된 기사. 해당 기사는 '전자신문' 17일자 21면에 '출시 코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라는 제목으로 나갔고, 온라인판에서는 하루 빠른 16일 '갤럭시S5, 이번에는 렌즈 생산 수율 악화가 난제로'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문제를 제기한 2개의 기사를 쓴 이형수 <전자신문> 기자는 "기자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기자는 9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류의 기사는 특히나 팩트가 정확하지 않으면 오히려 제가 굉장히 곤란해질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3주 동안이나 계속 확인을 해서 썼다”며 “특정 기업이나 집단이 무서워서 펜을 꺾어버리면 <전자신문> 독자들에게 부끄러운 것 아닌가. 그래서 쓴 것이다. 그 드라이한 스트레이트에 무슨 저의가 있겠느냐”라고 밝혔다.

이형수 기자는 “요즘 연락을 참 많이 받는다. 그래서 어깨가 무겁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업계에 있는 분들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해줘서 속 시원하다. 그런데 괜찮느냐’는 반응이다”라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없는 것 같다. 다들 똑같은 생각이다. 우리가 기자로서, 언론으로서 존재하려면 최소한의 양심과 독자와의 신뢰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론 삼성에 대해 호불호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는 기자일 뿐”이라며 “삼성이 그동안 대한민국 IT 사업을 위해 여러 역할을 많이 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공이 있다고 해서 잘못하는 부분까지 (보도 못하도록) 입을 막는다면 그건 삼성전자에게도, 대한민국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형수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 전문.

이형수 <전자신문> 기자 인터뷰

▲ 전자신문 소재부품산업부 이형수 기자 (사진=이형수 기자 제공)
- 소송의 발단이 된 기사를 썼다. 삼성은 ‘장시간 깊이 있게 취재해 사실에 근거한 문제점 짚어낸 기사라면 왜 보도시점이 꼭 지금이어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취재, 보도하게 된 계기는.

<전자신문>의 ‘보도경위’ 기사에도 나왔지만, 2월 말에 제일 먼저 정보를 입수했다. 그런데 언팩 행사가 얼마 안 된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2월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삼성의 신제품을 공개하는 ‘언팩’ 행사를 열었다) 언팩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축제인데,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라 스스로 좀 위축된 게 있었다. 이런 류의 기사는 특히나 팩트가 정말 정확하지 않으면, 굉장히 오히려 제가 곤란해질 수 있는 내용이라 계속 확인했다. 그 사이에 <디지털타임스>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디지털타임스>는 지난달 5일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갤럭시S5 출시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초기에 생산했던 130만 대 물량을 전량폐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가 6일 삭제하고 사과한 바 있다.)

팩트를 3주 동안이나 이렇게 확인해서 쓰는 기사는 잘 없다. 제가 주간지나 월간지 기자도 아니고. 그만큼 꼼꼼하게 확인해서 쓴 것이다. 3주 동안 묵혔다가 내보낸 건데, 사실 처음에는 쓰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얼마 전에 다른 언론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어 소송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걸 아예 안 쓰면 저희는 정말 언론으로서 존재가치가 없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기업이나 집단이 무서워서 펜을 꺾어버리면 전자신문 독자한테는 정말 부끄러운 것이지 않나. 그래서 쓴 것이다. 그 드라이한 스트레이트에 무슨 저의가 있겠나.

- 기사에는 카메라 렌즈 생산 수율이 20~30%라고 나와 있다. 삼성전자는 보도 당시 생산 수율 55% 수준이었기 때문에 ‘오보’라고 주장한다. 또, 자신들이 ‘양산에 문제없는 수율’이라고 답했으나 기사에 전혀 반영이 안 됐다고 한다.

당시 수율이 55%라는 이야기는 저도 이틀 전에 올라온 글에서 처음 봤다. 그동안 계속해서 공식멘트 요구했을 때는 ‘양산 수율이 아주 좋아서 수율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제가 잘못된 것 짚어서 쓴다는 기조였다. 만약 (보도 전) 55%라고 이야기해줬으면 반영을 해 줬을 것이다.

그리고 17일 기사가 나갔다. 3월 중순 이후다. (삼성이) 4월 11일 (갤럭시S5를) 출시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거기서 최소 3주가 남은 시점이다. 3주 남았는데 특정 부품 생산 수율이 55%라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갤럭시 S4는 1300만 화소, S3는 800만 화소 카메라 렌즈를 썼는데 출시 한 달 전 렌즈 생산수율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도 이미 다 비교해 봤다. S3는 한 달 전 렌즈 생산수율이 90%였고, S4는 80%였다. 그런데 출시 3주 전 (수율) 55%가 어떻게 정상적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내용들을 재반박해서 쓸 수도 있는데 마치 진실게임처럼 가다 보면 저희가 오히려 페이스에 말려들 것 같아서… 굳이 일일이 반박할 필요도 없고 알 만한 사람은 55% 수율이 어떻게 문제가 없냐, 하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반박할 이유가 없었다. 부품 조립을 해야 되는데 수율이 55%라면, 두 개 만들면 한 개 나오는 것이다. 그게 어떻게 문제가 없는가.

- 삼성전자는 25일 보도에서 삼성전자에 확인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고 비슷한 내용의 2차 보도를 내보냈다며 왜 확인을 안 했느냐는 입장이다.

(25일 기사는) 17일자 기사에 대해 삼성전자가 낸 정정보도문에 대한 재반박 기사다. 당연히 연락하면 사실무근이라고 하고, 저희 기사를 오보라고 하는데… 기술적으로 디테일하게 쓴 내용인데 이 상황에서 더 뭘 확인하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 삼성전자는 공식입장에서 7일 하루에만 10건에 달하는 기사 동원해 삼성전자 비판하는 것을 보면 <전자신문>이 ‘기사를 무기화’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무기라고 생각은 안 한다. 그동안 당연히 해야 했던 것들을 못했던 부분이 있다. 그래서 저희도 반성한다는 글을 올렸었고. 이제야 제대로 된 비판의 잣대를 대는 것이다. 그동안 했어야 됐는데 사실 거대기업이고, 우리의 최대 광고주이다 보니까 못했던 부분들을 이제는 제대로 하려고 하는 거다.

-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에 대해 “최근 편집 방향과 태도를 보면 전자업계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너무 잘 평가해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230조 (매출 올리는) 회사가 300~400억 회사한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전자신문>이 나름대로 IT 업계 쪽에서는 영향력 있는 매체이긴 하지만, 어떻게 저희가 삼성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겠나. 그럼 저희가 세계 최고의 언론이지 않겠나. 그건 말도 안 되는 억지다. 저는 여론전이라고 본다. 자신들을 자꾸 약자의 위치로 놓으면서 언론사가 횡포를 부리는 식으로 몰아가려고 한다. 영향력을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은 아주 감사하다.

- 3일 삼성전자가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결국 법정 싸움까지 가게 됐다.

기사 관련 증거를 바로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면 소송까지 못 걸지 않았을까. 아시겠지만, 기자는 취재원 보호 때문에 다 오픈 못하는 게 정말 많다. 법정 가서도 기자가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말해 버리면. 그런 상황을 알고 삼성이 자꾸 법률적으로 나가는 것 같다.

- 취재원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왔겠다.

요즘 연락 참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어깨가 무겁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자꾸 투사의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기도 하고. 업계에 있는 분들은 이런 반응이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해줘서 속 시원하다. 그런데 괜찮느냐’ 우리(취재원)가 밝혀지면 굉장히 힘들어진다는 우려도 많이 듣는다. 취재원 보호는 특히 신경 쓰고 있다. 가장 잘해야 되는 것이기도 하고.

- 소재부품산업부를 비롯한 내부 기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개인적으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자신문>을 좀 더 사랑하게 됐다. 다른 언론사는 기자 개인에게 위험을 다 부담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는) 최소한의 양심은 살아있는 조직이란 생각을 했다. 정말 힘을 보태주신다. 응원도 많이 해 주시고.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없는 것 같다. 다들 똑같은 생각이다. 진짜 우리가 기자로서, 언론으로서 존재하려면 최소한의 양심과 독자와의 신뢰는 지켜나가야 된다는 생각은 같다.

- 앞으로도 삼성전자를 소재로 한 ‘기획기사’는 이어지나.

정정보도문 15장이 왔다. 글자 크기, 간격, 제목에서부터 문구까지 정해줬더라. 그걸 받아보면서 <전자신문> 스스로 많은 반성을 했던 것 같다. 우리가 제대로 비판을 못하니까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나, 하고. 제대로 된 정론직필을 세우기 위해서는 그런 기획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동안 해야 됐던 이야기를 못했었는데, 이제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자칫핟가는 언론이 언론으로서 존재할 수 없겠다는 위기의식도 있었다. 이런 류의 기사도 못 쓰면 언론사로 있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

일단 뭐, 준비된 것들은 계속 나간다. 언제까지 가느냐 하는 것은 저도 잘 모르겠다. 제조업 생태계 측면에서 삼성이 잘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다만 잘못한 점을 제대로 못 짚었던 측면이 있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다루려고 한다.

- 삼성 관련 기획기사는 ‘기획취재팀’이 맡던데.

팀이 꾸려져서 현재 협업으로 (기사를) 처리하고 있다. 정정보도문 받고 소송 얘기가 나오면서 3월 중순~말 정도에 만들어졌다. 아주 오래된 건 아니다. (어느 부서가 참여하는지는) 제가 얘기할 만한 게 아닌 것 같다.

- 이번 사태 이후 <전자신문>에서 TF팀을 마련했다고 들었다.

지금 사태가 사태이다 보니까… 저희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신뢰성을 갖추지 못하면, 그래서 독자들이 못 믿을 매체라고 하면 큰일 나는 것 아닌가. TF팀은 <전자신문> 콘텐츠를 바로세우기 위한 측면이 있다. 삼성이 자꾸 여론전을 벌여 자기들이 약자고 저희가 마치 횡포를 부리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대응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 부분에 대응하기 위한 팀이다.

-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과 업계 전문지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을 두고 알려지지 않은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것 이외의 다른 배경은 없는지.

차라리 그런 거면 홀가분할 텐데 애석하게도 그런 상황은 아니고요. 이런 류의 기사조차도 못 쓰는 상황이 오면 언론사가 나팔수지 언론사일 수가 없는 상황. 언론사가 무슨 의미가 있고 기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희는 최소한의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일이고. 되게 뭐, 투사의 이미지로 덧칠되는데 저는 그런 사람 아니고요.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는 것. 현장에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생생하게 전하는 게 제 롤이고. 그걸 만약 못하게 한다면 최대 광고주이지만 언론사 정체성까지 저희가 포기하면서 그러는 건 아닌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저는 삼성에 대해 호불호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는 기자다. 삼성은 초일류 기업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동안 삼성이 대한민국 IT 사업을 위해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해 왔고, 굉장히 좋은 일도 많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공이 있다고 해서 잘못하는 부분까지 (보도 못하도록) 입을 막는다면, 그건 삼성전자에게도 대한민국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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